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명령] 조종사는 턱수염을 길러도 될까?
1. 사실관계
A는 B항공회사에서 기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B항공회사의 상무 C는 2014. 9. 12. 김포공항 승무원대기실에서 A와 마주쳐 그의 턱수염을 보고 이를 지적한 후, 안전운항팀장은 근로자에게 전화를 하여 수염을 기르는 행위는 규정위반이라며 시정할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그러자 A는 바로 팀장을 찾아가 외국인과 다르게 내국인에게만 수염을 기르지 못하게 하는 규정은 차별이라며 부당성을 주장하자, 팀장은 규정위반 시 비행에서 제외하겠음을 통보한 후 당일 비행스케줄에서 A를 제외하였습니다.
2. 쟁점
B항공회사의 “임직원 근무복장 및 용모 규정”에는 다음과 같이 규정되어 있었습니다.
제5조(근무용모 원칙) 임직원의 용모는 단정하고 청결을 유지하여야 한다.
➀ 남직원
1. 두발은 옆머리가 귀를 덥지 않으며, 뒷머리는 와이셔츠 깃에 닿지 않게 하고 단정하게 청결한 상태를 유지하며, 삭발 등 지나치게 짧은 머리, 장발, 지나친 염색, 탈색을 비롯하여 기타 혐오감이나 불안감을 유발할 수 있는 머리모양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2. 안면은 항시 면도가 된 청결한 상태를 유지하며 수염을 길러서는 아니 된다. 다만, 관습상 콧수염이 일반화된 외국인의 경우에는 타인에게 혐오감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를 허용한다.
B회사의 규정이 헌법과 법률에 위반하여 무효인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즉, A는 “이 규정이 내국인 남자 직원에 대하여만 수염 기르는 것을 전면적으로 금지하여 평등권을 침해하고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과도하게 제한하여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는 위헌적인 조항”이라고 주장하였고, B항공회사는 “기업 경영의 자유 또는 영업의 자유에 따라 소속 구성원의 복장 및 용모에 대하여 일정한 제한을 둘 수 있다”라고 주장하였습니다.
3. 법원의 판단
서울고등법원은 A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17. 2. 8. 선고 2016누50206). 즉, 해당 규정이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어 무효이므로 비행스케쥴에서 A를 제외시키는 비행정지명령을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인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B항공회사는 외국인은 수염기르는 것을 허용하면서도 내국인은 수염 기르는 걸 허용하지 않고 있는데, 오로지 ‘국적’을 기준으로 내국인 직원과 외국인 직원을 차별하는 하는 것은 헌법 제11조 및 근로기준법 제6조가 규정하는 것을 위배한다고 본 것입니다.
헌법 제11조 ①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근로기준법 제6조(균등한 처우)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남녀의 성(性)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하고, 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
법원도 사기업이 업무상 필요에 의해 소속 구성원들의 복장 및 용모에 대해 일정한 제한을 가하는 것은 기업이 가지는 영업의 자유상 정당화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제한은 소속 구성원들의 일반적 행동자유권과 충돌할 수 있으므로, 그러한 제한 기업의 영업의 자유 실현을 위해 필수적인 부분인지, 그로 인해 제한 받는 구성원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의 내용과 중대성은 어떠한지를 비교해서 판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수염을 기르는 것 자체가 고객들에게 단정하지 못한 외모로 인식된다고 보기 어렵고, B항공회사 소속 외국인 승무원 137명 중 20명 이상이 수염을 기르고 근무하고 있음에도 고객들로부터 불만이 접수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B항공회사의 규정은 직원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법원은 판단한 것입니다.
■ 참고로, 이 사건에 대해서 B항공회사가 상고를 제기하여 대법원에 사건이 진행 중이므로, 최종적인 결론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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