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영탁이 막걸리회사에 소송을 건 이유

가수 영탁은 2005년 영화 “가문의 위기” OST곡으로 데뷔하였습니다. ‘지방아이들소울’이라는 4인조 팀으로 SBS 예능프로그램인 “스타킹”에 출연하였고, 히든싱어2에서는 모창 능력자로 나오기도 했죠.

 

영탁은 다양한 분야에서 열심히 노력하였지만 TV조선의 ‘미스터 트롯’에 출연하기 전까지는 꽤 길게 무명생활을 했습니다.

 

영탁은 ‘미스터 트롯’에서 “막걸리 한잔”이라는 노래를 불렀는데, 이 곡이 크게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후로 영탁과 막걸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습니다. 한편, 영탁은 막걸리와 악연이 있기도 합니다. 2021년부터 막걸리 제조회사인 “예천양조”와 법적인 분쟁을 겪고 있는데요, 영탁과 막걸리 회사는 왜 소송을 하고 있고, 법원은 어떤 판결을 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 영탁 사건 관련 "유튜브 영상" 바로 보기(아래 이미지 클릭)

 

 

1. 무슨 일이 있었나?

영탁이 미스터트롯에서 “막걸리 한잔”을 부르고 그 영상이 공개된 뒤 얼마 있지 않아 예천양조는 “영탁”이라는 막걸리 상표를 출원했습니다. 출원이라는 건 상표나 특허를 신청한다는 뜻입니다.

 

※ 영탁의 "막걸리 한 잔" 바로 듣기

 

그 이후인 2020년 4월, 예천양조는 영탁 측과 홍보모델계약을 체결하였는데요, 계약기간은 1년이었습니다. 예천양조는 영탁과 홍보모델계약을 체결한 뒤, 영탁 막걸리를 출시했습니다.

 

영탁 막걸리를 출시하자 예천양조는 소위 대박이 났습니다. 예천양조의 2019년 매출은 1억 5,000만 원 정도였는데

영탁 막걸리가 출시된 2020년에는 매출이 50억이 넘었으니, 1년 만에 4,000% 넘게 매출이 늘어난 셈이죠.

 

한편, 2020년 7월 특허청은 예천양조가 신청한 상표 “영탁”의 등록을 거절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상표법에 따르면 유명인의 동의 없이 유명인의 이름이나 예명을 함부로 상표로 사용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유재석의 동의 없이 “유재석 커피”를 상표로 쓸 수는 없습니다.

○ 상표법 제34조(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는 상표) ① 제33조에도 불구하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상표에 대해서는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 6. 저명한 타인의 성명ㆍ명칭 또는 상호ㆍ초상ㆍ서명ㆍ인장ㆍ아호(雅號)ㆍ예명(藝名)ㆍ필명(筆名) 또는 이들의 약칭을 포함하는 상표. 다만, 그 타인의 승낙을 받은 경우에는 상표등록을 받을 수 있다.

 

예천양조 대표는 영탁의 어머니와 만나서 상표 등록 문제와 상표사용료, 막걸리 판매 수익 분배에 대해 협상했지만, 양측의 의견이 달라서 협상이 결렬되었습니다. 그 사이에 영탁과 예천양조 사이의 홍보모델계약은 종료되었죠.

 

그러자 예천양조 측은 영탁을 비판하는 입장문을 발표했습니다. “영탁이 1년에 50억 원, 3년에 150억 원을 요구해서 협상이 결렬되었고, 영탁 팬들의 조직적인 막걸리 불매운동 때문에 예천양조와 대리점들이 존폐위기에 처했다”라는 것이 예천양조의 주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건 사실이 아니었고, 허위의 사실로 영탁의 명예를 훼손한 예천양조 대표는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의 유죄 판결을 선고받았습니다.

 

 

 

2. 이 사건의 쟁점

상표나 상호를 부정하게 사용하는 걸 방지하기 위한 법으로 “부정경쟁방지법”이란 법률이 있습니다.

