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정이 의붓아들 살해 혐의에서 무죄를 받은 까닭은?

고유정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 중에서 석연치 않은 사망사건이 있었습니다.
 
고유정이 전 남편(강모씨)를 살해할 당시 고유정과 혼인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남편 A씨의 자녀(B군)도 사망하였는데, 그 자녀를 죽인 것도 고유정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겁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법원은 의붓아들 살해 혐의에 대해서는 고유정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기는 하나, 고유정이 범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먼저 고유정이 범인이라는 검사의 주장을 살펴보겠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법원이 의붓아들 사망 관련하여 고유정에게 무죄 판결을 선고한 이유를 알아보겠습니다.
 

 

1. 주요 사실관계

가. B군 사망 당시의 상황

A 씨는 2019. 2. 28. B군을 청주 아파트로 데려왔습니다.
 
2019. 3. 1 저녁, 식사를 한 뒤 B군은 중간 방에서 먼저 잠들었고, 그 후 A씨는 중간 방 출입문 쪽 침대 위  B군의 옆에서 잠들었습니다.
 
고유정은 B군과 같이 잠을 자지 않고 그 옆방의 2층 침대에서 잤습니다.
 
B군은 그 다음 날인 2019. 3. 2. 10:00경 A씨와 같은 침대 위에서 얼굴을 파묻고 요에 피를 흘린 상태로 A 씨에 의해 발견되었습니다.
 
A 씨가 B군을 안고 거실로 데려가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하였고 고유정에게 119에 신고하도록 했습니다.
 
고유정은 2019. 3. 2. 10:10경 “자다 일어났는데 B군이 숨을 쉬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119에 신고하였습니다.
 
고유정의 신고를 받고 4명의 소방대원이 2019. 3. 2. 10:16경 현장에 도착하여 B군에게 심장제세동기(AED)의 패치를 붙여 심장리듬을 분석하였으나 이미 B군은 호흡과 맥박이 없고 몸이 강직되어 시반이 형성된 상태로 사망한 후였습니다.
 

나. B군의 사망원인: 질식사

 
B군의 사망에 대해서는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밝혀줄 직접증거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한편 청주 아파트 승강기 CCTV상으로 사건 발생 전날 밤인 2019. 3. 1. 22:00경부터 B군이 사망한 채로 발견된 2019. 3. 2. 10:00경까지 고유정과 A씨, B군이 집 밖으로 나오는 장면이 확인되지 않습니다.
 
또한 고유정과 A 씨는 당시 청주 아파트에 제3자가 들어온 적은 없다고 일치된 진술을 하고 있습니다.
 
B군의 사망원인을 분석한 법의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은 B군이 질식으로 사망했고, 특히 사망 과정에서 가슴 등을 압박당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법의학자들의 의견에 기초할 때, B군의 사망원인은 둘 중 하나입니다.
 
첫째, 잠결에 함께 자던 A씨의 다리 등에 눌려 사망하였을 가능성인데, 다리 등에 눌려서 사망하는 걸 “포압사(overlying)”라고 부릅니다.
 
둘째, 고유정 혹은 A씨의 고의적 행위로 인하여 질식사하였을 가능성입니다.
 

2. 검사의 주장:

검사는 “고유정이 의붓아들을 살해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검사의 주된 논거를 살펴보겠습니다.
 

가. 살해 동기

 
고유정은 2017년 11월에 A씨와 혼인신고를 하고 2018년 6월부터 청주 아파트에서 동거하였다.
 
A 씨와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동안 고유정은 태아를 2번 유산하였는데, A 씨가 고유정을 위로하지 않았다.
 
또한 고유정과 전남편 사이의 자녀는 홀대하는 반면, A 씨가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B군만 진정한 가족으로 아끼는 모습을 보이자, A 씨에 대한 강한 적대심과 분노감을 느꼈다.
 
그래서 B군을 살해하여 A 씨에게 복수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나. 살해 계획 및 살해 방법

 
고유정은 B군을 청주 아파트로 데리고 와 양육하면서 B군이 자고 있는 틈을 이용하여 B군의 얼굴을 베개 등으로 눌러 질식시켜 살해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고유정은 2019. 3. 1. 저녁 A씨가 B군을 화장실에서 씻기고 중간 방에서 잠을 재우는 동안 보관하고 있던 수면제를 가루로 만들어 A 씨가 마실 찻잔 안에 넣어 두었다.
 
그뒤 A 씨로 하여금 수면제가 들어 있는 차를 마시게 하여 B군과 같은 침대 위에 누워 깊은 잠에 빠지게 하였다.
 
고유정은 2019. 3. 2. 새벽 4시~ 6시 사이에 A 씨와 B군이 잠을 자고 있는 방에 들어 가  A씨가 깊은 잠에 빠져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 뒤 고유정은 A씨 옆에서 엎드린 자세로 자고 있는 B군의 등 위로 올라 타 자신의 엉덩이로 B군의 몸통 부위를 눌러 B군을 제압하면서 손으로 B군의 얼굴이 침대에 정면으로 파묻히게 머리 방향을 돌리고, 뒤통수 부위를 약 10분간 강한 힘으로 눌렀다.
 
