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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건 그 판례

태완이법이란 무엇인가?(살인죄에 공소시효가 없는 이유)

by 로도스로 2023. 11. 1.

예전에는 살인죄에도 공소시효가 적용되어서 일정한 시간이 경과하면 범인이 잡히더라도 처벌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살인죄에는 공소시효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공소시효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계기가 된 “태완이 사건”을 살펴보겠습니다.
 

태완이법

 
 

1. 공소시효란 무엇인가?

 가. 공소시효의 뜻

 공소시효(公訴時效)는 어떤 범죄에 대하여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것을 말합니다.
 
누군가를 처벌하려면 형사소송에서 법원이 유죄 판결을 선고하고 그 판결이 확정되어야 합니다. 한편 형사소송이 진행되려면 검사가 재판을 청구해야 하고, 이걸 공소제기(줄여서, “기소”)라고 합니다.
 

형사소송의-절차
<형사소송의 절차>

 
 
그런데, 검사 공소를 제기하지 못하면 형사소송이 진행되지 않으니 처벌도 이뤄지지 않습니다. 범죄를 저지르면 처벌하는 게 원칙인데공소시효가 지나면 범죄를 저질러도 예외적으로 처벌할 수 없는 겁니다.

나. 공소시효의 계산법

그럼 시간이 얼마나 지나면 범죄를 처벌할 수 없을까요? 다른 말로 공소시효 기간은 얼마일까요?
공소시효 기간은 형사소송법에 규정되어 있는데, 범죄의 유형(정확하게는 범죄의 형량)에 따라 다릅니다.

○ 형사소송법 제249조(공소시효의 기간) ①공소시효는 다음 기간의 경과로 완성한다.
1.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에는 25년
2.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해당하는 범죄에는 15년
3. 장기 10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에 해당하는 범죄에는 10년
4. 장기 10년 미만의 징역 또는 금고에 해당하는 범죄에는 7년
5. 장기 5년 미만의 징역 또는 금고, 장기10년 이상의 자격정지 또는 벌금에 해당하는 범죄에는 5년
6. 장기 5년 이상의 자격정지에 해당하는 범죄에는 3년
7. 장기 5년 미만의 자격정지, 구류, 과료 또는 몰수에 해당하는 범죄에는 1년

 
사기죄를 예로 들어서 공소시효를 계산하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  형법 제347조(사기) ①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사기죄로 처벌하는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할 수 있으니 최대 형량이 징역 10년입니다. 이를 다르게 표현하면 사기죄는 “장기 10년 이상의 징역”인 범죄인 것이죠. 형사소송법 제249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사기죄의 공소시효는 10년입니다.
 

 

다. 공소시효 제도의 취지 및 논거

공소시효 제도는 다른 시효제도(예: 민법의 취득시효)와 마찬가지로 “현재의 상태”를 존중하는 것입니다. 즉, 일정한 시간이 지난 이후의 상태를 중시하여 개인생활의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공소시효 제도의 취지입니다.
 
공소시효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의 주된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 ①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범죄에 대한 피해자의 감정이 누그러지고 처벌의 필요성이 약화된다.
  • ② 시간이 많이 지나면 증거가 없어져서 적정한 수사와 재판을 하기 어렵다.
  • ③ 시간이 경과하면 범죄자의 반사회적 성격이 개선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 태완이법 관련 유튜브 영상 보기

 

 2. 태완이 사건과 태완이법

 가. 태완이 사건

현재 살인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없습니다. 이렇게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없어진 계기는 이른바 “태완이 사건”입니다.
 
태완이 사건은 1999년 5월 20일 대구에서 발생했습니다. 당시 6살이던 김태완 군은 동네 골목길에 있었는데, 신원을 알 수 없는 범인이 김태완 군에서 황산을 던졌습니다. 김태완군은 온몸에 황산을 뒤집어써 몸의 40%가 3도 화상으로 뒤덮였고 시력까지 잃었습니다. 김태완 군은 49일간 투병을 했으나 7월 8일 결국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아무런 잘못도 없는 어린아이가 황산 테러를 당한 것도 심각한 문제이지만, 김태완 군에게 황산 테러를 가한 범인이 잡히지 않았다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이 사건의 공소시효는 2014년 7월 8일에 만료될 예정이었는데, 공소시효 만료를 즈음해서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습니다.
 

나. 법 개정 배경

태완이 사건 이후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내용으로 형사소송법이 개정되었는데, 이걸 흔히 “태완이법”이라고 부릅니다(“태완이법”이라는 법률이 별도로 있는 건 아닙니다).
 
공소시효 제도에 관한 형사소송법 규정이 바뀐 배경을 조금 더 상세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아래의 내용은 서영교 의원이 대표발의한 형사소송법 일부개정 법률안(의안번호: 14098)의 ‘제안이유’를 요약 정리한 것입니다.
 

  • ① 공소시효는 법적 안정성과 범인 필벌의 요구에 대한 타협의 산물인데 현행법은 법적 안정성 측면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어 피해자의 인권 보호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문제가 지적되어 왔음.
  • ② 현행법상 공소시효는 범죄 유형 죄질 등에 대한 고려 없이 법정형에 따라 그 기간을 일률적으로 정하고 있어, 살인ㆍ미성년자 약취ㆍ유인, 인신매매 등 흉악범죄에 대한 범죄 성격 등이 공소시효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음
  • ③ DNA 등 과학수사 기법의 발달과 수사인력의 확대 및 전문화로 과거에는 밝혀낼 수 없었던 범인들의 증거를 확보하고 보전해 범인을 끝까지 추적해 검거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는데, 공소시효 제도가 개선되지 않으면 이러한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될 소지가 있음

 

다. 이른바, “태완이법”의 내용

 

○ 형사소송법 제253조의2(공소시효의 적용 배제) 사람을 살해한 범죄(종범은 제외한다)로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에 대하여는 제249조부터 제253조까지에 규정된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아니한다. [본조신설 2015. 7. 31.]

 
이에 따라, 살인죄(형법 제250조 제1항) 및 존속살해죄(250조 제2항)의 공소시효는 폐지되었습니다.
 
이 외에도 폭발물사용죄(형법 제119조), 방화치사(형법 제164조 제2항), 피약취자 등 살해(형법 제291조), 인질살해(형법 제324조의4), 강도살인(형법 제338조), 해상강도살인(형법 제340조 제3항), 약취유인죄(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2 제2항 제2호), 보복살인 등(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9 제1항)의 공소시효도 없어졌습니다.
 

 
하지만, 태완이법은 정작 태완이 사건에는 적용되지 못했습니다.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규정은 개정 법률 시행 전에 아직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범죄에 적용되는데, 태완이 사건은 시행 당시 공소시효가 이미 완성되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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