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법에서 공정력과 선결문제는 매우 중요한 개념입니다. 공정력은 무엇이고, 선결문제란 무엇인지 설명드리겠습니다.
1. 공정력
가. 개념
공정력(公定力)은 행정행위의 성립에 하자가 있는 경우에도 그것이 중대∙명백하여 당연무효가 아닌 한 권한 있는 기관에 의하여 취소되기 전까지는 일응 유효한 것으로 통용되는 힘을 말합니다.
쉽게 말하면 “행정행위에 좀 문제가 있더라도 취소되기 전까지는 유효한 것으로 보자”는 게 공정력이죠. 꽤 오래전에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가 없다.”라는 시트콤이 유행한 적이 있는데요, 이것과 유사하게 “웬만하면 유효한 걸로 보는 힘이 공정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 근거
(1) 이론적 근거(공정력을 인정하는 이유)
공정력을 인정하는 이유는, 행정법 관계의 안정성을 유지하고 행정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 겁니다. 행정행위의 효력을 누구든지 쉽게 부인할 수 있으면 행정청의 권위가 없어져서 일을 하기 힘들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공정력은 권력분립 및 권한 존중을 하겠다는 목적도 있습니다. 권력 분립과 권한 존중은 선결문제와 연결된다는 걸 유념하시길 바랍니다.
(2) 실정법적 근거
행정기본법 제15조에서 공정력에 관해 규정하고 있습니다.
○ 행정기본법 제15조(처분의 효력) 처분은 권한이 있는 기관이 취소 또는 철회하거나 기간의 경과 등으로 소멸되기 전까지는 유효한 것으로 통용된다. 다만, 무효인 처분은 처음부터 그 효력이 발생하지 아니한다.
다. 공정력의 한계
공정력은 웬만하면 행정행위의 효력을 인정하자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행정행위의 효력을 무제한적으로 인정하는 건 아닙니다. 공정력의 정의를 다시 살펴보면서 공정력의 한계를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중대명백한 하자가 있으면(즉, 무효 사유의 하자가 있으면) 공정력은 인정되지 않습니다. 무효 사유의 하자가 있다는 건 행정행위에 굉장히 심각한 건 문제가 있다는 건데, 그런 경우까지 공정력을 인정하기는 어렵기 때문이죠.
공정력은 일단은(달리 말해 잠정적으로) 유효하자고 보는 것이고, 권한 있는 기관이 취소를 하면 효력이 없어집니다. 행정행위를 취소할 수 있는 권한 있는 기관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행정청이고, 다른 하나는 법원인데, 행정청이 취소하는 경우를 직권취소(職權取消), 법원이 취소하는 경우를 쟁송취소(爭訟取消)라고 부릅니다.
※ 공정력과 선결문제 관련 유튜브 영상 바로 보기
2. 선결문제
가. 문제의 소재
행정법원은 행정행위의 효력과 위법성을 판단할 수 있을까요? 당연히 가능합니다. 행정법원이 주로 하는 일이 행정행위의 효력과 위법성에 대한 판단이기 때문이죠.
그럼 민사법원과 형사법원은 행정행위의 효력과 위법성을 판단할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행정청이 국민(A)에게 세금을 내라는 과세처분을 하였습니다. A가 “과세처분 취소소송”이라는 행정소송을 행정법원에 제기하면 당연히 행정법원은 과세처분이 위법한 지 판단을 하겠지만, A가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이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였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민사법원이 행정청의 과세처분의 효력을 판단해도 괜찮을까?”라는 의문이 드는 것이죠. 이게 바로 선결문제가 논의되는 배경입니다.
공정력과 선결문제는 권력분립원리 및 행정기관 상호 간의 권한존중 등의 원칙을 고려한 겁니다. “행정청도 아니고 행정법원도 아닌 다른 법원(민사법원 및 형사법원)이 행정행위에 관해 어디까지 판단할 수 있는가”에 관한 문제이다.
나. 선결문제의 의의
선결문제(先決問題)는 행정행위의 위법여부 또는 효력유무가 다른 특정사건 재판의 본안판단에 있어서 먼저 해결되어야 하는 경우의 그 문제를 말합니다. 앞서 든 사례에서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에서 민사법원이 판단을 하려면 과세처분이 효력이 있는지를 먼저 따져봐야 하기 때문에, “과세처분의 효력 유무”가 선결문제인 것이죠.
이때 다른 특정사건은 민사사건 및 형사사건을 말하며, 행정사건의 경우에는 원래 행정법원의 관할에 속하므로 선결문제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다. 선결문제의 유형
선결문제가 문제 되는 경우는 크게 2가지인데, ① 하나는 “효력 유무”가 쟁점인 경우이고 ② 다른 하나는 “위법성 여부”가 쟁점인 경우입니다. 이 둘을 구분하는 건 사건(소송)의 종류에 따라 다릅니다. 구체적인 소송의 특징과 법리를 이해하면 이 둘을 구분할 수 있지만, 혹시 이해가 안 된다면 외우는 것도 방법입니다. 다행히 시험에 주로 출제되는 유형은 4가지 정도입니다.
구분 | 민사사건 | 형사사건 |
“효력 유무”가 쟁점 |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 | 무면허운전죄 |
“위법성 여부”가 쟁점 | 국가배상청구소송 | 시정명령위반죄 |
라. 선결문제에 대한 판단가능성
선결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민사(형사)법원이 행정행위의 효력 유무나 위법성 여부에 대해 판단을 내릴 수 있느냐”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 답을 하기 전에 공정력의 정의를 다시 떠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공정력은 취소되기 전까지는 유효하게 보는 힘을 말하므로, “효력”에 관한 문제라는 점입니다.
효력 유무와 위법성 여부는 다른 차원의 개념으로 행정행위의 경우 위법하더라도 효력이 있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행정행위의 위법성이 쟁점인 사안에서 행정행위가 위법하다고 판단하더라도 공정력을 침해하는 게 아닙니다(효력을 부인한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에 반해 효력 유무가 쟁점인 경우는 다릅니다. 민사(형사)법원은 공정력 때문에 원칙적으로 행정행위의 효력에 대해 판단을 내릴 수가 없고, 행정법원만 행정행위의 효력을 부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민사(형사)법원도 행정행위의 효력에 대해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무효사유의 하자가 있을 때인데, 그 이유는 무효인 행정행위에는 공정력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효력 유무”가 쟁점인 경우 | “위법성 여부”가 쟁점인 경우 |
무효사유의 하자: 민사(형사)법원도 효력 부인 가능 취소사유의 하자: 민사(형사)법원은 효력 부인 불가능 | 민사(형사)법원도 행정행위의 위법성 판단 가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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