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사용되는 법률용어 중에 “선관주의의무”라는 게 있는데, 선관주의의무는 주로 다른 사람에게 일을 맡기는 “위임”에서 문제가 됩니다. 선관주의의무가 정확히 무슨 뜻인지 알아보고, 선관주의의무가 문제 되는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1. 선관주의의무의 뜻
가. 개념
“선관주의의무(善管注意義務)”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줄인 말입니다. 선관주의의무를 더욱 줄여서 “선관의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선량한”이라는 단어가 사용되기는 하였지만 선관주의의무는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역할을 요구하는 개념은 아닙니다. “선량한”은 “충실한” 또는 “성실한”의 의미와 비슷합니다.
선관주의의무는 다양한 법조문에 등장하는데, 민법 제681조가 대표적입니다.
○ 민법 제681조(수임인의 선관의무) 수임인은 위임의 본지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위임사무를 처리하여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특정한 일(업무)을 맡기는 걸 “위임”이라 하고, 위임을 받아 일을 처리하는 사람을 “수임인”이라 부릅니다. 수임인은 다른 사람의 일을 대신할 때 대충 하지 말고 위임을 맡긴 뜻에 따라 충실하고 성실하게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데, 이러한 수임인의 의무가 선관주의의무인 겁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선관주의의무를 다하는 것인지는 사안에 따라 다른데, “3. 선관주의의무 관련 주요 사례”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나. 비교 개념: 자기재산과 동일한 주의
“선관주의의무”의 정확한 뜻을 이해하려면, 구별되는 개념과 비교를 해 보는 게 좋습니다. “선관주의의무”와 비교되는 개념은 “자기재산과 동일한 주의”입니다.
○ 민법 제695조(무상수치인의 주의의무) 보수없이 임치를 받은 자는 임치물을 자기재산과 동일한 주의로 보관하여야 한다.
“자기재산과 동일한 주의”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주의의 정도가 높을까요? 얼핏 생각하면, “자기재산과 동일한 주의”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보다 더 높은 수준일 것 같지만 법적으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자기재산과 동일한 주의”는 일반적으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보다 관리수준이 더 낮습니다. 달리 말하면, "자기재산과 동일한 주의"의무를 부담할 때보다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부담할 때 더욱 주의를 기울이고 신경을 더 써야 합니다.
이건 이렇게 생각하면 쉽습니다. 1,000만 원이라는 돈으로 투자를 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만약 이게 내 돈이라면 투자를 하는 게 자유로운 편입니다. 설령 투자에 실패하여 돈을 잃더라도 내가 책임을 지면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돈으로 투자를 한다면 어떨까요? 내 돈이 아니니 함부로 투자하지 않고 성심성의껏 리스크를 분석하고 신중하게 투자해야 합니다. 내 돈으로 투자하는 것이 “자기재산과 동일한 주의”이고, 다른 사람의 돈으로 투자하는 게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라고 보면 됩니다.
2. 선관주의의무 이행의 판단 기준
선관주의의무를 제대로 다했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판단하려면 그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선관주의의 이행의 판단 기준은 “수임인의 직업, 지위, 지식 등에 있어서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평균인입니다. 그렇다면 평균인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예컨대, “갑”이라는 의사가 환자 “을”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를 생각해 보겠습니다.갑”의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해 환자를 진료했으니 선관주의의무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선관주의의무 위반 판단 기준은 “갑”이 아니라 “평균적인 의사”입니다. 만약 “갑”이 보통의 의사라면 충분히 발견했을 문제를 미처 인지하지 못했거나, 평균적인 의사가 어렵지 않게 선택했을 치료법을 적용하지 않아 의료사고가 발생한 것이라면 “갑”은 선관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입니다.
3. 선관주의의무 관련 주요 사례
가. 공인중개사
중개업자는 의뢰인이 요구하는 경우, 이미 인지하고 있거나 일반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 방법을 통해서 부동산의 시세를 설명해 줄 의무가 있습니다. 만약 중개업자가 시세 정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잘못된 시세 정보를 의뢰인에게 전달하였다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대구지방법원 2004. 10. 19. 선고 2004가단23537).
나. 변호사
소송을 위임받은 변호사는 전문적인 법률지식과 경험에 기초하여 성실하게 의뢰인의 권리를 옹호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런데 상고제기기간을 의뢰인에게 잘못 알려주어 의뢰인이 상고할 기회를 잃었다면 변호사는 의뢰인의 손해를 배상해야 합니다(대법원 1997. 5. 28. 선고 97다1822 판결).
다. 세무사
세무사는 세무전문가로서 납세자에게 적절한 조언을 하여 납세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납세자가 손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습니다. 그런데 세무사가 정해진 기간 내에 심사청구 등의 불복절차를 밟지 않아 납세자가 법률상 납부의무가 없는 세금을 납부하게 된 경우 세무사는 손해배상책임을 집니다(서울고등법원 1993. 3. 18. 선고 92나46679 판결).
라. 병원
병원은 진료뿐만 아니라 환자에 대한 숙식의 제공을 비롯하여 간호, 보호 등 입원에 따른 포괄적 의무를 집니다. 따라서 병원은 병실에의 출입자 통제·감독하든가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최소한 입원환자에게 휴대품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시정장치가 있는 사물함을 제공해서 입원환자의 휴대품 등의 도난을 방지함에 필요한 적절한 조치를 강구해야 합니다. 만약 병원이 이러한 조치를 소홀히 하여 입원환자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자가 입원환자의 병실에 무단출입하여 입원환자의 휴대품 등을 절취하였다면 병원은 환자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합니다(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다63275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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