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한 여성이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에 제보를 하였습니다.
남편이 사고로 사망해서 보험금을 청구했는데, 보험회사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 억울하다고 호소하는 여성.
그 여성은 바로, 계곡살인 사건의 범인인 이은해입니다.
이은해의 판결문을 통해 이은해는 어떤 사람이고,
그녀가 정확히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를 알아보겠습니다.
※ 가평계곡 살인사건 관련 유튜브 영상 바로보기(아래 이미지 클릭)
1. 이은해의 잔인한 계획
이은해와 남편 윤상협 씨가 만난 건 2012년 무렵입니다. 당시 이은해는 주점에서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윤상협 씨를 알게 되어 교제를 시작하였습니다.
두 사람은 2017년 3월에 혼인신고를 하였고, 윤 씨의 아버지에게서 신혼집 마련 비용으로 1억 원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보통의 부부와 달리 두 사람은 같이 산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이은해는 혼인기간 내내 다른 남자와 사귀고 동거도 하였죠.
이은해에게 윤상협 씨는 현금인출기 같은 존재였고, 이런저런 명목으로 돈을 가져갔습니다. 윤상협 씨는 성실하게 직장 생활을 했지만 점점 가난해졌습니다. 급기야 회생 신청을 하고 지인들에게 돈을 빌리기까지 했습니다.
윤상협 씨의 경제 사정이 나빠지자 이은해는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을 계획합니다. 바로 내연남 조현수와 공모해서 윤 씨를 살해하기로 한 겁니다.
그녀는 왜 이런 잔인한 계획을 세웠을까요? 이은해는 윤상협 씨의 보험금을 노렸습니다. 윤상협 씨 앞으로 보험계약이 4건 가입되어 있었는데, 윤 씨가 사망하면 보험금 8억 원을 이은해가 받을 수 있게 됩니다.
2. 이은해, 조현수의 범행
윤상협 씨가 계곡에서 사망하기 전에도 이은해는 두 차례나 살인을 시도한 적이 있습니다.
가. 2019. 2. 17. 복어독 살인미수
첫 번째는 2019년 2월입니다.
이은해는 강원 양양군의 펜션에서 윤상협 씨와 술을 마셨는데, 독을 제거하지 않은 복어를 매운탕으로 끓인 뒤,
윤상협 씨에게 제공했습니다. 윤 씨는 다음 날 수원에 있는 회사에 출근해야 해서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은해는 술과 안주를 먹도록 지속적으로 유도했습니다.
결국 윤상협 씨는 마지못해 매운탕을 먹기는 했지만, 매운탕에 포함된 독이 치사량에 미달해서 다행히 목숨을 건졌습니다.
나. 2019. 5. 20. 낚시터 살인미수
두 번째는 2019년 5월입니다.
이은해와 조현수는 용인시의 낚시터에 방문했습니다. 그곳에는 윤상협 씨와 다른 지인 A씨도 있었습니다.
방갈로 안에서 술을 마시다가 이은해는 윤상협 씨를 방갈로 밖으로 내보냈습니다. 그리고는 수영을 못하는 윤 씨를 밀어서 물에 빠뜨렸습니다. 수상한 정황을 의심한 지인 A 씨가 방갈로 밖으로 나왔고, 윤 씨는 물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다. 계곡 살인 사건
계곡 살인 사건은, 낚시터 살인미수 사건으로부터 약 한 달 뒤에 일어났습니다.
2019년 6월 30일, 이은해와 조현수는 윤상협 씨와 함께 가평계곡에 갔습니다. 두 사람은 윤 씨를 물에 빠지게 하기 위해 다이빙을 시켰습니다. 수영을 못하는 윤 씨는 다이빙을 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조현수는 “형님, 남자라면 다이빙 한 번 해야죠.”라고 말하며, 윤 씨의 자존심을 건드렸습니다.
