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에 위치한 “괌”은 자연풍광이 뛰어나고 비교적 거리가 가까워서,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휴양지 중의 한 곳입니다.
그런데 괌에서 최악의 항공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습니다. 서울에서 괌으로 가던 대한항공 여객기가 추락해서, 254명(승객 237명·승무원 17명)의 탑승자 중에서 무려 228명이 사망하고, 26명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이 사건은 그 자체로 충격적인 사고이기도 하지만, 매우 유명한 상속 사건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고 항공기에는1,000억 원 대의 재산을 가진 사람도 탑승했는데, 그가 사망하자 막대한 재산을 둘러싸고 사위와 형제자매가 강하게 대립했습니다.
법원은 누구의 손을 들어줬는지 지금 바로 알아보겠습니다.
※ 대한항공 괌 추락사고 소송 관련 영상 바로보기(아래 이미지 클릭)
1. 무슨 일이 있었나?
1997년 8월 6일 오후 8시 22분, 괌으로 가는 대한항공 여객기가 김포공항에서 이륙했습니다. 여객기가 괌에 도착할 무렵,
괌 아가나 국제공항에는 심한 폭우가 내리고 있었고, 관제탑의 항공기 착륙 유도장치는 고장 난 상태였습니다. 시야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았지만 조종사는 착륙을 결정했고, 결국 여객기는 언덕에 충돌하고 말았습니다.
이 사고로 총 254명이 사망했던데 그중에는 이성철 씨도 있었습니다. 이성철 씨는 상호신용금고 회장으로 1,000억 원 대의 재산을 가진 자산가였습니다.
지금도 1,000억원은 엄청난 거액이지만, 1997년의 물가를 고려하면 얼마나 큰돈인지 알 수 있습니다. 1997년의 지하철 요금은 400원이었는데, 지금은 지하철 한 번 타는데 1,400원을 내야 합니다. 교통비 기준으로 약 4배 정도 물가가 오른 셈이니, 단순계산하면 이 회장의 재산은 현재 기준으로 약 4,000억원 가량 되는 겁니다.
이 사건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이성철 회장의 가족관계를 먼저 알 필요가 있습니다.
이 회장에게는 아내인 A씨와 딸 한 명, 아들 한 명이 있었습니다. 딸인 B씨는 “김희태” 한양대 교수와 결혼하여 두 명의 자녀(딸 한 명, 아들 한 명)를 낳았습니다. 아들 C씨는 D씨와 결혼하여 한 명의 자녀(딸 한 명)를 두었죠.
이성철 회장의 모든 가족들은 비행기에 탑승하여 사망했는데, 유일하게 사위인 김희태 교수만 괌에 가지 않아 목숨을 건졌습니다.
한편, 이성철 회장에게는 7명의 형제자매들도 있었습니다.
2. 사건의 핵심 쟁점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이 회장의 재산을 형제자매와 사위 중에서 누가 가지는 게 맞는가?”입니다.
서로 자신이 상속을 받는 게 맞다고 주장했는데, 법적으로 누구 말이 더 타당한지 알아보기 위해 상속순위에 관한 민법 규정을 살펴보겠습니다.
○ 민법 제1000조(상속의 순위) ①상속에 있어서는 다음 순위로 상속인이 된다.
1.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2. 피상속인의 직계존속
3. 피상속인의 형제자매
4. 피상속인의 4촌 이내의 방계혈족
1순위 상속인은 직계비속인데, 이성철 회장의 자녀와 손자녀는 모두 사망했고, 2순위 상속인 직계존속(부모, 조부모)도 모두 돌아가신 상태였습니다.
3순위 형제자매는 살아 있었으니, 이 회장의 형제자매들은 본인들이 재산을 갖는 게 맞다고 주장했죠.
하지만 사위인 김희태 교수는 자신이 상속받아야 한다고 맞섰습니다.
김 교수가 그렇게 주장한 근거는 “대습상속”이란 제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3. 대습상속이란?
대습상속은 상속인이 될 직계비속이 상속 개시 전에 사망하면 그 사람의 직계비속이나 배우자가 상속을 받는 걸 말합니다.
쉽게 말하면, 대습상속은 “대신상속”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만 설명하면 쉽게 이해가 안 될 수 있으니,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갑”에게는 부인 “을”과 자녀 “병”이 있고, “병”에게는 자녀 A가 있습니다.
이때, “병”이 먼저 사망하고 그 뒤 1년 뒤에 “갑”이 사망한 경우, “갑”의 손자녀인 A는 “갑”의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는데,
이게 바로 대습상속입니다. 대습상속을 인정하고 있는 이유는 상속이 공평하게 이뤄지도록 하기 위한 겁니다.
