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방위] 정당방위의 의의 및 성립요건
1. 위법성 조각사유 및 정당방위의 의의
일반적으로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행위)는 규범에 위배되므로 ‘위법하다’라고 말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닙니다. 구성요건에는 해당하는 행위이기는 하나, 위법성을 없애는 특별한 사정이 있어서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이처럼 위법성을 없애는 사정을 ‘위법성 조각사유’라고 합니다.
위법성 조각사유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은, 일상 용어로도 자주 쓰이는 ‘정당방위’입니다. 정당방위는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행위입니다.
2. 정당방위를 인정하고 있는 이유
형법이 정당방위를 인정하고 있는 이유는, 타인의 위법한 침해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는 것을 허용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공권력 또는 형벌권은 국가가 독점적으로 가지는 것이어서 자력구제(自力救濟)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아무리 사기꾼이 자신을 속이고 돈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그 사기꾼의 집에 가서 사기꾼의 재산을 함부로 가져올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타인의 위법한 침해가 있는 데에도 국가의 공권력이 개개인을 충분하게 보호하지 못할 때도 있고, 이럴 때에는 개인 스스로 우선 자신을 보호하여야 합니다. 또한 위법한 침해에 대해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행위를 허용하는 것이 전체적인 사회 법질서를 지키는 방법이 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정당방위의 정신을 “(합)법은 불법에 양보할 필요 없다.”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3. 정당방위의 성립요건
정당방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3가지 요건을 갖추어야 합니다. 첫째, 현재의 부당한 침해가 있어야 하고, 둘째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을 방위하기 위한 행위여야 하고, 셋째 방위행위에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각 요건을 조금 더 자세하게 살펴보겠습니다.
(1) 첫째, “현재의 부당한 침해”가 있어야 합니다.
시간적으로 보아 ‘현재의 침해’여야 하므로 과거의 침해에 대해서는 정당방위가 성립할 수 없습니다. 지금 누군가가 이유도 없이 몽둥이로 공격을 한다면 방어차원에서 공격자를 상대로 주먹을 날릴 수 있지만, 몽둥이로 맞은 다음날 그 사람을 찾아가서 그 사람을 때린다면 그러한 행위는 정당방위라고 볼 수 없고 단순한 복수에 불과합니다.
상대방의 침해가 ‘부당’해야 하는데, 이때의 부당은 위법하다는 의미입니다. 직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하면 공무집행방해죄(제136조)에 해당합니다. 이때 ‘직무’는 적법한 공무집행만을 말하므로, 적법하지 않은 공무집행에 대해서는 거부하거나 저항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경찰이라고 하더라도 함부로 일반 국민을 체포할 수는 없습니다. 체포의 요건을 갖추지도 않았고 체포 대상자가 분명하게 거부하는데 불구하고 경찰관이 강제로 체포하려고 한다면 이는 적법한 공무집행이 아닙니다. 따라서 위법한 공무집행에 대하여 저항하는 과정에서 경찰관에게 어느 정도 폭력을 행사하더라도 정당방위에 해당하여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대법원 2002.05.10. 선고 2001도300 판결】).
(2) 둘째,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을 방위하기 위한 행위여야 합니다.
타인을 지키기 위한 행위도 정당방위에 속하므로, 강도가 자신의 가족에게 위협을 가하고 있다면 강도를 힘으로 제압하여 물리치는 것도 정당방위가 될 수 있습니다.
정당방위는 말 그대로 ‘방위(방어)’를 위한 행위이므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행위를 정당방위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싸움은 대개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알기 어렵고 딱히 공격과 방어를 구분하기도 어렵습니다. 서로 시비가 붙어서 경찰서에 불려간 사람들이 거의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는, “나는 가만히 있었는데, 저 사람이 나를 먼저 때렸다.”입니다.
법원은 싸움에서의 가해행위는 방어행위인 동시에 공격행위의 성격을 가지므로 원칙적으로 정당방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봅니다(【대법원 2000.03.28. 선고 2000도228 판결】). 상대방이 시비를 걸더라도 적당히 무시하고 넘어가는 것이 차라리 나을 수 있습니다. 상대의 시비에 대응하다가 잘못하면 쌍방폭행으로 같이 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겉보기에는 서로 치고 받고 싸운 것처럼 보인다고 하더라도 실제로는 한쪽 당사자가 일방적으로 불법한 공격을 가하고 상대방은 이러한 불법한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이를 벗어나기 위한 저항수단으로 폭력을 행사한 경우에는 정당방위를 인정하고 있기도 합니다(【대법원 1999.10.12. 선고 99도3377 판결】).
(3) 셋째, 방위행위에는 상당한 이유(상당성)가 있어야 합니다.
상당한 이유가 있다는 말은, 방위행위의 정도가 사회적인 상식 또는 일반적인 윤리감정에 따른 적정한 정도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견문발검(見蚊拔劍)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모기를 잡는 데에는 두 손만 있어도 가능하고 기껏해야 파리채 정도면 충분한데, 칼을 빼 드는 것은 지나친 대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무리 방어행위라고 하더라도 필요한 정도에 그쳐야지 그 이상을 넘어서는 때에는 정당방위가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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