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 입원제도와 사법입원제의 뜻

신림역 흉기난동, 서현동 칼부림 사건은 모두 일면식도 없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묻지마 범죄’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묻지마 범죄로 인한 국민들은 불안감이 높아지자, 정부는 묻지마 범죄 종합대책을 발표하였고, 법무부는 사법입원제 도입을 검토할 계획입니다. 정신질환자 입원제도도 살펴보고, 사법입원제가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1. 정신질환자 입원제도

가. 입원방법

정신질환자가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방법은 크게 5가지, 즉 자의입원, 동의입원, 보호입원, 행정입원, 응급인원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 자의입원과 동의입원은 입원대상자의 의사를 반영한 자발적 입원(자의입원)이고, 보호입원, 행정입원, 응급입원은 입원대상장의 의사와 무관한 비자발적(강제) 입원(비자의 입원)입니다.
 

나. 강제입원

보호입원은 보호의무자 2명 이상의 신청으로 정신과전문의가 정신질환자를 진단한 결과, 자타해 위험 등으로 인한 입원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정신질환자를 강제입원시키는 제도입니다.
 
행정입원은 특별자치시장ㆍ특별자치도지사ㆍ시장ㆍ군수ㆍ구청장(이하 ‘시장등’)이 정신질환자로 의심되는 사람을 정신과전문의에게 진단 의뢰한 결과, 자타해 위험이 있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시장등이 정신질환 의심자를 강제입원시키는 제도입니다.
 
응급입원은 정신질환 추정자로서 자타해 위험 가능성이 큰 사람을 발견한 사람이 그 상황이 매우 급박한 경우에 의사와 경찰관의 동의를 받아 정신의료기관의 장에게 입원을 신청하면, 정신의료기관의 장이 정신질환 추정자를 3일 이내 기간 동안 강제로 입원시키되, 입원 이후 정신과전문의의 입원 필요성 진단을 거쳐 입원유형의 전환 또는 퇴원조치를 하는 제도입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법·제도상 전체 입원의 약 35%가 비자발적 입원이라고 합니다. 그런데보호입원은 보호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고, 행정입원은 민원 발생 등으로 행정기관에서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2. 사법입원제란?

가. 사법입원제의 뜻

사법입원제는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자·타해 위험이 큰 정신질환자를 치료 목적으로 강제 입원시킬 때 법원이나 정신건강 전문가로 구성된 준사법기관이 입원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입니다. 물론 현재도 강제입원 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현재 강제입원제도와의 차이는 사법부(법원)가 개입한다는 겁니다.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의 주요 국가들은 사법입원제 또는 이와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나. 사법입원제도의 내용

아직 법무부가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한 것은 아니어서, 법무부가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사법입원제도가 어떤 내용인지를 알기는 어렵습니다.
 
한편, 제20대 국회에서 사법입원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법률안이 발의된 적이 있어, 해당 법률안의 내용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해당 법률안은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김재경의원 등 12인)”인데,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고 임기만료로 폐기되었습니다.
 
해당 법률안의 주된 내용은 정신질환자의 입원 경로 중 동의입원,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행정입원을 삭제하고, 응급입원의 적합성 심사를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가 아닌 가정법원에서 전담하도록 하는 겁니다. 이에 따르면 정신질환자의 입원경로는 자의입원과 가정법원의 심사에 의한 입원으로 2분화되는 겁니다.
 

다. 사법입원제를 둘러싼 논란

사법입원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측은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강조합니다. 헌법 12조에 신체의 자유가 규정되어 있고 체포·구속하기 위해서는 법관이 발부한 영장이 필요합니다. 중범죄를 저지른 사람도 적법 절차에 따라 인신구속을 하는데, 정신질환자만 배제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합니다. 현재도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가 있기는 하지만,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는 서면심사만 하여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니, 사법입원제를 통해 법관이 적법 절차를 밟아 인신구속을 판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신질환자가 저지르는 범죄로부터 일반 시민들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됩니다. 의료계에선 2018년 고(故)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피살 사건을 계기로 사법입원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해 왔습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대법원은 사법입원제 도입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인데, 법원이 지적하는 가장 큰 문제점은 인력입니다. 사법입원제 도입을 가정했을 때 법원이 매년 심사하게 될 강제 입원 건수는 2020년 10만 33건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사법입원제 도입 시 입원 여부는 가정법원의 판사가 판단할 가능성이 높은데, 전국 가정법원 판사 한 명이 연간 1,200건(매일 약 4건)을 처리한다고 하더라도 178명의 판사 증원이 필요하다는 게 법원의 계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