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이 죽은 건 누구 책임일까?

가수 신해철은 1988년 MBC 대학가요제에 참가하여 대상을 차지하면서 화려하게 데뷔했습니다.
 
신해철은 대부분의 음악 활동은 그룹 ‘N.EX.T’와 함께 했습니다. <그대에게>, <인형의 기사>. <날아라 병아리>, <민물장어의 꿈> 등 신해철의 곡들은 현재도 많은 사람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마왕’으로 불리며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신해철은 2014년 갑자기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의 죽음은 많은 사람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었습니다.
 
당시 신해철은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신해철의 수술을 담당했던 의사에 대한 판결을 통해
신해철의 사망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 신해철 사망 사건 관련 유튜브 영상 바로보기(아래 이미지 클릭)

 

1. 신해철의 갑작스러운 사망

2014년 10월 17일, 신해철은 갑작스럽게 심한 복부 통증을 느꼈고,  A의사가 운영하는 병원을 찾아갔습니다.
 
A의사는 내시경 검사 등을 실시한 뒤 “장폐색”이라고 진단하였고, 수술을 해야 한다고 말하였습니다. 신해철은 복부 측면에 작은 구멍을 내는 복강경 수술을 받았습니다. 퇴원한 뒤에도 열이 나고 통증이 계속되자 신해철은 병원을 다시 방문하였습니다. A의사는 “복막염은 아니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다시 이틀이 지났지만 신해철은 여전히 고통이 극심했습니다. 당시 신해철의 맥박은 분당 145회였는데, 성인 평균의 맥박이 60회~100회인 걸 고려하면 매우 빠르게 뛰는 수준이었습니다. A의사는 신해철에게 진통제를 투여하고 경과를 관찰하려고 했는데, 그러는 사이 신해철은 병실에서 의식을 잃고 말았습니다.
 
놀란 A의사는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응급조치를 했지만 차도가 없자 신해철을 다른 병원으로 옮겨서 치료받게 했습니다.
신해철은 다른 병원에서 급하게 개복수술을 받았지만, 안타깝게도 결국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사망 원인은 ‘범발성 복막염에 의한 저산소 허혈성 뇌손상’입니다. 쉽게 말해 복막염이 폭넓게 발생하여 혈압이 떨어지는 바람에 뇌가 산소 부족으로 손상되면서 사망하게 된 겁니다. 신해철이 A의사로부터 수술을 받은 지 5일 만의 일이었습니다.
 

 

2. 법원의 판결은?

일반적으로 실수로 저지른 범죄는 처벌하지 않습니다. 실수로 저지른 범죄까지 처벌하는 과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수라고 해서 항상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건 아니죠. 대표적인 사례가 ‘업무상 과실치사죄’입니다. 업무상 과실치사죄는 업무상 실수로 다른 사람을 죽게 만드는 겁니다.
 
예컨대 건물공사를 감독하는 공무원이 본인의 일을 충실하게 수행하지 않아 부실공사가 일어났고 그 부실공사로 사고가 발생하여 사람이 사망한 경우, 그 공무원은 업무상 과실치사죄에 따라 처벌됩니다. 성수대교가 붕괴되고 난 뒤 관련 공무원들이 업무상 과실치사죄로 처벌된 바 있습니다.
 
검찰이 A의사에게 적용한 혐의도 업무상 과실치사죄였는데,  법원은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요?
 
A 의사가 수술을 한 뒤 신해철의 소장, 횡경막 등에 구멍이 뚫리는 천공(穿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신해철이 받은 수술에서 천공은 쉽게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입니다. 수술을 한 의사라면 천공이 생길 수 있는 가능성을 고려해서 환자의 경과를 주의 깊게 관찰했어야 하는데 A의사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개복 수술과 달리 복강경 수술은 통증이 적은 게 일반적인데 복강경 수술을 받은 신해철은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였습니다. 보통의 의사는 통증의 원인이 뭔지를 살펴봤을 겁니다. 그런데 A의사는 단순히 수술 후에 발생하는 일반적인 통증으로 생각하여 통증 원인을 찾지도 않고 진통제와 안정제만 처방하였습니다. 또한 신해철은 퇴원조건을 갖추지 못했는데, A의사는 수술한 지 이틀 만에 신해철을 퇴원시켰습니다.
 
신해철이 퇴원을 했다가 다시 병원을 찾은 뒤에라도 A의사가 제대로 대응을 했어야 하는데 그 이후에도 A의사의 대응은 안일했습니다.
 
신해철은 고열, 복통, 메슥거림의 증상을 보였고 백혈구 수치도 매우 높았으므로 복막염을 충분히 의심할 수 있었습니다.
복막염인지 아닌지를 진단할 때 흔히 사용되는 방법은 복부 CT 검사입니다. 그런데 A의사는 적절한 검사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복막염은 아니라고 속단하고, 신해철에게 “복막염은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라고.” 말하였습니다.
 
신해철이 의식을 잃고 쓰러진 날,  신해철은 새벽 4시, 오전 8시에 두 차례 걸쳐 병원을 방문했습니다.  늦긴 했지만 이때라도 A의사가 정상적인 진료를 하였다면 신해철의 운명은 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당시 신해철의 상태는 극도로 나빠졌고
심전도 검사 결과도 정상이 아니었습니다. 
 
A의사는 외과 전문의이고 심장 쪽은 정확히 알지 못하니, 심장 전문의 또는 내과 전문의와 협진을 해서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여 적절한 치료를 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A의사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점심 무렵에 신해철이 정신을 잃을 때까지 A의사가 한 일은 혈관확장제와 진통제 투여뿐이었습니다.
 
A의사가 보통의 의사들이 당연히 했을 법한 치료행위를 하였다면  신해철의 복막염을 진단하고 신해철을 치료할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A의사는 그렇게 하지 않았고 결국 신해철은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물론 A의사가 고의로 신해철을 죽인 건 아닙니다.  하지만 A의사는 해서는 안 될 중대한 실수를 여러 번 했고
그 실수 때문에 신해철이 사망했다는 게 법원의 판단입니다. 그래서 법원은 A의사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하였습니다.
 
한편, A의사는 신해철 이외에도 여러 건의 의료사고를 일으켰다고 합니다.
 

 

3. 요약 및 정리

신해철은 2014년 수술을 받은 뒤 갑자기 사망했습니다. 검찰은 수술을 담당한 A의사를 “업무상 과실치사죄”로 기소했고,
법원은 의사에게 징역 1년의 유죄를 선고하였습니다. A의사는 보통의 의사라면 취했어야 할 조치를 충분히 취하지 않았고,
A의사의 과실이 신해철의 죽음과 연관이 있다고 본 겁니다.
 
모쪼록 신해철이 고통 없는 곳에서 편안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