B군은 코와 입이 요에 처박혀 숨을 쉬지 못하였고 결국 질식으로 사망하였다.
 
 

3. 법원의 판단

 
하지만 법원은 “고유정이 의붓아들을 살해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라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이 그렇게 판단한 근거를 살펴보겠습니다.

 

 

※ 고유정 3심 판결문(다운로드)

2020도10794_판결문_검수완료.pdf

0.05MB

 
 

가. 범행동기

 
고유정과 A 씨가 주고받은 메시지 내용을 보면, 고유정과 A 씨가 서로 욕설을 하며 다투기도 하지만 상대방에 대한 화가 풀리면 화목한 부부의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고유정이 유산한 이후에 있었던 대화내용은 그와 같은 대화가 나온 배경을 고려하면 통상적인 부부관계에서의 다툼의 정도를 벗어나 고유정이 A씨에 대한 강한 적개심이나 복수심을 드러낸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A 씨는 “평소 고유정과 B군의 관계가 좋았다”면서 “B군이 고유정을 엄마라고 불러 왔다”고 진술하였다.
 
이걸 볼 때, 고유정이 A씨에 대한 복수를 위해 굳이 B군을 범행대상으로 정하였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또한 고유정은 2019. 2. 27. 또래에 비해 체격이 왜소한 B군을 위해 병원 성장클리닉을 예약해두고, 2019. 3. 1. B군과 어린이집 예비소집일에 참석하기도 하였는데, 만약 고유정이 B군을 청주로 유인하여 살해할 의도였다면 위와 같이 병원에 진료 예약을 하거나 어린이집을 예약하고 예비소집일에 참석할 이유가 없다.
 

나. 고유정이 A씨에게 수면제를 먹였는지의 여부

 
고유정이 2018. 11. 1. 제주도에 있는 병원에서 처방받은 불면증 치료제에는 '독세핀 염산염' 성분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고유정이 전남편 살인 혐의로 체포된 후 채취한 A씨 모발에서 독세핀 성분이 검출되었다.
 
하지만 독세핀 염산염 성분이 언제 A 씨에게 투약된 것인지 정확하게 알기 어려워 고유정이 2019. 3. 1. A씨에게 수면제 성분이 든 차를 마시게 하였는지는 불분명하다.
 
한편, A씨는 항우울제와 신경안정제를 처방받기도 하였는데, 2019. 3. 1.이 아닌 다른 시기에 불면증을 치료하기 위해 청주 아파트에 보관 중이던 약을 스스로 복용하였을 가능성도 있다.
 

 

※ 고유정 의붓아들 사망 사건 관련 유튜브 영상 보기

 

다. 사망원인 관련 법의학자들의 의견

 
법의학자들은 B군이 머리와 가슴 부위에 외력에 의한 압박을 받아 질식으로 사망하였을 가능성이 높은 반면, B군의 연령 등에 비추어 같이 자던 A씨의 신체에 눌려 질식사하였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의견이다.
 
이러한 의견에 따르면 B군이 다른 사람의 고의적 행위로 사망하였을 가능성을 강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할 때 법의학자들의 의견만을 근거로 바로 고유정이 B군을 살해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① 법의학자들도 동일한 소견에 대해 다르게 해석한 걸 보면 법의학자들의 부검 결과나 감정 결과 그 자체만 가지고 피해자의 사인을 확정하기는 어렵다.
 
② 한 법의관은 법정에서 “법의학 교과서에 10개월 혹은 15개월, 심지어 4~5세의 연령에서도 '포압사'가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기술되어 있다”고 진술한 바 있고 “특별한 조건이 전제된다면 잠결에 4세의 아이가 성인에게 눌려서 죽는 것이 전혀 불가능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③ B군은 청주로 오기 직전인 2019. 2. 27. 감기증상으로 제주도에 있는 소아청소년과의원에서 진료를 받고 코포나시럽에스 등을 처방받아 복용하였는데, 코포나시럽에스에는 졸림 효과가 있는 항히스타민제가 포함되어 있었다.
 
B군이 당시 항히스타민제 복용의 부작용으로 옆에서 자고 있던 A씨의 몸통 등에 머리나 가슴이 눌리는 정도로도 호흡이 어렵게 된 상태였지만, 깊은 잠에 빠져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라. 사망 추적 시간

 
검찰은 B군의 배면부, 흉부, 복부에 양측성 시반이 관찰된 점을 토대로 B군이 2019. 3. 2. 04:00부터 06:00 사이에 사망하였다고 추정한다.
 
한편, 고유정이 2019. 3. 2. 02:35경부터 02:36경까지, 04:48경부터 04:52경까지 데스크톱 컴퓨터 혹은 휴대전화를 이용하였는데, 검찰은 고유정이 B군의 사망추정 시각에 깨어 있었다는 사실이 고유정의 범행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간접정황이라는 것이 주장한다.
 
그러나 다수 법의학자들의 의견에 따르면 사후경직 상태나 양측성 시반 발생 사실을 근거로 B군의 정확한 사망시각을 추정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B군의 사망시각과 관련해서도 법의학자들은 정확한 사망시각을 추정하거나 일치된 의견을 보이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