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법무부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형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였습니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의 내용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이를 둘러싼 논란을 알아보겠습니다.
1.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란?
가. 형벌의 종류
형법에 규정한 형벌의 종류는 총 9가지(1.사형, 2.징역, 3.금고, 4.자격상실, 5.자격정지, 6.벌금, 7.구류, 8.과료, 9.몰수)입니다. 이 중에서 범죄자를 교정시설에 가둬서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형벌로는 징역과 금고가 있습니다.
참고로, 징역과 금고는 교정시설에 구금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징역은 노역(강제노동)을 하지만 금고는 노역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징역과 금고는 기간의 제한이 있는지에 따라 무기형(無期刑)과 유기형(有期刑)으로 구분됩니다. 무기형은 형벌의 기간을 정하지 않는 것이고, 유기형은 형벌의 기간을 정하는 것인데 예컨대, 무기징역은 무기형의 일종이고, 징역 5년은 유기형입니다.
나. 절대적 종신형 vs 상대적 종신형
무기형은 죽을 때까지 구금되므로 “종신형”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가석방이 가능한지의 여부에 따라 2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상대적 종신형"은 일정 기간이 지난 후 가석방이 가능하지만, "절대적 종신형"은 아무리 기간이 많이 지나도 가석방이 불가능합니다. 즉,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란 가석방이 없는 종신형이라는 의미입니다.
가석방(假釋放)은 형벌 집행을 전부 종료하지 않았으나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 특정한 석방 조건을 붙여서 수형자를 임시로 석방하는 제도입니다. 가석방 후 나머지 형기에 해당하는 기간 내에 석방 조건을 위반하지 않고 무사히 경과할 때에는 이미 잔여형의 집행은 종료한 것으로 봅니다. 쉽게 말해 가석방은 모범적으로 생활을 한 범죄자를 원래 형벌 기간보다 약하게 처벌하면서 다시 사회로 복귀시키는 제도입니다.
다. 우리나라의 현행 제도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무기형은 절대적 종신형과 상대적 종신형 중에서 어떤 종신형일까요? 그 답은 형법 제72조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 형법 제72조(가석방의 요건) ① 징역이나 금고의 집행 중에 있는 사람이 행상(行狀)이 양호하여 뉘우침이 뚜렷한 때에는 무기형은 20년, 유기형은 형기의 3분의 1이 지난 후 행정처분으로 가석방을 할 수 있다. |
현행법상 무기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도 20년이 지나면 가석방될 수 있으므로, 우리 형법은 “상대적 종신형”만 규정하고 있고 절대적 종신형을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2. 법무부의 계획
법무부는 절대적 종신형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형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였습니다.
개정안에 따르면, 무기형을 가석방이 허용되는 무기형과 가석방이 허용되지 아니하는 무기형으로 구분하고, 법원이 무기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가석방이 허용되는지 여부를 함께 선고해야 합니다.
□ 형법 개정안 ○ 제42조(징역 또는 금고의 기간 등) ① 징역 또는 금고는 무기 또는 유기로 하고 유기는 1개월 이상 30년 이하로 한다. 단, 유기징역 또는 유기금고에 대하여 형을 가중하는 때에는 50년까지로 한다. ②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는 가석방이 허용되는 무기형과 가석방이 허용되지 아니하는 무기형으로 한다. ○ 제72조(무기형의 선고와 가석방) 피고사건에 대하여 무기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가석방이 허용되는지 여부를 함께 선고하여야 한다. |
3. 절대적 종신형에 대한 찬반론
가. 찬성론(도입 필요성)
법무부는 절대적 종신형이 도입되어야 한다는 입장인데, 주된 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사형 집행 이후 현재까지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흉악범죄자에 대한 형 집행의 공백이 발생하고 있음. 현재는 무기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도 20년이 지나면 가석방될 수 있어 국민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데, 이런 불안을 해소하려면 절대적 종신형이 필요함
- 절대적 종신형은 사형제와 함께 우리사회에서 장기간 논의, 검토되어 온 방안으로 미국을 비롯한 여러 선진국에서 도입하고 있음
- 사형제도의 반대론의 주요 근거로 오판 가능성의 문제가 제기된데, 가석방이 허용되지 않는 무기형의 경우에는 오판이 사후에 드러나면 재심, 감형도 가능하여 이러한 위험성도 없음
나. 반대론
법무부의 입법예고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을 비롯한 일부 시민단체는 다음과 같은 근거를 제시하며 반대의견을 표시하였습니다.
-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인간의 존엄을 침해함.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은 수형자는 평생 사회로부터 격리된 채로 구금되어, 신체의 자유를 다시 향유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박탈당한다는 점에서 인간의 존엄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제도임
-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중범죄를 예방한다는 명확한 근거도 없음. 오히려 엄벌을 부과하더라도 중범죄가 감소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여러 통계 등에서 확인되고 있음
-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결과적으로 교정시설의 운영비용을 증가시키고 과밀화를 야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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