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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건 그 판례

에버랜드의 시각장애인 차별(놀이기구 탑승제한) 사건

by 로도스로 2024. 2. 4.

시각장애인 3명은 에버랜드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놀이기구를 탑승하려고 하는데, 애버랜드 직원이 놀이기구를 타지 못하게 막은 겁니다. 이 일을 겪은 시각장애인 3명은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요?

 

 

※ "에버랜드 시각장애인 차별 사건" 관련 유튜브 영상 바로가기

1. 무슨 일이 있었나?

가. 사실관계

사건이 일어난 건 20155월입니다. 김 모씨를 비롯한 시각장애인 3명은 지인들과 함께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에버랜드를 방문했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자유이용권을 끊은 세 사람은 에버랜드의 대표 놀이기구인 티익스프레스를 타려고 했죠.

 

그런데 생각지 못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에버랜드 직원들이 놀이기구 탑승을 막은 겁니다. 그 이유는 김 씨를 비롯한 세 명이 시각장애를 가졌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왜 이런 행동을 했을까요?

 

나. 어트랙션 안전 가이드북

에버랜드 직원들이 특별히 장애인을 싫어해서 막은 건 아닙니다. 직원들이 시각장애인들의 놀이기구 탑승을 막은 이유는

에버랜드의 자체규정인 어트랙션 안전 가이드북때문이었습니다. 어트랙션 안전 가이드북에는 적정한 시력을 가지고 있어야티익스프레스를 탈 수 있다고 적혀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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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의 탑승이 제한되는 놀이기구는 티익스프레스뿐만이 아니라 더블락스핀, 범퍼카 등 7개의 놀이기구가 있었습니다.

 

김 모씨를 비롯한 3명은 당혹스러움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놀이기구를 못 타게 하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다. 장애인차별금지법

2007년에 장애인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었는데 이 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을 불리하게 대하는 행위즉 장애인 차별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3명의 시각장애인은 놀이기구 탑승제한이 장애인 차별행위라 생각하여 에버랜드를 운영하는 삼성물산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라. 김재왕 변호사

한편, 김 모씨를 대리하여 소송을 진행한 여러 변호사들 중에 김재왕 변호사가 있는데, 김재왕 변호사도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김재왕 변호사는 2009년에 시력을 잃어 시각장애인이 되었습니다. 김 변호사는 텍스트를 음성으로 읽어주는 프로그램으로 공부하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였습니다. 김 변호사는 각고의 노력을 한 끝에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고, 현재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공익법률센터에서 일하면서 장애인 인권 보장을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2. 법원의 판결은?

가. 쟁점

다시 애버랜드 사건으로 돌아가서 법원이 어떤 판결을 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시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놀이기구를 못 타게 했으니 삼성물산의 행동은 일단 차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쟁점은 그러한 차별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가”였습니다.

 

나. 삼성물산의 주장

삼성물산은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티익스프레스와 같은 놀이기구는 정상적인 시력을 가진 사람보다 시각장애인에게 더 큰 충격을 줄 우려가 있다는 게 삼성물산의 주장입니다.

 

또한 삼성물산은 시각장애인들이 놀이기구에 탈 때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이 크고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 시각장애인을 탈출시키거나 구조하는 일에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도 들었습니다.

 

다. 법원 판결

법원은 삼성물산의 주장이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시력에 따라 신체가 받는 힘의 차이에 대해 전문가의 확인을 거친 결과, 정상적인 시각을 가진 경우와 시각이 차단된 경우에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사건을 담당한 판사들은 삼성물산의 말이 맞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에버랜드를 방문해서 놀이기구를 실제로 탑승해 봤습니다.이렇게 판사들이 직접 현장에 가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걸 현장검증이라고 합니다. 판사들은 주로 제출된 서류를 가지고 판단을 하고 현장에 직접 나가는 일이 거의 없는데, 이 사건의 판사들이 현장검증을 실시한 걸 보면 이 사건에 관심을 많이 가졌던 것 같습니다.

 

 

현장검증의 결과는 어땠을까요? 실제 검증을 해보니시각장애인들도 별다른 이상 없이 놀이기구를 이용할 수 있었고, 비상탈출 과정에서 정상적인 탈출이 가능했습니다.

 

또한 법원은 다른 놀이기구와의 형평성도 지적하였습니다. 만약 삼성물산의 주장대로 시각장애인이 놀이기구를 타는 게 문제가 있으면 모든 놀이기구를 타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그런데 에버랜드 놀이기구 44개 중에서 티엑스프레스를 포함한 7개에 대해서만 시각장애인의 탑승이 제한되고 나머지 놀이기구는 시각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법원은 삼성물산이 시각장애인을 차별했고, 이건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위반되는 불법행위이므로 시각장애인 3명에게 각각 200만 원씩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일반적인 민사소송에서는 손해배상액을 정하면 법원의 역할은 끝납니다. 그런데 장애인차별 사안에서는 법원이 다른 요구를 추가로 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손해배상을 하라고 명령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차별행위의 중지나 시정을 위한 조치를 명할 수 있는데, 이걸 적극적 조치라고 합니다.

 

시각장애인들이 에버랜드 놀이기구를 탈 수 없었던 건 에버랜드의 어트랙션 안전 가이드북규정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규정이 남아있으면 계속 이런 일이 반복될 우려가 있습니다. 그래서 법원은 삼성물산에게 어트랙션 안전 가이드북규정 중에서 시각장애인의 탑승을 제한하는 내용은 삭제하라고 명령했습니다.

 

 

4. 요약 및 정리

  • 시각장애인 3명은 에버랜드에 가서 놀이기구를 타려고 했는데, 에버랜드 측은 “안전 가이드북” 규정에 따라 시각장애인의 탑승을 제한했습니다.
  • 삼성물산은 시각장애인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놀이기구 탑승 제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 하지만 법원은 이러한 에버랜드의 행동이 합리적 이유가 없는 장애인 차별행위라고 판단했고, 시각장애인 3명에게 200만 원씩 손해배상하고, 안전 가이드북을 개정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에버랜드-티익스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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