그래도 윤 씨가 머뭇거리자 이번에는 이은해가 나섰습니다. “애들 다 뛰는데 오빠는 안 뛰냐, 그러면 내가 뛰겠다.”라고 말했고, 구명조끼를 걸치는 모습까지 보였습니다. 당시 생리 중이던 이은해가 다이빙을 하겠다고 하니, 윤상협 씨는 어쩔 수 없이 다이빙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이빙을 하는 바위는 높이가 4m였고, 계곡의 수심은 3m였습니다. 윤 씨가 다이빙을 하기 전에 조현수가 먼저 다이빙을 했습니다. 조현수가 튜브를 착용하고 물속에 있어서 윤 씨는 다이빙 후에 조현수가 구해줄 것이라 생각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건 윤상협 씨의 오해였습니다. 윤 씨가 다이빙을 해서 물에 빠졌을 때 조현수는 즉각 구하지 않았고, 튜브를 타고 느릿느릿 움직일 뿐이었죠. 밖에서 지켜보던 사람이 답답함을 느껴 조현수에게 “튜브를 빼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윤상협 씨를 죽이기로 계획을 세웠던 이은해와 조현수는, 윤 씨를 구조하기 않았고 결국 윤 씨는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라. 결정적 증거
이은해와 조현수는 윤 씨를 살해할 생각이 없었고, 윤 씨가 단순 사고로 사망한 것이라 변명했지만, 법원은 두 사람의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의 범행을 증명하는 여러 증거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두 사람이 나눈 텔레그램 대화가 결정적이었습니다.
2019년 2월 복어독으로 살해하려다 실패한 직후, 이은해는 조현수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이번 판도 쥐쥐일 듯”
“오빠 술이나 존나 맥이고 출발. 음주여행시키고 자버리자. 빡친다.”
이번 판도 쥐쥐(GG)라는 건 범행이 실패했다는 의미이고,
음주여행을 시키자는 건 윤 씨가 장거리 음주운전을 하게 만들어서,
사고를 유발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한 달 뒤인 2019년 3월에, 두 사람은 이런 대화도 나눴습니다.
이은해: 토요일날 슥-삭 실패하면 현수 배때지나 만지고자야겠따♥
조현수: ㅋㅋㅋㅋㅋㅋㅋ일단 계획좀 짜볼게여♥
이은해: 네엥>.<나 없는 동안 훌륭하게 짜봅시다♥
뒤에 이어지는 이은해와 조현수의 행동을 통해 “슥삭~”이 무슨 의미인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사람을 죽이는 끔찍한 범죄를 논의하면서, 마치 일상적인 대화인 것처럼 말하는 태도가 놀라울 따름입니다.
3. 법원의 판결
이은해와 조현수에게 적용된 범죄는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입니다. 살인죄면 그냥 살인죄이지, “부작위”가 붙은 건 왜일까요?
부작위(不作爲)라는 건 “작위”와 대응되는 개념인데, 특정한 일을 해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게 부작위입니다. 예를 들어, 눈앞에서 범죄가 일어나고 있는데, 경찰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면 그건 “부작위”입니다.
다시 계곡 살인 사건으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만약 이은해와 조현수가 윤상협 씨를 강제로 밀어서 익사시켰다면, 작위에 의한 살인이 될 겁니다. 하지만 그렇지는 않았죠.
이은해와 조현수는 구명조끼를 입지도 않은 윤상협 씨를 부추겨서, 수심 3m의 물속으로 뛰어내리도록 만들었습니다.
두 사람은 윤 씨를 위험에 빠뜨렸기 때문에 위험 발생을 방지할 의무를 부담합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고, 결국 윤 씨를 죽게 만들었으니, 법률적으로 부작위에 의한 살인인 겁니다.
※ 고유정 의붓아들 살해사건 관련 유튜브 영상 바로보기(아래 이미지 클릭)
4. 요약 및 정리
이은해는 윤상협 씨가 사망하면 8억 원을 받을 수 있는 보험에 가입했습니다. 이은해는 조현수와 함께 윤상협 씨를 죽이려고 철저하게 계획을 세웠고, 계곡살인 사건 전에도 두 차례나 살인미수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이은해와 조현수는 수영을 하지 못하는 윤상협 씨를 다이빙하게 만든 뒤, 일부로 구조하지 않아 윤 씨를 죽게 했습니다.
법원은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인정하여, 이은해에게는 무기징역을, 조현수에게는 징역 30년을 선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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