만약 “병”이 먼저 사망하지 않았다면 “병”이 “갑”의 재산을 상속받은 뒤, 그 재산이 다시 A에게 상속되었을 겁니다.
그런데, “병”이 먼저 사망하였다는 이유로 A가 상속을 전혀 받지 못한다면 A입장에서는 불공평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사위인 김희태 교수는 이성철 회장의 아내가 먼저 사망했으니 아내를 대신해서 상속을 한다고 주장한 것이죠. 그러자 이성철 회장의 형제자매들은 이 사건에서는 대습상속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는데, 그 근거로 민법 규정을 제시했습니다.
○ 민법 제1001조(대습상속) 전조제1항제1호와 제3호의 규정에 의하여 상속인이 될 직계비속 또는 형제자매가 상속개시전에 사망하거나 결격자가 된 경우에 그 직계비속이 있는 때에는 그 직계비속이 사망하거나 결격된 자의 순위에 갈음하여 상속인이 된다. <개정 2014. 12. 30.>
민법 제1001조에 따르면 대습상속이 일어나려면, 상속인이 될 직계비속이 상속개시 ”전”에 사망해야 합니다. 달리 말해, 이 회장의 딸이자 김 교수의 아내인 B씨가 이 회장보다 먼저 사망해야 대습상속이 발생하는데, 이 사고에서 두 사람 중 누가 먼저 사망했는지를 알기는 어렵습니다.
이렇게 동일한 사고 두 사람이 사망했을 때에는 민법에 따라 두 사람이 동시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합니다(민법 제30조). 즉, 이 회장의 형제자매들은 “이 회장과 딸은 동시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니, 대습상속이 일어나지 않고, 김 교수가 상속을 받을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4. 법원의 판결
법원은 사위인 김희태 교수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민법 조문에서는 “상속인이 상속개시 전에 사망해야” 대습상속이 일어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그 취지를 고려하면, 동시사망으로 추정되는 경우에도 대습상속이 일어난다고 해석한 겁니다.
법원이 이렇게 결정을 한 이유는 형평성 때문입니다.
만약 이 회장의 딸이 먼저 사망했다면, 민법 규정대로 대습상속이 일어나서 사위는 상속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이 회장의 딸보다 이 회장이 먼저 사망했다면 어떨까요? 이 회장의 재산은 직계비속인 딸에게 상속이 되었다가, 딸이 사망하면 그 배우자인 김 교수가 상속을 받게 됩니다. 이 회장과 딸 중에서 누가 먼저 사망을 했든 결과적으로 김 교수가 상속을 받게 되는데, 동시사망으로 추정하는 경우에만 김 교수가 상속을 못 받는다고 하면, 이상한 결론이 생기기 때문이죠.
이 회장의 형제자매들은 법리적인 주장을 펼쳤을 뿐만 아니라, 상식에 호소하는 주장도 했습니다. 김 교수를 상속인으로 보면, 인척에 불과한 사위가 모든 재산을 갖고, 혈족인 형제자매들은 이 회장의 재산을 하나도 받지 못하는데, 이게 말이 되냐는 겁니다. 또한 사위인 김 교수가 재혼이라도 하면 완전한 남이 되는 건데, 이런 점만 봐도 김 교수가 상속인이 되는 게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죠.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위보다는 피를 나눈 형제자매들이 이 회장의 재산을 갖는 게 어쩌면 국민 정서에는 더 맞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법원은 법에 따라 판단을 하는 곳이라 이 회장 형제자매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원래 대습상속이란 게 혈족보다는 배우자를 우선시하는 제도이기 때문입니다.
5. 요약 및 결론
- 1997년 대한항공 여객기가 괌에서 추락하여 수많은 사람이 사망하였고 이성철 회장도 그중 한 명이었습니다.
- 이 회장의 1,000억 원대 재산을 둘러싸고, 그의 사위와 형제자매들이 소송을 했습니다.
- 법원은 대습상속제도가 있으므로, 사위인 김 교수가 이 회장의 모든 재산을 상속받는 게 맞다고 판결했습니다.
'그 사건 그 판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호중이 모델료 청구했다가 9,000만원 토해낸 사연 (0) | 2024.05.19 |
---|---|
엄인숙, 남편을 2명이나 죽인 희대의 살인마 (2) | 2024.05.06 |
가수 영탁이 막걸리회사에 소송을 건 이유 (0) | 2024.04.13 |
최태원-노소영 이혼소송의 승자는 누구? (6) | 2024.03.27 |
타블로에게 학력 의혹을 제기한 사람들의 최후 (0) | 2024.03.2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