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한 잡지사의 기사가 대한민국을 뒤흔들었습니다.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 씨가 재혼한다는 소식이었는데,
그 상대방은 바로 희대의 사기꾼 전청조였죠.
인터뷰에서 전청조는 본인이 재벌 3세라고 소개했지만, 알고 보니 이건 새빨간 거짓말이었습니다. 이 기사를 계기로 전청조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그녀의 범죄 행각도 만천하에 드러났습니다.
전청조는 여러 건의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았고, 얼마 전 법원은 전청조에게 유죄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전청조 사건의 1심 판결문을 통해 그녀가 어떤 범죄를 어떻게 저질렀는지 지금 바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사기 행각
전청조는 이번 사건으로 문제가 되기 전에도 여러 건의 사기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습니다. 2021년에 사기죄로 유죄 판결을 받고 구치소에 수감되었는데, 가석방이 되자 다시 사기 범죄를 저지른 겁니다.
파라다이스 그룹은 카지노와 호텔을 주로 운영하는 기업집단인데, 전청조는 자신이 파라다이스 그룹 회장의 혼외자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 반도체 회사인 엔비디아의 대주주이고, 테슬라 자동차에 자신의 IT 기술이 들어갔기 때문에 테슬라를 팔 때마다 인센티브가 들어온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유명인과의 친분도 강조했는데, 이런 말도 하고 다녔습니다.
“테슬라 회장인 일론 머스크가
나에게 펜싱이나 골프를 같이 하자고 해서
남현희에게 펜싱을 처음 배우게 되었다.”
또한 전청조는 미국 뉴욕 출신 행세를 하면서 한국어와 영어를 이상하게 섞어서 사용했습니다.
한 유튜버에게 “I am신뢰에요~”라는 정체불명의 문장을 쓰기도 했죠. 하지만 그녀는 뉴욕 출신이 아니었고,
단지 어린 시절 강화도에서 지낼 때 “뉴욕뉴욕”이라는 이름의 돈가스 가게를 좋아했을 뿐이었습니다.
전청조가 허무맹랑한 거짓말을 한 이유는 사람들에게 사기를 치기 위해서였습니다.
전청조는 피해자들에게 은행 잔고 조회 화면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잔액이 무려 51조원이었습니다. 이것만 보면 전청조가 어마어마한 재력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화면은 포토샵으로 만들어낸 가짜였습니다. 실제로 전청조는 특별한 재산이 없는 빈털터리였습니다.
자신의 재력을 과시해서 사람들의 환심을 산 뒤에는 비상장주식이나 신규 어플리케이션 개발 투자를 권유하였습니다.
“비상장 주식에 1억원을 투자하면 매달 500만원을 입금해 주고,년 뒤에는 원금을 상환해 준다.”라고 말하는 식입니다.
하지만 전청조는 피해자들의 돈으로 투자를 한 적이 없습니다.
피해자들의 투자금은 전청조가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투자금으로 사치품을 구입하고 고급 외제차 리스 비용을 냈습니다. 전청조는 대표적인 고가 레지던스인 “잠실 시그니엘”에 거주했는데, 시그니엘 3개월 임대료는 1억 500만원이나 되었습니다. 물론 이 돈도 결국 피해자들이 낸 투자금입니다. 이렇게 전청조에게 사기피해를 당한 사람은 27명이고
피해액은 30억원이 넘습니다.
2. 성별까지 속인 전청조
남현희-전청조 결혼 기사에서 전청조는 남성인 것처럼 소개됐는데, 이걸 보고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가졌습니다. 사진을 보면 전청조가 여성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전청조는 남성으로 행세했고 언론 인터뷰에서도 남성이라고 주장했지만, 실제로 전청조는 여성입니다. 전청조는 어떻게 사람들을 속였을까요? 방법은 주민등록증을 이용하는 것이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여성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자 전청조는 사람들에게 주민등록증을 보여줬는데, 그 주민등록증에는 성별이 남성으로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그 주민등록증은 가짜입니다.
전청조는 인스타그램에서 “민증 위조”를 검색한 뒤, 전문 위조업자에게 510만원을 주고 위조된 주민등록증을 받았습니다. 주민등록증을 위조하는 건 공문서위조라는 범죄행위이고, 위조된 주민등록증을 사용하는 것 역시 범죄입니다.
또한 전청조는 파라다이스 그룹의 혼외자인 것처럼 속이기 위해서 회사의 사문서를 위조해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전청조는 어떤 때에는 남성 행세를 했지만 때로는 여성으로 활동하면서 사기를 치기도 했습니다. 소개팅 어플로 만난 한 남성에게 임신을 했다고 거짓말을 해서 약 7,300만원을 뜯어내기도 했죠.
사기꾼들의 주특기는 거짓말입니다. 하지만 전청조처럼 성별까지 속이는 사기꾼은 드문 편이죠. 다양한 사기꾼을 접했을 판사 역시 전청조 사건이 매우 특이하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전청조 사건의 1심을 담당한 재판부는 성별까지 왔다 갔다 하는 전청조의 어이없는 행동에 대해서 “소설가의 상상력을 훌쩍 뛰어넘어버렸다”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재판이 시작되자 전청조는 사기 범죄를 모두 자백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처벌을 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 법원은 전청조로 인한 피해가 매우 크기 때문에 전청조에 대한 엄벌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그녀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하였습니다.
※ 전청조 판결 선고 관련 뉴스 바로보기(아래 이미지 클릭)
3. 경호원 A씨
사기 범죄는 혼자서 하는 경우보다는 여러 사람이 같이 저지르는 경우가 더 많고 전청조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전청조의 조력자는 경호원인A 씨입니다.
A씨도 처음에는 전청조에게 사기를 당한 피해자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사기 피해자에서 전청조의 사기를 돕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아마 전청조를 도우면 사기 피해액을 돌려받거나 피해액 이상의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A 씨는 경호원으로서 전청조와 가깝게 지냈기 때문에 실제 전청조가 여성이지만 남성 행세를 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사기를 친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A 씨는 전청조를 막지 않고, 오히려 그녀를 도왔습니다. 전청조가 거주한 시그니엘과 전청조가 이용한 포르셰 차량은 모두A 씨의 명의로 계약된 겁니다. 또한 A 씨는 피해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낸 적이 있고,
피해자들의 돈을 받아서 전청조에게 전달한 적도 있습니다.
범행이 발각되자 전청조는 A 씨가 사기사건의 공범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A 씨가 공범까지는 아니고 전청조의 사기 사건을 더 쉽게 만든 방조범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공범은 적극적으로 범죄를 같이 계획한 것이라 공범들은 원칙적으로 같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처벌됩니다. 하지만 범죄를 소극적으로 도운 방조범은 주범보다는 약하게 처벌되죠. 그래서 법원은 전청조에게는 징역 12년을 선고했지만, A씨에게는 그보다 짧은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전청조 사건의 1심 판결이 선고되었지만,
아직 사건이 완전히 끝난 건 아닙니다.
검찰과 전청조가 모두 항소를 해서 2심 재판이 진행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4. 요약 및 정리
남현희 선수가 전청조와 결혼을 발표하면서 화제가 되었는데, 전청조는 본인이 재벌 3세이고 엄청난 부자라고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빈털터리 사기꾼이었고, 피해금액은 30억 원이 넘었습니다.
1심 법원은 전청조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는데, 전청조가 항소를 제기하여 2심 재판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 주요 참고자료
- 서울동부지방법원 2023고합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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