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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건 그 판례

수지에게 “국민호텔녀”라고 댓글 단 사람의 최후

by 로도스로 2024. 2. 24.

가수이자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수지는 어린 시절부터 연예인이 되는 게 꿈이었습니다. 2009년 엠넷 슈퍼스타K 오디션에 갔다가 JYP엔터테인먼트의 담당자에게 캐스팅되었습니다.

 

1년간 연습생 생활을 한 뒤 걸그룹 미쓰에이로 데뷔하였는데, 미쓰에이는 데뷔하자마자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 후 수지는 드라마와 영화로 활동 범위를 넓혔고, 특히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강인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영화에서 서연 역을 맡아 청순한 매력을 뽐낸 수지는 이 영화로 국민 첫사랑”, “국민 여동생이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수지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수지에게도 안티팬이 있었습니다. 한 안티팬은 수지에게 악플을 달았고, 이 일로 재판을 받았습니다. 그가 단 악플이 무슨 내용이었고, 법원은 어떤 판결을 했는지 지금 바로 알아보겠습니다.

 

※ 수지 악플 관련 유튜브 영상 바로보기(아래 이미지 클릭)

 

 

1. 무슨 일이 있었나?

40대 남성인 A가 수지에게 악플을 단 건 2015 10월입니다. A는 수지 관련 인터넷 뉴스에 댓글을 달았는데, 수지나 수지 소속 기획사를 비판하는 내용이었습니다. A는 댓글로 수지에 대해 언플이 만든 거품. 그냥 국민호텔녀라고 표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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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의 댓글은 수지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수지는 A의 댓글이 선을 넘었다고 판단했고, A를 모욕죄로 고소하였습니다.

검찰은 A가 모욕죄를 저질렀다고 판단해서 A를 재판에 넘겼습니다.

 

2.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A가 단 댓글이 수지를 모욕하는 것인지의 여부입니다.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모욕죄가 되는지를 알 필요가 있습니다.

 

모욕죄는 형법 제311조에 규정된 범죄인데 말 그대로 특정한 사람을 모욕해서 그 사람에 대한 평가를 깎아내리는 것을 말합니다.

 

○ 형법 제311조(모욕)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모욕죄와 비슷한 범죄로 명예훼손죄가 있습니다. 명예훼손과 모욕의 공통점은 둘 다 들었을 때 기분이 나쁘다는 겁니다.

 

그런데 법률적으로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는 구별되는데, 이 둘을 구별하는 기준은 사실을 이야기했는지의 여부입니다.

 

구체적인 사실을 이야기하면 명예훼손이고, 구체적인 사실을 말하지 않으면 모욕이라고 보면 쉽습니다. 예컨대, “홍길동은 사기를 쳐서 여러 번 교도소를 다녀왔다.”라고 말하면 구체적인 사실을 말했기 때문에 명예훼손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에 반해, “홍길동은 인간 쓰레기이다.”라고 말한다면 구체적인 사실은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욕에 해당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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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훼손죄와 관련해서 한 가지 알아둘 사실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사실을 말했더라도 그게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면 명예훼손죄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진실한 사실을 말했는데 처벌을 하는 건 타당하지 않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도 많이 있지만, 어쨌든 현행법상으로는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처벌의 예외는 있는데, 진실한 사실을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말했다면 처벌되지 않습니다.

 

 

 

다시 수지 사건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A가 단 댓글 중에서 문제가 되었던 부분은 크게 4가지인데,

“언플”, “국민호텔녀”, “영화 폭망”, “퇴물”이라는 표현이 쟁점이었습니다.

 

이 표현들은 수지를 모욕하는 표현일까요,

아니면 일상적으로 할 수 있는 표현일까요?

 

3. 2심 법원의 판결은?

이 사건의 1심 법원이 A에게 유죄판결을 선고하자, A가 항소를 제기했는데, 2심을 담당한 서울북부지방법원은 1심 판결을 뒤집고, A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서울북부지방법원이 A의 댓글에 대해 무죄로 판단한 이유는 표현의 자유를 중시했기 때문입니다. 헌법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고,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국가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가치입니다.

 

○ 헌법 제21조 ①모든 국민은 언론ㆍ출판의 자유와 집회ㆍ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②언론ㆍ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ㆍ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국민의 표현 행위를 쉽게 처벌하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고, 이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일입니다.

 

그리고 2심 법원은 연예인은 비연예인과 다르다고 판단했습니다. 연예인은 대중의 관심을 받는 사람이기 때문에 연예인에 대한 표현이 모욕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때 비연예인보다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리고 다소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하더라도 일반적인 상식과 통념에 비춰봤을 때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수준이면 처벌을 하지 않는데, 이걸 정당행위라고 합니다.

 

서울북부지방법원도 A가 단 댓글이 수지에 대한 모욕적인 표현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은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강하게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있고, 연예인과 비연예인의 차이를 고려하면 A의 댓글이 A를 처벌할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다고 봤습니다. 달리 말하면, A의 댓글이 다소 문제는 있지만 사회적인 상식의 범위 내에 있기 때문에 정당행위라고 본 것이죠.

 

 

4. 대법원의 판결은?

2심 법원이 무죄를 선고하자, 검찰이 상고를 제기했고, 대법원에 와서 결론이 또 한 번 뒤집혀졌습니다.

 

A1심에서 유죄를 받고, 2심에서 무죄를 받았는데, 3심에서 다시 유죄를 받은 겁니다.

 

대법원도 표현의 자유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연예인의 사생활에 대한 모욕적인 표현까지 표현의 자유로 보기로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최근 사회적으로 인종, 성별, 출신 지역을 이유로 소수자나 약자에게 혐오 표현을 하는 일이 자주 발생합니다. 대법원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 표현모욕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되었던 4가지 표현 즉, “언플”, “국민호텔녀”, “영화 폭망”, “퇴물중에서 언플”, “영화 폭망”, “퇴물에 대해서는 대법원도 모욕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이 문제로 삼은 건 국민호텔녀라는 표현입니다.

 

A가 수지를 국민호텔녀라고 표현한 건, 과거 수지가 남성연예인과 호텔을 갔다는 스캔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A가 수지를 국민호텔녀라고 평가하는 건 정당한 걸까요? 대법원은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국민호텔녀라는 표현에는 수지의 사생활을 들춰서 수지가 청순한 이미지와 달리 반대의 이미지가 있다는 암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한 호텔녀라는 말은 여성인 수지를 성적 대상화하여 비하하는 면도 있죠. 아무리 상대방이 연예인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표현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결론입니다.

 

대법원이 2심 법원의 판결을 파기하자, A는 다시 재판을 받았고, 결국 수지를 모욕한 혐의로 벌금 50만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많은 연예인들이 악플로 인한 고통을 호소합니다. 악플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연예인들도 적지 않은데, 여전히 악플로 인한 문제는 사라지지 않고 있죠. 누군가에게 악플을 달기 전에 상대방이 받을 상처를 한 번쯤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5. 요약 및 정리

  • A는 2015년 “수지는 국민호텔녀”라는 댓글을 달았고 수지는 A를 모욕죄로 고소하였습니다.
  • 2심 법원은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여 A가 무죄라고 판결하였습니다.
  • 하지만 대법원은 “국민호텔녀”라는 표현이, 수지를 성적 대상화하는 혐오 표현에 가깝다는 이유로 유죄라고 판결하였습니다.

 

참고자료

- 서울북부지방법원 2017노1014

- 대법원 2017도19229

 

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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