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등에서 퍼블리시티권(Right of Publicity)이라는 단어를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겁니다. 유명 연예인이나 인플루어선들의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퍼블리시티권도 점점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퍼블리시티권의 뜻을 알아보겠습니다. 그리고 퍼블리시티권이 문제 되었던 BTS 화보집 사건도 설명드리겠습니다.
1. 퍼블리시티권이란?
가. 퍼블리시티권의 뜻
유명 연예인들이 상품 구매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큽니다. 드라마의 주인공이 착용한 의상이 품절 사태를 겪는 일도 비슷한 맥락이죠. 요즘 들어 다수의 구독자를 보유한 인기 유튜버나 팔로워가 많은 SNS 유명인을 인플루언서(influencer)라고 부르는데, 말 그대로 다른 사람에게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뜻입니다.
연예인 등 유명인의 영향력이 매우 크니 그들의 인기를 이용하고는 싶은 건 인지상정입니다. 그런데 충분한 돈이 없거나 돈을 내기 싫을 때 무단 사용의 유혹에 빠지게 됩니다. 제품 광고시에 연예인의 사진을 마음대로 이용하거나 “홍길동 가방”, “성춘향 코트”와 같이 제품에 연예인 이름을 붙이는 것이죠. 그런데 이런 행동은 법에 위반될 수 있으므로 매우 조심해야 합니다.
퍼블리시티권은 성명, 초상 등이 갖는 경제적 이익 내지 가치를 상업적으로 사용·통제하거나 배타적으로 지배하는 권리를 말합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7. 11. 28. 선고 2007가합2393 판결). 쉽게 설명하면, 유명인의 이름이나 얼굴 등을 이용해서 돈을 벌 수 있는 권리가 바로 퍼블리시티권입니다. 물론 이론적으로 들어가면 퍼블리시티권의 본질이 인격권인지 아니면 재산권인지에 관한 다양한 논의가 있지만, 실무적으로는 결국 재산권(돈)과 연관해서 문제가 됩니다.
퍼블리시티권은 저작권과는 다른 권리입니다. 저작권은 창작물에 대한 권리인데 퍼블리시티권은 사람의 인격표지(성명, 초상 등) 자체에 가치를 부여하는 권리이죠.
나. 퍼블리시티권의 중요성
정부는 퍼블리시티권을 보다 두텁게 보호하기 위해 민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조만간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법률 규정이 생길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민법 개정안에 따르면 사람은 누구나 초상·성명·음성 등 자신을 특징짓는 요소인 인격표지를 영리적으로 이용할 권리를 가지고 그 권리인 ‘인격표지영리권’을 가집니다(인격표지영리권은 퍼블리시티권과 유사한 개념입니다).
퍼블리시티권을 다른 사람에게 양도할 수는 없지만 다른 사람이 영리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허락할 수 있습니다. 또한 퍼블리시티권은 상속도 가능하여 퍼블리시티권을 가진 사람이 사망하면 그 권리가 상속인(가족 등)에게 상속되어 사후 30년간 존속합니다.
퍼블리시티권은 꼭 유명인만 갖는 게 아니라 누구든지 가지는 권리입니다. 오늘날처럼 인스타그램 등의 SNS, 틱톡이나 유튜브로 대표되는 동영상 플랫폼이 워낙 발달해서 누구라도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을 수 있는 상황에서는 퍼블리시티권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누군가 나의 이름이나 얼굴 등을 함부로 사용했을 때 법률적으로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이 더욱 넓어졌습니다. 무단 사용을 금지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고 무단사용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다면 손해배상도 받을 수 있습니다.
2. BTS 판결
가. 사실관계
퍼블리시티권과 관련해서 최근 대법원은 중요한 판결을 선고하였는데, 그건 바로 글로벌 아이돌 그룹 BTS의 화보집 사건에 관한 사건이었습니다.
방시혁이 이끄는 하이브 엔터테인먼트(이하 하이브)는 2011년 오디션을 통해 BTS의 각 멤버를 발굴하였고 뛰어난 기획력을 바탕으로 BTS를 세계적인 그룹으로 성장시켰습니다. BTS가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얻자 국내외에서 BTS를 이용하려는 사람이 늘어났는데, A회사도 그중 한 곳이었습니다.
A회사는 연예인을 주로 다룬 잡지를 제작하여 판매하는 회사인데, 2018년 BTS Limited Magazine이라는 화보집과 BTS History 심층취재판이라는 부록을 판매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A회사 잡지의 평상시 판매가격은 권당 15,000원이었는데, BTS 특별 부록이 포함된 특별판의 판매가는 43,000원이었습니다. 문제는 화보집 및 부록을 판매하면서 BTS의 사진, 초상 등에 관한 독점적 이용권을 가진 하이브와 전혀 협의를 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하이브는 A회사의 화보집 판매를 금지하기 위해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하였습니다.
나. 법원의 판결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 사건에서 법원은 하이브의 손을 들어줬습니다(대법원 2020. 3. 26.자 2019마6525 결정).
대법원이 근거로 삼은 법률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입니다. 부정경쟁방지법은 법률명에서 드러나는 바와 같이 부정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입니다. 고가 브랜드의 모조품을 만들어서 파는 게 대표적인 부정경쟁행위입니다. 유형의 제품을 베끼는 것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 상당한 노력을 들여 만들어 놓은 무형의 성과를 함부로 사용하는 것도 부정경쟁행위입니다.
하이브는 BTS의 멤버를 선발하여 훈련을 통해 멤버들의 능력을 향상시켰습니다. 또한 전속계약에 따라 그들의 음악, 공연, 방송, 출연 등을 기획하고, 음원, 영상 등의 콘텐츠를 제작·유통시키는 등 BTS의 활동에 상당한 투자와 노력을 하였습니다. 하이브의 기획력과 BTS 멤버들의 노력이 결합하여 BTS는 엄청난 명성을 얻었고 그만큼 고객흡인력도 가지게 되었죠.
BTS와 같은 유명 연예인의 이름과 사진 등을 상품이나 광고 등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연예인이나 소속사의 허락을 받거나 일정한 대가를 지급해야 합니다. 그게 엔터테인먼트 산업분야의 상거래 관행이기도 하죠. 그런데 A회사는 하이브의 허락을 받지 않고 마음대로 BTS의 사진으로 돈을 벌려고 했으니 이런 행동은 법에 어긋나는 행위(부정경쟁행위)이고 BTS 화보집을 팔아서는 안 된다는 게 법원의 판단입니다.
'일상생활과 법 > 기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대면 진료 허용여부와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0) | 2023.08.28 |
---|---|
착한 운전 마일리지의 혜택과 신청방법 (0) | 2023.08.25 |
싱크대 음식물 분쇄기는 합법일까, 불법일까? (0) | 2023.08.16 |
남품대금(단가) 연동제란 무엇인가? (0) | 2023.08.07 |
도서정가제란 무엇인가? (0) | 2023.08.0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