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건 헌법재판소 결정문
잘 알려진 것처럼, 헌정사상 탄핵심판은 두 번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2004년에 있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헌재 2004. 5. 14. 2004헌나1)이었고, 두 번째는 그때와 올해 3월에 있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헌재 2017. 3. 10. 2016헌나1)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주요 쟁점은 크게 두 가지 정도입니다.
첫째, 노무현 대통령이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었는지의 여부, 둘째 (위헌/위법한 직무집행을 하였다면) 그러한 행위가 파면을 할 정도인지의 여부입니다.
※ 헌법재판소 결정문 전체를 보려면 첨부파일을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헌법재판소 2004헌나1 대통령 노무현 탄핵심판.hwp
1. 헌법/법률 위반 여부
대한민국헌법 제65조 ①대통령·국무총리·국무위원·행정각부의 장·헌법재판소 재판관·법관·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감사원장·감사위원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
헌법 제65조 제1항은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직무집행”이 있을 때 탄핵소추를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즉 탄핵제도는 정치적인 이유에 따라 파면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법위반을 이유로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도 “법률 위반”과 “헌법 위배”로 나누어서 구성되어 있습니다.
헌법이나 법률 위반 여부가 문제되었던 행동들은 다음과 같습니다.(아래의 내용은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에 나오는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1) 기자회견에서 특정정당을 지지한 행위
- 사실관계: 노무현 대통령은 언론사와의 기자회견 등에서 “대통령이 뭘 잘 해서 열린 우리당에 표를 줄 수 있는 길이 있으면, 정말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라고 말하는 등 특정정당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였다.
- 헌재 결정: 대통령도 공직선거법상 ‘공무원’으로 선거에 중립을 지켜야 하는데, 특정정당지지 발언은 국가기관으로서의 지위를 이용하여 국민 모두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과제에 부합하지 않는 방법으로 영향을 행사한 것이므로, 선거에서의 중립의무를 위반했다.(한편 헌재는 이러한 발언들이 공직선거법상 금지되는 공무원의 선거운동은 아니라고 보았음)
(2) 현행 선거법을 관권선거시대의 유물로 폄하한 행위
- 사실관계: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발언이 선거법에 위반된다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결정이 나오자, 노무현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을 통하여 “이번 선관위의 결정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두고자 한다.”라고 말하는 등, 현행 선거법을 ‘관권선거시대의 유물’로 폄하하였다.
- 헌재 결정: 모든 공직자의 모범이 되어야 하는 대통령은 법률을 존중하고 준수해야 하는데, 현행법의 정당성과 규범력을 문제 삼는 행위는 법치국가의 정신에 반하는 것이자 헌법을 수호해야 할 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3) 재신임 국민투표를 제안한 행위
- 사실관계: 노무현 대통령은 “저는 국민의 재신임을 받겠다는 선언을 했다. 국민투표가 옳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하는 등, 재신임을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하자고 제안하였다.
- 헌재 결정: 대통령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으나 ‘국민의 신임’은 중요정책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국민투표에 붙일 수 없는데도, 국민투표를 제안한 것은 국민투표제도를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하여 위헌적으로 행사한 것이다.
2. 파면할 정도인지의 여부
어떤 경우에 헌법재판소가 대통령을 탄핵하는 결정을 할 수 있을까요?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때인데,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하였다고 무조건 탄핵이 된다면 대통령 임기를 채울 수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헌법재판소는 “공직자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법위반”이 있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럼 법 위반의 중대성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요? 이러한 판단을 위해서는 두 가지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입장입니다. 즉 “법위반이 어느 정도로 헌법질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느냐?”하는 점과 “대통령을 파면하는 경우 어떠한 결과가 초래되는가?”하는 점을 비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법위반의 헌법질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영향이 클수록, 파면의 결과가 초래하는 사회 혼란 등 부작용이 적을수록 탄핵이라는 결정을 하는 것이 쉬워질 것입니다.
이렇게 설명을 드려도 아직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원래 법이라는 게 추상적인 개념을 의미를 밝혀서 구체적인 사실이 그 의미에 포함되는지를 밝히는 영역이라, 어느 정도는 뜬구름 잡는 소리로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조금 더 상세하게 설명을 해갑니다.
“중대한 법위반”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행위로서 법치국가원리와 민주국가원리를 구성하는 기본원칙에 대한 적극적인 위반행위”를 뜻하는 것이고, 그걸 달리 표현하면 “대통령에게 부여한 국민의 신임을 임기 중 다시 박탈해야 할 정도로 대통령이 법위반행위를 통하여 국민의 신임을 저버린 경우”라고 합니다. 그리고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행위의 예시로, 뇌물수수, 부정부패, 국가의 이익을 명백히 해하는 행위 등을 들고 있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노무현 대통령은 “중대한 법위반” 행위를 했을까요? 헌법재판소는 그렇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법 위반 행위가 있기는 하였지만, “헌법질서에 역행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지를 인정할 수 없다”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3. 탄핵심판절차의 본질
헌법 제65조는 행정부와 사법부의 고위공직자에 의한 헌법위반이나 법률위반에 대하여 탄핵소추의 가능성을 규정함으로써, 그들에 의한 헌법위반을 경고하고 사전에 방지하는 기능을 하며, 국민에 의하여 국가권력을 위임받은 국가기관이 그 권한을 남용하여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하는 경우에는 다시 그 권한을 박탈하는 기능을 한다. 즉, 공직자가 직무수행에 있어서 헌법에 위반한 경우 그에 대한 법적 책임을 추궁함으로써, 헌법의 규범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탄핵심판절차의 목적과 기능인 것이다.
헌법 제65조는 대통령도 탄핵대상 공무원에 포함시킴으로써, 비록 국민에 의하여 선출되어 직접적으로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은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헌법질서의 수호를 위해서는 파면될 수 있으며, 파면결정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상당한 정치적 혼란조차도 국가공동체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하기 위하여 불가피하게 치러야 하는 민주주의 비용으로 간주하는 결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제도는 누구든지 법 아래에 있고, 아무리 강한 국가권력의 소유자라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법의 지배 내지 법치국가원리를 구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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