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준은 2000년대 초반에 인기를 끈 가수입니다. 한때 최고의 연예인으로 추앙받던 유승준은 지금은 손가락질의 대상이 되었고 한국에 들어오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유승준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가 한국에 들어오지 못하는 이유를 알아보겠습니다.
1. 유승준의 병역기피
유승준은 1976년 12월 15일 대한민국에서 태어났으나, 2002년 1월 18일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한 외국국적의 재외동포가 되었습니다.
한국인 유승준에서 미국인 “스티브 승준 유(Steve Suengjun Yoo)”가 되었고 그에 따라 그는 군대에 갈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인기가수였던 유승준이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병역 의무를 면제받자, 병무청장은 법무부장관에게 입국 금지를 요청했습니다.
유승준이 입국하면 국군 장병의 사기가 저하될 것이라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법무부장관은 병무청장의 요청을 받아들여 2002년 2월 1일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유승준의 입국을 금지하는 결정(이하 ‘입국금지결정’)을 했습니다.
유승준은 2015년 8월 27일 주로스엔젤레스총영사관 총영사(이하 ‘LA총영사’)에게 재외동포(F-4) 체류자격의 사증발급을 신청하였습니다.
LA 총영사는 사증발급을 거부하였는데, 문제는 그 방식이었습니다.
LA 총영사는 유승준의 아버지에게 전화로 사증발급이 불허됐음을 통보(이하 ‘사증발급 거부처분’)했습니다.
2. 제1차 소송
가. 사건의 쟁점
LA 총영사가 사증발급을 거부하자 유승준은 사증발급을 거부한 행위가 위법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소송의 핵심 쟁점은 2가지였습니다.
첫째, 입국금지결정의 법적 성질입니다.
유승준은 법무부의 입국금지결정 당시 이에 대해서는 다투지 않고 13년 7개월 뒤에 내려진 사증발급 거부처분에 대해 취소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입국금지결정이 행정소송(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는지가 문제 되었습니다.
만약 입국금지결정이 "처분"에 해당한다면 불가쟁력이 발생해서 더 이상 다툴 수 없기 때문입니다.
둘째, 사증발급 거부처분의 위법 여부입니다.
LA 총영사는 유승준의 아버지에게 전화로 사증발급이 불허됐음을 통보했을 뿐 사증발급 거부처분서를 작성해주지 않았는데, 처분의 방식으로 문서주의를 규정한 행정절차법 제24조 위반 여부가 문제됩니다.
또한 LA 총영사는 입국금지결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사증발급 거부처분을 했는데, 관계법령상 부여된 재량권을 행사하지 않은 위법이 있는지 문제 되었습니다.
나. 법원의 판단
상당히 긴 시간 동안 재판이 진행되었고, 법원은 유승준의 주장대로 사증발급을 거부한 행위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는데,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첫째, 절차상 문제가 있었습니다.
행정절차법에 따르면 어떠한 처분을 할 때에는 말로 하는 게 아니라, “문서"로 해야 합니다.
행정절차법 제24조(처분의 방식) ① 행정청이 처분을 할 때에는 다른 법령등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문서로 하여야 하며, 전자문서로 하는 경우에는 당사자등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다만, 신속히 처리할 필요가 있거나 사안이 경미한 경우에는 말 또는 그 밖의 방법으로 할 수 있다. 이 경우 당사자가 요청하면 지체 없이 처분에 관한 문서를 주어야 한다. |
그런데 LA총영사는 유승준의 아버지에게 전화로 사증 발급이 거부되었다는 사실을 알리고 사증발급 신청서를 반환하였을 뿐, “사증발급 거부처분서”를 작성해서 주지 않았습니다.
법에서 정한 절차를 지키지 않았으니 위법한 겁니다.
둘째, 내용상의 문제도 있었습니다.
LA총영사가 사증발급을 거부한 이유는 법무부 장관의 “입국금지결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법원은 입국금지결정이 행정청의 공식적인 결정인 “처분”이 아니라 행정기관의 내부적인 행위에 불과하다고 보았습니다.
“처분”이 되려면 공식적인 방법으로 외부에 표시되어야 하는데, 법무부 장관은 입국금지결정을 한 뒤 유승준에게 통보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입국금지결정은 처분도 아니라 행정기관 내부의 지시에 불과하므로 LA총영사는 사증발급을 해줘야 하는 사안인지, 아니면 사증발급을 거부해도 되는 사안인지를 고민했어야 하는데, 그런 고민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행정청이 행정처분을 할지 말지에 대해 재량권을 가지는데도 재량권을 전혀 행사하지 않는 것도 위법합니다.
쉽게 말해, LA 총영사가 비자 발급 거부라는 행정처분을 하기 전에 충분히 고민을 했어야 하는데, 그러한 고민을 전혀 하지 않은 건 법에 어긋난다는 것입니다.
※ 유승준 사건 제1차 소송 대법원(3심) 판결문 보기
3. 제2차 소송
유승준은 제1차 소송에서 승소하였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유승준이 LA 총영사에게 사증 발급을 다시 신청했는데, LA 총영사는 이번에도 사증 발급을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유승준은 다시 소송을 제기하였고, 제2차 소송이 시작되었습니다.
제2차 소송의 제1심에서 유승준은 패소하였습니다.
유승준은 "제1차 소송에서 이겼는데, LA 총영사가 또다시 사증 발급을 거부하는 건 위법하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서울행정법원 2022. 4. 28. 선고 2020구합80547 판결)은 유승준의 주장이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제1차 소송에서 유승준이 이긴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LA 총영사가 무조건 사증 발급을 해줘야 한다는 건 아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첫 번째 사증 발급 거부행위에서 잘못되었던 부분(구두 통지 및 재량권 불행사)이 해소되었으니 다시 사증 발급을 거부해도 된다는 취지입니다.
또한 유승준은 "국적을 상실한 지 20년이 흘렀는데도 아직까지 입국을 하지 못하게 하는 건 과도하다."는 주장도 펼쳤으나, 법원은 이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국가와 사회의 안전보장과 공공질서 등을 위해 필수적인 국방의 의무를 이행함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전제조건은 '공정한 책임의 분담인데, 유승준은 4급 보충역 판정을 받고 공익근무요원으로 소집통지를 받은 상황에서 국적을 이탈함으로써 그조차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또한 유승준의 병역 면탈이 과거부터 현재까지 대한민국 영토의 최전방(最前方) 또는 험지(險地)에서 가장 말단의 지위에서 목숨을 걸고 고통과 위험을 감수한 대한민국 장병들과 그 가족들에게 큰 상실감과 박탈감을 안겨주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유승준이 대한민국과의 관계를 회복하거나, 국적이탈을 후회하는 모습을 보이며 국민에 버금가는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반드시 사증 발급을 해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 유승준 사건 제2차 소송 1심 판결문 보기
유승준은 제1심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를 제기하였고, 현재는 제2심 판결이 진행 중입니다.
제2심 법원은 어떤 판결을 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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