[무고죄] 강용석이 벌금 1,500만원을 낸 이유
1. 고소의 아이콘, 강용석
강용석 전 국회의원(이하 ‘강용석’이라 함)은 ‘고소의 아이콘’이라 부를 만합니다. 개그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인기 개그맨을 고소하는가 하면, 변호사 광고에 “너, 고소!”라는 노골적인 이미지를 사용하기도 했습니다(참고로 이 광고에 대해서 서울지방변호사회는 변호사의 품위 유지 의무 위반에 해당된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급기야 “나를 키운 건 8할이 고소”라고 스스로 고백하기도 하는 강용석. 그런데 그는 고소에 대한 소중한 교훈을 남긴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건 바로 “고소를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입니다.
2. 사건의 발단
(1) 아나운서 비하 발언
강용석은 2010년 7월 국회의장배 전국 대학생 토론대회에 참여한 대학생들과 뒤풀이 회식을 했는데, 그 자리에서 해서는 안 될 말을 했습니다.
“사실 심사위원들은 토론 내용을 안 듣는다. 참가자들의 얼굴을 본다. 토론할 때 패널을 구성하는 방법은 못 생긴 애 둘, 예쁜 애 하나로 이뤄진 구성이 최고다. 그래야 시선이 집중된다. 그런데 조심해야 할 것은 예쁜 애 둘, 못 생긴 애 하나로 하면 시기심 내지 반감을 들게 하기 때문에 예쁜 애는 한 명이어야 한다.”
“(아나운서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할 수 있겠느냐. ○○여대 이상은 자존심 때문에 그렇게 못하더라.”
강용석의 발언 사실을 알게 된 중앙일보 소속 A기자는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할래?”라는 제목으로 『강용석이 대학생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성희롱·성차별적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의 기사를 게재하였습니다.
(2) 기자 고소와 무고죄 기소
기사가 실린 다음날 강용석은 A기자를 고소했는데, 그 이유는 “아나운서 비하 발언을 한 적이 없음에도, A기자가 강용석을 비방할 목적으로 사실관계도 제대로 확인하지 아니한 채 허위의 기사를 작성·공표함으로써, 강용석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검찰은 A기자를 기소하지 않고, 오히려 강용석을 무고죄로 기소했습니다.
3. 무고죄
형법 제156조(무고)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무고죄는 타인을 처벌받게 하려고 허위사실을 신고할 때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따라서 신고자가 그 신고내용을 허위라고 믿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객관적으로 진실한 사실에 부합할 때에는 허위사실의 신고에 해당하지 않아 무고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대법원 1991. 10. 11. 선고 91도1950 판결[무고]). 예를 들어, ‘갑’은 ‘을’이 자신의 물건을 훔치지 않았다고 생각하면서도 ‘을’이 처벌받게 하려고, ‘을’을 절도죄로 고소하였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실제로 ‘을’이 ‘갑’의 물건을 훔친 게 맞는 경우에는,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는 것입니다.
형법이 무고죄를 규정하고 있는 이유는 무분별한 고소를 막기 위한 의도입니다. “아니면 말고 식”의 고소는 일단 국가의 형사사법권을 낭비시킵니다. 또한 고소를 당한 사람에게 큰 고통을 가합니다.
4. 법원의 판단
(1) 아나운서 비하 발언을 한 적이 없다?
일단 강용석은 아나운서 비하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강용석이 그 자리에 참석했던 여러 사람들의 진술 등을 고려할 때, 강용석이 아나운서 비하 발언을 한 사실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법원은 강용석에게 모욕죄가 성립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하였는데(대법원 2014. 3. 27. 선고 2011도15631 판결), “집단표시에 의한 모욕이 갖는 특유의 법리 때문입니다.
(2) 악의적인 고소에 대한 방어?
강용석은 악의적인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고소를 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였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어떠한 사람이 자신의 발언에 대하여 타인으로부터 (왜곡된) 공격을 받는 경우 발언의 경위나 맥락에 관하여 해명하고 그 참된 취지를 밝히며 나아가 그 발언 사실 자체를 부인하여 스스로를 방어할 수도 있다고 할 것이지만, 이러한 방어의 수준을 넘어 그 공격자가 “허위” 사실을 적시하고 있다며 무고에까지 이른 것은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고, 또한 이를 들어 정황의 과장 정도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자기 방어를 할 수는 없지만, 그 방어 방법이 ‘고소’일 필요는 없으며, 거짓 사실을 말하며 고소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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