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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석사 불상(금동관음보살좌상)의 소유권은 누구에게?

by 로도스로 2023. 12. 3.

얼마 전 대법원은 부석사 고려 불상에 대한 판결을 선고했는데, 그 판결에 대한 논란이 많습니다. 부석사 고려 불상은 일본이 훔쳐간 것으로 보이지만, 일본 사찰인 관음사의 소유라고 판단한 겁니다. 대법원 판결에 대해 부석사 측은 “야만적 판결”이라고 평가했죠.
 
대법원이 왜 그런 판결을 했는지 지금 바로 살펴보겠습니다.
 

※ 고려 불상 관련 유튜브 영상 바로 보기(아래 이미지 클릭) 

1. 사실관계

사건의 발단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고려시대에 제작된 불상인 금동관음보살좌상은 일본 대마도에 있는 관음사에 보관 중이었는데, 2012년 우리나라 국적의 절도범들이 관음사에 있던 불상을 훔쳤습니다.
 

※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

이미지를 클릭하면 이미지가 확대됩니다

 
 
절도범은 국내에 팔려고 했으나 중간에 범행이 적발되어 검거되었고, 문화재보호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리고 불상은 국가에 몰수되었고 대전에 있는 국립문화재연구소 유물수장고에 보관 중입니다.
 
절도범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던 중, 문화재청이 불상에 대해 감정을 하였는데, 감정 결과, 불상은 1330년 서주 부석사에서 제작되었고 왜구에 의해 약탈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그러자 서산 부석사가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불상은 부석사의 소유이니 불상을 돌려달라”는 게 핵심 주장입니다.
 
소송이 제기되자 일본 관음사도 소송에 참가해서, “그 불상은 일본 관음사의 소유물이다.”라고 주장했죠.
 
하나의 불상을 두고 두 사찰이 다투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이미지가 확대됩니다.

 

2. 법원의 판결

대법원은 서산 부석사의 청구를 기각하고, 일본 관음사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법원이 도대체 왜 그런 판결을 한 것일까요?
 
이 사건에서 핵심적인 쟁점은 2가지입니다. 첫번째는 권리주체의 동일성 문제이고,  두번째 시효취득의 문제인데,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가. 쟁점 1: 권리주체의 동일성

첫 번째 쟁점은, "고려시대 <서주 부석사>와 현재의 <서산 부석사>가 같은 사찰이 맞는가?" 하는 점입니다.
 
일본 관음사는 고려시대 부석사와 현재의 부석사가 다르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두 사찰이 연속성을 가지는 사찰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조선시대 지리서인 “신증동국여지승람”과 지도책 “동비여고”, “충청도지도” 등의 사료에 따르면, 두 사찰이 같은 절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죠.
 

나. 쟁점 2: 시효취득

두 번째 쟁점은, 일본 관음사가 시효취득을 하는가” 하는 점입니다.
 
시효취득이라는 건 진정한 권리자가 아니더라도 일정 기간 동안 그 물건을 가지고 있으면 물건의 소유권을 갖는 제도를 말합니다. 다른 사람의 부동산을 20년간 점유하면 소유권을 가질 수 있는데, 이걸 점유취득시효라고 합니다.
 
일본 관음사는 고려 불상에 대해 점유취득시효를 주장했습니다. 고려 불상을 장기간 가지고 있었으니, 원래 소유자가 누구였든 현재는 본인들 소유라는 겁니다.
 
과연 이 주장은 법적으로 타당한 걸까요?
 
이 주장이 맞는지를 살펴보려면, 먼저 어떤 법을 적용할지를 정해야 합니다. 외국과 연관된 법적 분쟁은 어느 나라의 법을 적용할 것인지가 문제 되고, 이럴 때 활용되는 법이 “섭외사법(현재: 국제사법)”입니다.
섭외사법 제12조에 따르면, 물건이 있는 장소의 법에 따라야 합니다.
 

○ 구 섭외사법 제12조 (물권 기타 등기하여야 할 권리) ①동산 및 부동산에 관한 물권 기타 등기하여야 할 권리는 그 목적물의 소재지법에 의한다.

 
지금은 불상이 우리나라에 있지만, 점유취득시효가 적용되는지를 판단하는 시점에는 불상이 일본에 있었기 때문에 일본법이 적용되는 겁니다. 일본 민법에 따르면, 20년간 물건을 점유하면 소유권을 가집니다.
 

○ 일본 민법 제162조
①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및 공연하게 타인의 물건을 점유한 자는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

 
“일본이 우리 문화재를 훔쳐갔는데, 일본법을 따르는 게 말이 되냐”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물론 외국 관련 분쟁에서 무조건 다른 나라의 법률을 따라야 하는 건 아닙니다. 외국법을 따르는 게 우리나라의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위반되면
외국법을 따르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사건이 그런 경우는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주된 이유는 일본이 고려 불상을 약탈한 것인지가 확실치 않다는 겁니다. 문화재청의 감정결과를 다시 보겠습니다.
 

문화재청 감정보고서
1. 학술조사
○ 이 사건 불상은 1330년(고려 충숙왕 17년)에 서산 부석사에서 제작된 것으로서, 14제기 전반에 유행한 보살상 유형을 따르고 있다.
○ 일본으로 반출 경위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왜구에 의해 약탈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중략)
3. 반출경위 조사
○ 현재까지 이 사건 불상의 국외 반출경위를 파악할 수 있는 직접적인 입증자료는 발견하지 못했으며, 이 부분에 대해 추후 면밀한 보완조사가 필요하다고 사료된다.
왜구의 약탈에 의한 국외반출 사실을 찾기 어렵다. 왜구의 약탈 개연성은 높으나, 이를 단정하기 어렵다.

 
문화재청도 왜구에 의해 약탈되었을 가능성은 높지만,  왜구가 약탈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다. 소결

결국 대법원은 일본 민법에 따라 점유취득시효가 적용되어 불상 소유권이 일본 관음사라고 판결한 겁니다. 법적인 논리로만 보면 수긍할 수 있는 결론이지만, 심정적으로 뭔가 아쉬움이 크게 남는 건 분명합니다.
 

 

3. 요약 및 정리

  • 고려시대 불상이 일본 관음사에 보관 중이었는데, 2012년 우리나라 절도범들이 불상을 훔쳐왔고, 불상의 소유권을 둘러싸고 법적 분쟁이 발생했습니다.
  • 우리나라의 서산 부석사와 일본 대마도 관음사가 둘 다 불상의 소유권을 주장했는데, 대법원은 일본 관음사의 소유라고 판결했습니다.
  • 장기간 불상을 보유했으니 일본 민법에 따라 소유권을 갖는다는 결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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