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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과 법/형사

[죄형법정주의] 죄형법정주의의 의미

by 로도스로 2017. 5. 25.

[죄형법정주의] 죄형법정주의의 의미

 

1. 죄형법정주의의 정의
 범죄를 저지르면 그에 따라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형사적인 처벌을 하기 위해서는 그 행위가 범죄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한 가지가 더 필요한데, 바로 특정한 행위를 금하는 내용이 ‘법률’에 미리 정해져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보통의 시민들은 어떤 행동을 할지 말지를 쉽게 판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어떤 행위가 범죄가 되는지의 여부 및 그에 따라 어떤 정도의 처벌을 할 것인지를 미리 법률로 정해야 한다는 원칙을 ‘죄형법정주의(罪刑法定主義)’라고 합니다. 죄형법정주의는 “법률 없으면 범죄 없고 형벌도 없다.”로 표현되기도 하는데, 근대 형법의 기본원리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원리입니다.


2. 구체적인 사례

(1) 문제
 갑은 을의 휴대전화기를 훔친 뒤에, 을의 휴대전화로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걸고 무선인터넷에 접속하였습니다. 갑의 전화사용 및 무선인터넷 접속 때문에 을은 자신이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통화료 및 무선요금을 추가적으로 부담해야 했습니다. 이때 갑이 휴대전화기를 훔친 것이 절도죄에 해당함은 분명한데, 갑이 을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하고 무선인터넷을 사용한 것도 형사적으로 처벌이 되는 범죄에 해당할까요?  

(2) 설명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를 무단으로 사용해도 그 행위 자체로는 범죄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이러한 행위를 분명히 나쁜 행동이기는 하지만, 범죄라고 규정하고 그에 대한 처벌 정도를 정해 놓은 법률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이 사례와 유사한 상황을 규정해 놓은 것이 형법 제347조의2(컴퓨터등 사용사기)여서 검찰은 갑을 이 조문을 근거로 기소했습니다.

형법 제347조의2(컴퓨터등 사용사기) 컴퓨터등 정보처리장치에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거나 권한 없이 정보를 입력·변경하여 정보처리를 하게 함으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컴퓨터등 사용사기죄는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에 따라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한 사기를 처벌하기 위한 것으로,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의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입력하여 인터넷뱅킹에 접속한 뒤 자신의 계좌로 예금을 이체시켜서 자신의 예금액을 증가시키는 경우가 대체적인 처벌 사례입니다(【대법원 2004.04.16. 선고 2004도353 판결】).
 컴퓨터등 사용사기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컴퓨터등 정보처리장치에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거나 권한 없이 정보를 입력·변경하여 정보를 처리하게 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을의 휴대전화기로 전화통화를 하고 무선인터넷에 접속한 것을 ‘허위의 정보 입력 또는 권한 없이 정보를 입력한 행위’으로 볼 수 있을까요? 법원은 갑의 행위를 허위의 정보 입력 등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컴퓨터등 사용사기죄에 대해서는 갑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대법원 2010. 9. 9. 선고 2008도128 판결】).


3. 결론
 과학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고, 그에 따라 다양한 신종범죄들이 기승을 부리곤 합니다.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어 법이 제때 신속하게 제정되거나 개정되어야 하는데, 법의 제정 및 개정은 시간적으로도 오래 걸리고 내용적으로도 충분치 못한 때가 종종 있습니다.
 이처럼 법이 사회의 변화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해서 갑은 나쁜 행동을 저지르고도 운 좋게 처벌을 받지 않게 되었습니다.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입법의 미비로 처벌의 공백이 일부 생기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죄형법정주의는 반드시 지켜져야 합니다. 처벌 법규도 없이 마음대로 형벌을 가할 수 있게 한다면, 그야말로 국가에 의한 무자비한 공권력행사가 가능하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한 막대한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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