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에 위약금이나 위약벌이 기재되는 경우가 많이 있고, 실제로 위약금 또는 위약벌 때문에 민사소송 등 법적인 분쟁이 생기는 일이 종종 발생합니다. 위약금이나 위약벌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1. 손해배상, 위약금, 손해배상액의 예정
가. 계약 위반과 손해배상
계약은 쉽게 말하면 “법률적인 사항에 관한 약속”이라고 할 수 있고, 계약은 지키는 게 원칙입니다. 그런데 만약 상대방이 계약을 지키지 않으면 손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식당을 운영하는 A가 음식을 판매하기 위해 식재료 주문 계약을 체결한 상황을 생각해 보겠습니다.식재료 공급 업체가 계약을 위반하여 식재료를 공급하지 않는다면 A는 식당 영업을 하지 못해 손해가 발생하는 것이죠.
나. 위약금
상대방이 계약을 지키도록 강제하고 상대방의 계약 위반으로 생길 수 있는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계약을 위반하였을 때 금전을 지급하도록 정해 두는 게 일반적입니다. 이처럼 계약 위반에 대한 대가로 지급해야 하는 돈을 “위약금”이라고 부릅니다.
다. 손해배상액의 예정
일반적으로 위약금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지만 위약금의 정확한 법적인 성격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깊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민법은 위약금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제398조 제1항).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라는 건 말 그래도 손해배상액을 예상해서 미리 정해두는 겁니다.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해두는 건 실제 발생한 손해를 알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손해액은 이 정도이다”라고 설정해두면 손해액을 산정하기 위한 다툼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손해배상액의 예정을 설정하는 건 일상생활에서도 자주 있는데, 대표적인 게 부동산 거래입니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매매계약을 할 때 매매대금의 10%를 계약금으로 지급합니다. 그런데, 부동산의 매수인이 중간에 사정이 생겨서 계약을 깨면 계약금은 매도인이 가지게 됩니다. 이때의 계약금이 바로 위약금이고, 위약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기능하는 겁니다. 실제 매도인에게 손해가 얼마가 생겼는지는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계약금(매매대금 10%)만큼 손해를 배상하도록 정해두는 겁니다.
2. 위약벌
가. 위약벌이란?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비슷하면서도 다소 구별되는 개념이 바로 위약벌입니다. 위약벌은 손해배상과 관계없이 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입니다.
위약금은 손해배상의 예정인 경우도 있지만, 위약벌인 경우도 있어서 잘 구별해야 합니다.
나.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의 차이
계약 위반을 위반 한쪽에서 금전을 지급한다는 점에서는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유사한 면이 있지만,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별도로 추가적으로 지급하는 돈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갑”과 “을”이 다음과 같은 계약을 체결한 상황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 위약벌 조항의 예시 ○ 제10조(손해배상) 각 당사자는 본 계약을 위반하거나 고의 또는 과실로 상대방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 제11조(위약벌) 제11조의 손해배상금과는 별도로 제5조를 위반한 경우에는 A는 B에게 1억 원의 위약벌을 지급한다. |
만약 “을”이 계약을 위반하였다면 “갑”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합니다. 그런데 “을”이 제5조를 위반하였다면, “을”은 “갑”에게 위약벌 1억 원을 지급해야 하는데, 이러한 위약벌은 손해배상과 별도로 이뤄지는 추가적인 지급이라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니 계약을 어겨 돈을 지급해야 하는 입장에서 보면, 위약벌로 해석하는 게 더 불리합니다.
위약벌이 손해배상액의 구별되는 점은 법원의 감액 여부입니다.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부당하게 과도하다고 판단이 되면 법원은 직권으로 감액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양 당사자가 손해배상액의 예정을 1억 원으로 미리 정했다고 하더라도, 1억 원을 손해배상하도록 하는 게 너무 불리하다면 그 금액을 5,000만 원으로 줄이는 게 가능합니다.
하지만, 위약벌은 법원이 직권으로 감액하는 게 불가능합니다. 다만, 민법 제103조에 따라 반사회적인 법률행위에 해당하면 위약벌의 일부로 무효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방식은 다르지만, 실제로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을 감액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가져옵니다.
다.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을 구별하는 기준
위약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인 경우도 있고 위약벌인 경우도 있습니다.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아니면 위약벌인지를 구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이에 대해 판례는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 대법원 2022. 7. 21., 선고, 2018다248855, 248862
위약금은 민법 제398조 제4항에 따라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지만, 당사자 사이의 위약금 약정이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의 배상이나 전보를 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 특히 하나의 계약에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의 배상에 관하여 손해배상예정에 관한 조항이 따로 있다거나 실손해의 배상을 전제로 하는 조항이 있고 그와 별도로 위약금 조항을 두고 있어서 그 위약금 조항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해석하게 되면 이중배상이 이루어지는 등의 사정이 있을 때에는 그 위약금은 위약벌로 보아야 한다.
일반적으로는 위약금이지만, 별도로 위약벌 조항을 두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위약벌로 본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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