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홈플러스 1mm 경품 응모권 사건
2017. 5. 31. 손석희 앵커는 뉴스룸 앵커브리핑(“악마는 디테일에 있다.”)에서 옛 새누리당의 광고를 거론하였습니다. 지난해 총선 당시에 '5대 개혁과제를 이행하지 못하면 1년 치 세비를 국가에 반납하겠다'고 공언한 옛 새누리당 광고가 그 1년이 다 되었지만, 약속을 지키는 국회의원들은 없다는 사실을 지적하였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언급된 사안이 이른바 홈플러스 1mm 경품 응모권 사안이었습니다.
1. 사실관계
- 홈플러스는 보험회사들과 경품행사를 통해 취득하는 개인정보를 1건당 1,980원에 판매하는 업무제휴약정을 체결하였습니다. 그 뒤 경품행사를 가장하여 경품 당첨을 기대하고 응모하는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하여 보험회사에 대가를 받고 팔아넘길 목적으로 경품행사를 기획·시행하기로 하였습니다.
- 홈플러스는 경품행사에서 벤츠 승용차, 다이아몬드 반지 등을 경품으로 내걸었는데, “창립 14주년 고객감사 대축제”, “그룹 탄생 5주년 기념”, “브라질 월드컵 승리 기원”, “홈플러스가 올해도 10대를 쏩니다”와 같은 문구로 홍보를 하였습니다.
- 홈플러스는 2011년 12월경부터 2014년 6월경까지 11회에 걸쳐 경품행사를 실시하였는데, 이를 통하여 경품행사에 응모한 고객들의 개인정보(성명, 생년월일 또는 주민등록번호, 휴대전화번호, 자녀 수, 부모님과 동거 여부 등) 합계 약 712만 건을 수집하고 그 처리(제3자 제공)에 관한 동의를 받았으며, 그중 약 600만 건을 보험회사에 판매함으로써 약 119억 원을 지급받았다.
2. 이 사건의 쟁점
개인정보를 수집, 이용하려면 개인정보를 가진 정보주체로부터 처리에 대한 동의를 받아야 하고(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수단이나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취득하거나 처리에 관한 동의를 받아서는 안 됩니다(개인정보보호법 제59조 제1호). 만약 이를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수단이나 방법을 사용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개인정보보호법 제72조 제1호).
개인정보보호법 제59조(금지행위)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수단이나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취득하거나 처리에 관한 동의를 받는 행위
개인정보보호법 제72조(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2. 제59조제1호를 위반하여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수단이나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취득하거나 개인정보 처리에 관한 동의를 받는 행위를 한 자 및 그 사정을 알면서도 영리 또는 부정한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
홈플러스도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보험회사에 제공하는 것에 대해서 고객의 동의를 받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목적, 보험회사에 제공된다는 사실 등에 관한 내용을 약 1mm 크기로 인쇄하여 고객들이 이 사실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는 겁니다.
이렇게 홈플러스가 1mm크기로 안내한 게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수단이나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취득하거나 처리에 관한 동의를 받는 행위”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3. 1심과 2심의 판단
1심 법원과 2심 법원은 홈플러스가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보아, 홈플러스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서울중앙지법 2016. 8. 12. 선고 2016노223 판결).
개인정보 보호법상 개인정보 수집 및 그 처리에 관한 동의를 받을 때 정보주체에게 알려야 하는 사항을 응모권에 모두 기재하였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응모권에 기재된 약 1mm 크기의 글씨는 복권, 의약품 사용설명서 등 다양한 곳에서 통용되는 것으로 경품행사 응모자들도 읽을 수 있었고 응모자들은 자신들의 개인정보가 보험회사에 마케팅 목적으로 제공된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서 그에 관한 동의를 하였다고 본 것입니다.
그러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소비자정의센터, 참여연대 등 13개 시민·소비자단체들은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에 1mm 크기 글씨로 작성한 항의 서한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4. 대법원의 판단
그런데 대법원은 1심, 2심의 판단과 달랐는데(대법원 2017. 4. 7. 선고 2016도13263 판결), 주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경품행사의 목적
이 사건 경품행사의 목적은 피고인 9 회사 고객들의 매장 방문을 유도하여 매출을 증대하는 데 있다기보다 처음부터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하여 이를 보험회사에 대가를 받고 판매하는 데 있었습니다. 일반적인 소비자가 이 사건 광고를 접하게 되는 경우 소비자들은 오로지 고객에 대한 사은행사의 일환으로 경품행사를 실시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큽니다.
(2) 개인정보 보호원칙
응모권에 따라서는 경품추첨 사실을 알리는 데 필요한 개인정보와 관련 없는 ‘응모자의 성별, 자녀 수, 동거 여부’ 등 사생활의 비밀에 관한 정보와 심지어는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고유식별정보까지 수집하면서 이에 관한 동의를 하지 않을 때에는 응모가 되지 아니하거나 경품 추첨에서 제외된다고 고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개인정보처리자가 정당한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그 목적에 필요한 최소한의 개인정보 수집에 그쳐야 하고 이에 동의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정보주체에게 재화 또는 서비스의 제공을 거부하여서는 안 된다는 개인정보 보호 원칙(개인정보 보호법 제3조 제1항)과 개인정보 보호법 규정에 위반되는 것입니다.
(3) 내용 확인
이 사건 경품행사를 위하여 사용된 응모권에 기재된 동의 관련 사항은 약 1mm 크기의 글씨로 기재되어 있어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아 그 내용을 읽기가 쉽지 않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이 사건 광고를 통하여 단순 사은행사로 오인하고 경품행사에 응모하게 된 고객들의 입장에서는 짧은 시간 동안 응모권을 작성하거나 응모화면에 입력을 하면서 그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여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이유로 대법원은 홈플러스가 1mm크기로 안내한 게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수단이나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취득하거나 처리에 관한 동의를 받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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