 

부정경쟁방지법에 따를 때, 널리 인식된 타인의 영업표지를 사용하여 다른 사람의 영업활동과 혼동하게 만드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됩니다.

 

영업표지라는 말이 다소 어려운데, 영업표지는 다른 사람의 영업을 나타내는 표시를 말하는데, 대표적으로 회사의 상호가 영업표지입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와 아무런 연관도 없으면서, 삼성전자 제휴 사업장이라고 표시를 하고 영업을 하면 부정경쟁방지법에 위반될 수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가수의 이름이나 예명도 영업표지가 될 수 있을까요? 가수의 예명이 회사의 상호처럼 영업표지가 되려면, 일반인들 대부분이 그 이름을 들으면 해당 가수를 떠올릴 정도로 유명하고, 예명이 상당한 고객흡인력을 가져야 합니다.

 

영탁 막걸리 사건으로 다시 돌아와 보겠습니다. 영탁 측은 “영탁”도 일종의 영업표지인데, 예천양조가 “영탁”이라는 영업표지를 마음대로 막걸리 제품에 사용하고 있으니, 부정경쟁방지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이 사건의 쟁점은 두 가지입니다.

 

• 첫 번째: “영탁”이 영업표지에 해당하는가?
• 두 번째: 예천양조가 “영탁 막거리를 판매하는 게 영탁의 영업활동을 방해하는 행위인가? 

 

3. 법원의 판결은?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법원은 영탁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달리 말하면, 예천양조가 영탁의 동의 없이 “영탁 막걸리”라는 이름의 제품을 판매하는 게 불법이라고 본 것이죠.

 

법원은 “영탁”이 국내에 널린 알려진 예명으로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표지가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만큼 가수 영탁이 유명한 인물이라는 뜻인데요, 법원이 인정한 가수 영탁의 활약상을 살펴보겠습니다.

 

영탁은 2016년 트로트 가수로 전향하였고, 2018년에 “니가 왜 거기서 나와”를 발표했는데, 아이들이 이 노래를 부르는 학예회 영상, 장기자랑 영상이 틱톡이나 유튜브에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2020년, 영탁은 TV조선의 “미스터 트롯”에 출연하였는데, 이 프로그램은 최고 시청률이 35.7%나 되었고, 영탁은 2위에 해당하는 “선”으로 뽑혔습니다. 그 이후 영탁은 약 27편의 광고에 출연하였고, 영탁의 공식 유튜브 채널인 “불쑥 TV”는 2021년 7월 기준으로 누적 조회수가 2억 회를 넘었습니다.

 

 

또한 영탁은 2020 트롯 어워즈에서 “라이징스타상”을 받고, 멜론 뮤직 어워드에서 “핫트렌드상”을 받았습니다. 한마디로 영탁은 매우 유명한 인기가수인 겁니다.

 

예천양조는 “영탁”이 영업표지라고 하더라도 자신들이 “영탁 막걸리”를 판매하는 게 고객들에게 혼동을 주지는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영탁은 주로 가수 활동을 하고 예천양조는 막걸리 제조/판매를 하는데, 두 개의 사업 사이에는 연관성이 없다는 논리였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예천양조의 주장이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오늘날 연예인들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제품을 판매하거나, 연예활동 이외에도 다양한 사업에 진출하기 때문에 사업 분야가 다르더라도 혼동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죠. 그래서 연예인의 이름이나 사진을 상품에 사용하려면, 연예인이나 소속사의 허락을 받는 게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관행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법원은 예천양조가 자신들의 막걸리에  “영탁”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4. 요약 및 정리

• 가수 영탁이 “미스터 트롯”에서  “막걸리 한잔”을 부른 후, 크게 화제가 되자  막걸리 제조 회사인 예천양조는 “영탁 막걸리”를 출시하였습니다.
• 예천양조는 영탁 측과 “영탁 막걸리” 상표 등록 문제를 협의하였으나, 양쪽의 입장이 달라 합의가 되지 않았습니다.
• 법원은 예천양조의 막걸리에서  “영탁”이라는 표시를 제거하라고 판결하였습니다.

 

※ 참고자료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가합565807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