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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건 그 판례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전말

by 로도스로 2023. 6. 22.

새벽에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해 의식을 잃게 만든,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전 국민에게 충격을 준 사건입니다.
 
물론 이 사건으로 가장 크게 충격을 받고 심대한 피해를 입은 사람은 날벼락을 맞은 피해자입니다.
 
현재 가해자는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인데, 판결문을 통해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전말을 알아보겠습니다.
 
아래의 내용은 부산고등법원 2023. 6. 12. 선고 2022노497 판결을 주로 참고하였습니다.
 

부산-돌려차기-사건
부산 돌려차기 사건

 

1. 사실관계

사건이 발생한 것은 2022년 5월 22일 새벽입니다.
 
가해자는 04:51경 부산 부산진구에 있는 한 건물 인근에서, 혼자 걸어오는 피해자를 발견하였습니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피해자를 공격하기로 마음먹은 가해자는 05:01경까지 피해자를 뒤쫓아 갔습니다.
 
피해자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가해자는 피해자를 뒤쫓아 건물 안으로 들어갔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피해자를 향해 조용히 다가갔습니다.
 
그리고는 갑자기 돌려차기로 피해자의 뒷머리 부분을 가격하였습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피해자가 쓰러지자 가해자는 발로 4차례 이상 피해자의 머리를 세게 밟았습니다.
 

 
 

2. 이 사건의 쟁점

부산 돌려차기 사건에서 검찰은 가해자가에 살인 미수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쉽게 말해, 가해자가 피해자를 죽이려 했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서 가해자는 이렇게 변명했습니다.
 

발로 가격해서 상해를 가한 것은 맞지만,
피해자가 자신을 욕하는 듯한 환청을 듣고 순간적으로 흥분해서 범행을 저질렀을 뿐,
살해할 고의는 없었다.”

 
가해자는 사건 당시 정신과 약을 복용하고 술에 만취하여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는 주장도 하였습니다.
 
즉, 이 사건의 쟁점은 크게 2가지입니다.
 
첫째, 가해자가 피해자를 살해하려는 의도(고의)를 가지고 있었는가?
 
둘째, 사건 당시 가해자는 심신미약의 상태에 있었는가?
 
 

 

3. 살인의 고의

가. 관련 법리

살인의 고의는 반드시 살해의 목적이나 계획적인 살해의 의도가 있어야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타인의 사망이라는 결과를 발생시킬 만한 가능성 또는 위험이 있음을 인식하거나 예견하면 충분합니다.
 
또한 그 인식이나 예견이 불확정적이라도 미필적 고의로 인정되는데, 어떤 행위로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을 알면서도 그러한 행위를 하였다면 고의가 있다고 보는 겁니다.
 
 

나. 법원의 판단

법원은 가해자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는데, 그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가해자의 폭행 정도가 매우 심합니다.
 
가해자는 피해자의 머리 부위를 주요 대상으로 삼아 6차례에 걸쳐 온 힘이 실린 발길질로 집중적이고 강력한 폭행행위를 계속하였습니다.
 
머리는 사람의 신체 중에서도 급소에 해당하므로 이처럼 강한 충격을 반복적으로 당하는 경우에는 뇌손상으로 사람이 생명을 상실할 위험이 있음을 누구라도 용이하게 예견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가해자는 경호업체 직원이라 피해자의 사망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둘째, 가해자의 행동에 비춰 볼 때 가해자의 주장은 신빙성이 없습니다.
 
가해자의 주장은 “폭행(또는 상해)의 의도만 있었고 살인의 고의는 없었다”라는 것입니다.
 
가해자의 주장대로 피해자에 대하여 폭행 내지 상해를 가할 의도만을 가지고 있었다면, 가해자의최초 가격(돌려차기)만으로도 피해자는 크게 피해를 입었으니 그 의도는 이미 실현된 상태였습니다.
 
그럼에도 가해자는 공격 강도가 매우 높은 발을 이용하여 이미 의식을 잃어가고 방어능력이 전혀 없는 피해자의 머리 부위를 계속하여 추가로 가격했으니, 단순히 폭행(상해)의 의도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셋째, 가해자는 구호조치를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가해자는 피해자의 머리 부위에 집중적이고 강력한 폭행을 가하여 완전히 실신한 피해자를 곧바로 공동현관 복도 구석 쪽으로 옮겼습니다.
 
이미 피해자가 의식을 잃은 채 머리에서 다량의 피를 흘리고 있는 위중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가해자는 약 7분의 시간을 피해자와 함께 머물러 있으면서도 아무런 구호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현장을 빠져나왔습니다.
 
천만다행으로 피해자는 목숨을 건졌지만, 만약 피해자가 뒤늦게 발견되었다면 사망했을 가능성도 있었습니다.
 
넷째, 가해자 스스로도 피해자의 사망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하였습니다.
 
가해자는 범행 이후 휴대전화로 자신의 범행이 기사로 보도되는지 검색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 범행이 보도되기 전에도 가해자는 '실시간 살인사건', '부산 살인사건', '살인사건 수사과정', '살인미수', '머리과다출혈 사망' 등의 검색어로 다수의 검색을 시도했습니다.
 
이걸 통해 가해자도 자신의 행위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하였을 수도 있었음을 충분히 인식하였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부산-돌려차기-사건
부산-돌려차기-사건

 

4. 심신미약

가. 관련 법리

심신미약은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를 말하는데,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르면 형을 감경할 수 있습니다(형법 제10조).

○ 형법 10조(심신장애인) ①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②심신장애로 인하여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

 
심신미약의 대표적인 사례는 술을 마셔서 취한 상태인데, 술에 취했다고 무조건 심신미약이 인정되는 건 아닙니다.
 
음주로 인해 의식에 뚜렷한 장애가 있거나 환각, 망상 등 이상증상의 발현이 되면 심신미약이 고려될 수 있지만, 범행 당시에 자신의 범죄 행위에 대하여 확실히 기억해 낼 수 있고, 의식의 현저한 장애나 환각, 망상 등의 이상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체질에 병적 현상도 생기지 않는 한 심신미약으로 볼 수 없습니다(대법원 1998. 3. 10. 선고 97도3452 판결 참조).
 
 

나. 법원은 판단

법원은 가해자가 심신미약 상태에 있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가해자가 범행 직전에 어느 정도 술을 마셔 취한 상태인 건 맞습니다.
 
하지만 가해자의 범행 모습이 담긴 CCTV 영상 등에서 확인되는 가해자의 행동을 보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본 겁니다.
 
가해자는 범행 현장인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가면서 CCTV 위치를 확인하거나, 피해자의 머리 부위를 최초로 가격한 이후 피해자의 핸드폰을 집어드는 등 이 사건 범행을 감추려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또한 가해자가 의식을 잃은 피해자를 들쳐 메고 공동현관 복도 쪽으로 옮겨 현장을 벗어난 뒤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하여 모텔로 장소를 옮기는 등 범행을 은폐하려는 치밀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가해자는 수사기관에서 사건의 경위에 관하여 비교적 소상하게 진술하는 등 당시 상황을 잘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5. 결론

부산고등법원은 가해자의 범죄가 살인미수에 해당한다고 보아, 징역 20년을 선고하였습니다.
 
또한 가해자에 대한 정보를 10년간 공개하고,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과 장애인관련기관에 각 10년간 취업제한하며, 20년간 위치추적전자장치를 부착할 것을 명령하였습니다.
 
가해자가 2심 판결에 불복하여 아직 판결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모쪼록 가해자에게 합당한 처벌이 이뤄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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