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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과 법/기타

[청탁금지법] 경찰관에게 떡 제공하여 김영란법 위반으로 제재된 최초 사례

by 로도스로 2017. 5. 26.

[청탁금지법] 경찰관에게 떡 제공하여 김영란법 위반으로 제재된 최초 사례

 

 

1. 수사관에게 45,000원짜리 떡을 건넨 고소인 A
- A는 2016. 9. 1. 춘천경찰서에 ‘김○○이 변제할 의사나 능력 없이 자신(A)으로부터 1,700만 원을 차용금 명목으로 편취하였으니 김○○을 사기죄로 처벌하여 달라’는 내용의 고소장을 제출하였습니다.
- A는 위 고소사건의 수사를 담당한 춘천경찰서 소속 B 경위와 전화로 일정을 조율하여 2016. 9. 29. 경찰서에 출석하여 조사를 받기로 하였습니다.
- A는 2016. 9. 28. 자신이 운영하는 업체의 직원인 C로 하여금 B 경위에게 45,000원 상당의 떡 1상자를 전달하도록 하였습니다.
- B 경위는 직원 C에게 떡상자를 반납하려 했으나 C가 받지 않자 일단 떡상자를 받아두었다가, 퀵서비스를 이용하여 떡 상자를 A에게 반환한 다음 소속기관장인 춘천경찰서장에게 서면으로 위 금품 제공 사실을 신고하였습니다.

 

 

2. 두 가지 쟁점
 이 사건은 청탁금지법(흔히 ‘김영란법’으로 불리지만, 공식 법률 명칭은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고, 줄여서 ‘청탁금지법’이라 합니다) 위반이 문제되어 이루어진 첫 재판이었습니다. 쟁점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첫 번째는 “A가 B경위에게 건넨 떡 상자가 직무관련성이 있는 공무원에게 제공한 금품에 해당하는가“이고, 두 번째는 ”혹시 금품 제공이 가능한 예외 사유에 해당하지는 않는가“입니다.

 

3. A와 B경위 사이의 직무관련성

 

청탁금지법 제8조(금품등의 수수 금지)
② 공직자등은 직무와 관련하여 대가성 여부를 불문하고 제1항에서 정한 금액 이하의 금품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아니 된다.
④ 공직자등의 배우자는 공직자등의 직무와 관련하여 제1항 또는 제2항에 따라 공직자등이 받는 것이 금지되는 금품등(이하 "수수 금지 금품등"이라 한다)을 받거나 요구하거나 제공받기로 약속해서는 아니 된다.
⑤ 누구든지 공직자등에게 또는 그 공직자등의 배우자에게 수수 금지 금품등을 제공하거나 그 제공의 약속 또는 의사표시를 해서는 아니 된다.

 

 위 청탁금지법 규정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누구든지 직무관련성이 있는 공무원에게 금품을 제공해서는 안 됩니다. 반대로 말하면 직무관련성이 없는 공무원에게는 금품을 제공해도 청탁금지법에는 위반되지 않으므로, A와 B 경위 사이에 ‘직무관련성’ 있는지를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이때 직무란 무엇일까요? 대법원은 직무에 대해 “공무원이 법령상 관장하는 직무 그 자체뿐만 아니라 그 직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행위 또는 관례상이나 사실상 소관하는 직무행위 및 결정권자를 보좌하거나 영향을 줄 수 있는 직무행위도 포함한다”(대법원 2001. 1. 19. 선고 99도5753 판결[뇌물수수])라고 보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해당 공무원이 담당한 공적인 업무가 직무인 겁니다.
 법원은 A와 B경위 사이에 직무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A는 김○○를 사기죄로 처벌하여 달라는 내용의 고소를 제기한 고소인의 지위에 있었고, B경위는 고소사건의 수사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4. 예외사유에 해당여부
(1)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 또는 부조 목적
 청탁금지법은 원칙적으로 직무관련성 있는 공무원에게 금품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면서도 일정한 예외사유를 규정해 놓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 의례 또는 목적의 금품 제공입니다(청탁금지법 제8조 제3항 제2호).
 청탁금지법의 핵심내용을 “공직자와 식사를 할 때는 3만원이하로 먹어야 한다.”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와 같은 생각의 근거가 바로 이 조항입니다. 하지만 3만원 이하의 식사라고 해서 항상 안전한 것은 아닙니다. 청탁금지법은 금액뿐만 아니라 목적도 예외사유의 요건으로 보고 있습니다. 즉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 의례 또는 부조 목적이면서 일정 금액(식사는 3만원, 선물은 5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 이하여야 청탁금지법 위반이 아니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법원은 이 사건 금품의 제공행위에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부조의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춘천지법 2016. 12. 6. 자 2016과20 결정). 그 이유는 A는 자신이 제기한 고소사건을 B 경위가 담당하면서 비로소 그를 알게 되었고, B경위는 김○○에 대한 사기 피의사건의 수사를 담당하는 수사관이었기 때문입니다. 

(2) 사회상규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 의례 또는 부조 목적” 이 청탁금지법상 금품 수수가 허용되는 유일한 경우는 아닙니다. “그 밖에 다른 법령·기준 또는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도 예외사유입니다. 이 조항은 다소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데, 그건 이 조항이 예외사유의 일반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소사건의 담당 수사관이 고소인에게서 떡상자를 받을 수 있다고 정해놓은 법령이나 기준은 없으므로 결국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지가 문제됩니다. 그렇다면 사회상규란 무엇일까요? 판례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고, 어떠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지 여부는 구체적 사정 아래 합목적적, 합리적으로 고찰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0. 4. 25. 선고 98도2389 판결).

 

 다시 말해 건전한 사회 윤리 혹은 법상식에 비춰 봤을 때 “이 정도는 허용되는 행위이다.”라고 인정되는 행위를 말하는데, 그 판단은 개별적인 사정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법원은 A가 B경위에게 떡상자를 제공한 것이 사회상규상 허용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경찰관은 중립적·객관적인 지위에서 고소사건을 수사하여야 하고, 만약 고소인의 고소 내용이 허위인 경우에는 형법 제156조의 무고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수사할 수도 있으므로, 피고소인이나 제3자의 입장에서 볼 때 수사의 공정성에 의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5. 결론
 A는 ‘경찰관이 늦게까지 근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간식으로 드시라는 의미로 준 것’이라고 진술하였지만 법원은 A의 주관적인 의도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좋은 의도라고 하더라도 직무관련성 있는 공무원에게 금품을 제공하는 것은 청탁금지법에 위반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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