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 사건 그 판례

제주 변호사 피살사건의 전말

by 로도스로 2024. 1. 7.

1999년 제주도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피해자는 검사 출신의 변호사였습니다.

 

장기간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던 이 사건은 2019년 극적인 반전을 맞이합니다. 한 남자가 <그것이 알고 싶다>팀에 제보하여, 자신이 범인이라고 자백한 겁니다.

 

제보자는 살인 혐의로 재판을 받았는데, 놀랍게도 법원은 제보자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범행을 자백한 사람에게 무죄 판결이라니, 법원은 도대체 왜 그런 판결을 한 걸까요?

 

※ 제주 변호사 피살 사건 관련 유튜브 영상 바로보기(아래 이미지 클릭)

 

1. 무슨 일이 있었나?

가. 이승용 변호사의 피살

검사 출신의 이승용 변호사는 고향인 제주도에 돌아와 열심히 변호사로 활동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1999 11, 잔혹하게 살해 당한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이승용 변호사가 발견된 곳은 이 변호사의 승용차 안이었는데, 이 변호사의 몸에서는 흉기에 찔린 흔적이 다수 발견되었습니다. 사건 현장 주변에는 다수의 혈흔도 있었습니다. 당시 경찰이 범인을 잡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범인을 검거하지는 못했습니다.

 

나. <그것이 알고 싶다> 제보

이 사건은 영구미제사건으로 끝날 것 같았는데, 사건 발생 시점으로부터 약 20년이 지난 2019년에 굉장히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김 모씨가 SBS <그알> 팀에 제보하여 자신이 이 변호사 살해사건의 범인이 자백한 겁니다.

 

 

김 모씨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자신은 제주도의 조직폭력배 조직인유탁파의 조직원이었는데, 두목인 백 모씨가 자신에게 이승용 변호사를 손 좀 봐줘야겠다.”라고 지시했다는 겁니다. 김 모씨는 다른 조직원인 손 모씨에게 부탁을 했고, 손 모씨가 이 변호사를 살해했다는 게 김 모 씨의 이야기입니다.

 

 

 

다. 김 모 씨의 자백 이유

그런데 김 모씨는 왜 범행을 자백했을까요? 아마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고 착각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공소시효 때문에 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안심한 상태에서 제보를 해서 금전적 이득을 받으려는 목적이 아니었나 추측됩니다. 하지만 태완이법의 시행으로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폐지되었고, 이 사건의 공소시효도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태완이법이란 무엇인가?(살인죄에 공소시효가 없는 이유)

예전에는 살인죄에도 공소시효가 적용되어서 일정한 시간이 경과하면 범인이 잡히더라도 처벌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살인죄에는 공소시효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공소시효가 무엇인

here-rhodes.tistory.com

 

 

2. “김 모씨가 범인이다.”

가. 광주고등법원의 유죄 판결

김 모씨의 자백에 따르면 백 모씨, 김 모씨, 손 모씨가 공범입니다. 그런데 백 모씨와 손 모씨는 이미 사망한 상태여서

김 모씨만 재판을 받았습니다.

 

2심을 맡은 광주고등법원은 김 모씨에게 유죄를 선고하였습니다.

 

나. 유죄 판결의 이유

법원은 <그알> 인터뷰가 결정적 증거라고 봤습니다.

김 모씨는 두 차례에 걸쳐서 <그알> 제작진과 인터뷰를 했는데 약 6시간 동안 인터뷰을 하면서 범행에 대해 상세히 진술했습니다. 범인이 아니라면 굳이 인터뷰를 할 이유가 없습니다.

 

물론 김 모씨는 수사가 진행되자 말을 바꿨습니다. 인터뷰 내용은 모두 지어낸 말이라고 했지만, 광주고등법원은 최초 자백이 더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김 모씨의 진술은 매우 구체적이었고, 김 모씨는 흉기의 특징이나 범행 현장 상황과 같이 보도되지 않았거나 수사기관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이런 걸 보면, 김 모씨가 범인이 맞다고 판단한 것이죠.

 

하지만 광주고등법원의 판단은 대법원에 가서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3. “무죄를 선고한다

가.대법원의 유죄 판결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대법원은 김 모씨에게 무죄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나. 무죄 판결의 이유

대법원도 김 모씨가 범인일지도 모른다는 점은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형사 사건에서 유죄 판결을 선고하려면 단순한 추측 이상의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범인이라는 사실이 확실하게 증명되어야 하는데, 그 정도는까지는 아니라고 판단한 겁니다.

 

이 사건에는 객관적인 물증이 별로 없고 김 모씨의 진술이 거의 유일한 증거여서 김 모씨 진술의 신빙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대법원이 보기에 김 모씨의 진술에는 의문점이 많았습니다.

 

대법원은 김 모씨의 제보 내용이 실제 사실과 차이가 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김 모씨는 1999년 여름에 두목 백 모씨를 백 모씨의 집에서 만났고, 그 자리에서 백 모씨가 범행을 지시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김 모씨의 주장과 달리 실제로 백 모씨는 1999년 여름에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었습니다. 결국 범행을 지시한 사람과 동기를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인 겁니다.

 

김 모씨는 살인을 실행한 손 모씨가 사건 발생 이틀 뒤에 서울에 갔고, 그 뒤로 4~5년 동안은 제주에 돌아오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손 모씨는 사건 발생 이후에도 제주에 계속 있었습니다. 김 모씨는 이 변호사를 미행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라면서 "이 변호사가 운동도 많이 하고 검도도 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이 변호사는 평소 운동을 많이 하지 않았고 검도를 한 사실도 없습니다.

 

또한 김 모씨는 백 모씨에게서 3,000만 원을 받은 뒤에 손 모씨에게 3,000만 원을 모두 주었다고 진술했는데, 공범인 김 모씨가 전혀 이득을 취하지 않은 것도 이상하다고 봤습니다.

 

김 모씨는 범행에 쓰인 독특한 흉기에 대해 구체적으로 진술했는데, 그건 어떻게 된 걸까요? 흉기의 크기나 형태는 언론에 자세하게 보도된 적이 있어 김 모씨가 그걸 보고 흉기의 모양을 알아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결국 김 모씨는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받았고, 이승용 변호사 살해 사건은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의 진짜 범인은 누구일까요?

여러분은 누가 범인이라고 생각하시나요?

  

4. 요약 및 정리

1999년 제주도에서 이승용 변호사가 살해되었습니다. 2019, 김 모씨는 자신이 범인이라고 <그알> 제작진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대법원은 김 모씨에게 무죄 판결을 선고하였는데, 그 이유는 김 모씨 진술의 신빙성이 약하고 다른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참고자료

- 대법원 판결(202211245)

- 광주고등법원 판결(202231)

- SBS <그것이 알고 싶다>(2020.6.27)

- JTBC <사건반장>(2021.08.2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