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기사를 보면 파기환송이라는 단어를 자주 접할 수 있습니다.
파기환송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를 알아보고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1. 파기환송이란?
파기환송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우리나라 재판제도 중 심금제도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심급제도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여러 번 재판을 받을 수 있는 제도입니다. 1심 판결에 불복하면 2심 법원에 다시 판결을 요청하는 걸 “항소”라 하고, 2심 법원 판결에 불복하여 3심 법원에 다시 판결을 요청하는 걸 “상고”라 합니다. “항소”와 “상고”를 합쳐서 “상소”라고 부릅니다.
제2심 판결에 대해 누군가 상고를 제기하면 대법원은 제2심 법원(항소심)의 판결이 제대로 이뤄진 것인지를 살펴보게 됩니다. 제2심 법원 판결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합니다.
그런데 2심 법원 판결에 문제가 있다면 어떨까요? 이럴 때 주로 하는 것이 파기환송입니다.
문제 있는 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수가 없으니 그 판결의 효력을 없애기 위해 대법원은 2심 판결을 “파기”하는 겁니다. 이때의 파기(破棄)는 “깨뜨리거나 찢어서 내버림”이라는 뜻입니다.
환송(還送)은 돌려보낸다는 뜻으로, 사건을 제2심 법원에 보내서 제2심 법원이 다시 판단을 하게 만드는 겁니다.
즉, 파기환송은 2심 판결에 법적인 하자가 있는 경우에 판결의 효력을 없앤 뒤에(파기) 사건을 2심 법원에 돌려보내면서(환송) 새롭게 판결을 하도록 명령을 내리는 겁니다.
○ 민사소송법 제436조(파기환송, 이송) ①상고법원은 상고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거나, 동등한 다른 법원에 이송하여야 한다. ②사건을 환송받거나 이송받은 법원은 다시 변론을 거쳐 재판하여야 한다. 이 경우에는 상고법원이 파기의 이유로 삼은 사실상 및 법률상 판단에 기속된다. ③원심판결에 관여한 판사는 제2항의 재판에 관여하지 못한다. |
2. 파기환송을 하는 이유
파기환송의 반대말은 파기자판입니다. 자판(自判)은 스스로 판단한다는 의미인데, 사건을 제2심 법원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대법원이 스스로 결론을 내리는 겁니다.
○ 민사소송법 제437조(파기자판) 다음 각호 가운데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상고법원은 사건에 대하여 종국판결을 하여야 한다. 1. 확정된 사실에 대하여 법령적용이 어긋난다 하여 판결을 파기하는 경우에 사건이 그 사실을 바탕으로 재판하기 충분한 때 2. 사건이 법원의 권한에 속하지 아니한다 하여 판결을 파기하는 때 |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하면 제2심 법원에서 다시 재판이 진행되니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시간이 상당히 걸립니다. 대법원이 파기자판을 하면(스스로 판단을 내리면) 바로 결론이 나오니 당사자 입장에서 파기자판을 선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이 파기자판을 하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그렇다면 대법원은 왜 파기자판을 하지 않고 파기자판을 하는 걸까요?
첫 번째는 이론적인 이유인데 대법원은 법률심이기 때문입니다. 법률심은 법률 이론(법리)적인 측면에서만 살펴보는 것이고, 원칙적으로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판단을 내리지 않습니다. 따라서 사실관계에 대해 더 살펴봐야 한다면 법률심인 대법원이 아니라 사실심인 하급심 법원(고등법원 등)이 해야 하는 것이죠.
두 번째는 현실적인 이유인데 대법원에 사건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판단을 하려면 확인을 해야 할 사항이 많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데, 대법원에 소속된 인원은 적은데 사건이 매우 많습니다. 그래서 일일이 다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일반적인 원칙이나 가이드라인만 제시하고 구체적인 판단은 제2심 법원이 하도록 만드는 겁니다.
참고로, 2021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고등법원의 1인당 처리건수는 98.6건인데 반해 대법원은 법관 1인당 처리건수가 3,665건으로 처리건수로 따지면 대법원의 업무부담이 매우 크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대법원 | 고등법원 | 지방법원 | |||
가동법관 수 | 법관 1인당 처리건수 | 가동법관 수 | 법관 1인당 처리건수 | 가동법관 수 | 법관 1인당 처리건수 |
12 | 3,665.0 | 336 | 98.6 | 2,277 | 555.2 |
'일상생활과 법 > 민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관주의의무란 무엇인가? (0) | 2023.09.13 |
---|---|
위약금, 위약벌이란 무엇인가? (1) | 2023.09.06 |
불법행위란 무엇인가? (0) | 2023.07.24 |
기한이익 상실이란 무엇인가? (2) | 2023.07.12 |
주위토지통행권이란 무엇인가? (0) | 2023.07.0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