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포스팅에서 탄핵심판 자체의 형식상・절차상 위법이 없다는 내용은 확인하였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탄핵심판의 내용적인 측면에서 결정문을 살펴보겠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결정문 전문
1. 탄핵의 요건
탄핵사유에 관한 헌법 규정은 매우 단순합니다.
헌법 제65조 ①대통령·국무총리·국무위원·행정각부의 장·헌법재판소 재판관·법관·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감사원장·감사위원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라는 말은 명확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모호한 표현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추상적인 법조문은 법원(이 경우에는 헌법재판소)의 해석을 통해서 명확하게 그 의미가 밝혀집니다.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이 헌법이나 법률을 “중대하게” 위배해야 탄핵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선거라는 과정을 통해서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대통령을 임기 도중에 강제로 파면시키는 과정이 탄핵임을 고려하면 사소한 헌법이나 법률 위배로 탄핵을 인용할 수는 없는 겁니다.
중대한 위배라는 어떤 경우를 말하는 걸까요? 헌법재판소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을 탄핵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법 위배 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해악이 중대하여 대통령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대통령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커야 한다. 즉, ‘탄핵심판청구가 이유 있는 경우’란 대통령의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한 헌법이나 법률 위배가 있는 때를 말한다.
아직 정확하게 와 닿지 않는 사람은 중대한 위배인지의 여부를 다시 다루고 있는 결론 부분을 유심히 보길 바랍니다.
2.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하였는지의 여부
(1) 최순실의 국정개입 허용과 대통령 권한 남용
헌법재판소가 인정한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 국정에 관한 문건 유출 지시・묵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후 2년이 넘어서까지 최순실에게 연설문 등 문건을 전달하고 그 의견을 들었고, 최순실은 비밀문서인 대통령의 해외 순방일정을 미리 받아보고 순방 때 입을 의상을 결정하기도 했다.
- 최순실에 추천에 따른 공직자 인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순실이 추천하는 인사의 다수를 공직에 임명하였고, 일부 공직자는 최순실의 이권 추구를 돕는 역할을 했다.
- 케이디코퍼레이션 관련: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순실의 지인이 운영하던 케이디코퍼레이션이 현대자동차에 납품할 수 있도록 안종범에게 지시하였다.
- 미르와 케이스포츠 관련: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순실 등과 함께 공모하여 기업들로 하여금 미르에 총 486억원, 케이스포츠에 총 288억원에 출연금을 납입하게 만들었다.
- 플레이그라운드 관련: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순실이 설립한 광고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가 KT, 현대자동차 등의의 광고를 수주하게 하였다.
- 더블루케이 관련: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순실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더블루케이가 ‘광역 거점 케이스포츠 클럽’의 운영주체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였다.
헌법재판소는 최순실이 국정을 농단했다는 세간의 의혹이 대부분 사실이라고 인정한 것으로, 이러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동은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뭘까요?
헌법재판소가 가장 먼저 지적하고 있는 것은 대통령의 공익실현의무입니다. 공무원은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공익을 실현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고(헌법 제7조 제1항), 행정부의 수반이자 국가 원수인 대통령은 누구보다도 국민 전체를 위해 국정을 운영해야 합니다. 그런데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순실 등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으로서의 지와 권한을 남용하였으니 공정한 직무수행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다음으로 헌법재판소가 지적하고 있는 부분은 기업의 자유와 재산권입니다. 헌법은 기업경영의 자유 및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제15조, 제23조 제1항).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직접 또는 안종범을 통하여 대기업 임원 등에게 미르아 케이스포츠에 자금을 출연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대통령의 막강한 권한을 고려할 때 기업이 이러한 요구를 거절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고, 이는 기업의 재산권과 기업경여의 자유를 침해한 것입니다.
비밀엄수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공무원은 직무상 알게된 비밀을 엄수해야 하는데도(국가공무원법 제60조), 박근혜 전 대통령은 외교・인사・정책 등에 관한 내용이 포함된 문건을 최순실에게 유출하였으니 비밀엄수의무를 위배한 것입니다.
(2) 헌법이나 법률 위배로 보지 않은 사안
헌법재판소는 1) 문화체육관광부 소속의 공무원에 대한 문책성 인사(공무원 임면권 남용), 2) 세계일보 사장 해임(언론의 자유 침해), 3) 세월호 참사(생명권 보호 의무 위반, 성실한 직책수행 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헌법이나 법률 위배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세월호 참사에 대한 판단이 주목을 받았는데,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응이 적절했다고 보기 때문은 아닙니다(김이수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은 보충의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응이 얼마나 부적절했는지를 명확하게 지적하고 있음). 다만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는 재난상황이라고 해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직접 구조 활동에 참여해야 하는 등의 구체적인 특정한 행위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생명권 보호 의무 위반이라고 볼 수 없으며,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의무는 규범적 성격이 강해서 원칙적으로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되기 않기 때문입니다.
3. 박근혜 전 대통령을 파면할 것인지의 여부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의 국정개입 허용하고 이와 관련하여 대통령 권한을 남용한 행위가 헌법이나 법률에 위배된 행동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렇다면 다음 질문은, 이와 같은 행위가 대통령을 파면시킬 정도로 ‘중대한’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헌법재판소의 답은 “그렇다”라는 것인데 그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 박근혜 전 대통령의 위법행위는 일시적・단편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대통령으로 취임한 때부터 3년 이상 지속되었다.
- 이에 대한 의혹제기가 있을 때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를 부인하고 의혹 제기 행위만을 비난하였다.
- 대국민사과를 하였으나 객관적 사실과 일치하지 않고 진정성도 부족하였다. 검찰 조사 특별검사에 의한 조사를 수용하겠다고 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았다.
이에 따라 헌법재판소는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피청구인의 이 사건 헌법과 법률 위배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행위로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행위라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피청구인의 법 위배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게 된 부정적 영향과 파급 효과가 중대하므로, 국민으로부터 직접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은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수호의 이익이 대통령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인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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