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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과 법/헌법

[인간의 존엄과 가치] 구치소 내 과밀수용행위의 위헌성(2013헌마142)

by 로도스로 2017. 5. 31.

[인간의 존엄과 가치] 구치소 내 과밀수용행위의 위헌성(2013헌마142)

 

※ 본 포스팅은 주로 헌법재판소의 결정문(헌재 2016. 12. 29. 2013헌마142)을 발췌하여 인용한 것입니다.

 

1. 벌금을 납부하지 않은 인권운동가 A씨
- 인권단체에서 활동가로 일하고 있는 A씨는 업무방해죄 등으로 기소되어 2012. 4. 10. 벌금 70만 원 및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않는 경우 5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동안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는 판결을 선고받았습니다.
- A씨는 벌금의 납입을 거부하여 노역장 유치명령에 따라 2012. 12. 8.부터 ○○구치소에 수용되었고, 수용되었다가 형기만료로 석방되었습니다.
- 그런데 문제는 구치소 내 방이 지나치게 좁았다는 겁니다. 방은 좁은데 사람은 많아, 팔을 제대로 뻗을 수도 없고 바로 누워서 자기도 힘들었습니다.

 

- A씨는 벌금을 납부하지 않아 구치소에 있는 것까지는 참을 수 있었지만, 아무리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라도 최소한의 인간적 존엄을 누릴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은 확보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지나치게 좁은 방에 수용하는 행위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 인격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그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습니다.

 

2.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한 헌법소원
 헌법소원은 공권력의 행사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에 사용하는 제도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A는 이미 노역장 유치집행을 마치고 석방이 되었습니다. A에 대한 구치소 수용행위가 헌법에 위반된다고 헌법재판소가 결정을 내린다고 하더라도, 이미 지나간 일을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헌법재판의 요건을 적법하게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각하’ 결정을 해야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각하 결정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헌법소원제도는 개인의 주관적인 권리구제뿐만 아니라 헌법질서를 보장하는 기능도 갖고 있으므로, 헌법소원이 주관적 권리구제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러한 침해행위가 앞으로도 반복될 위험이 있거나 당해 분쟁의 해결이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를 위하여 긴요한 사항이어서 헌법적으로 그 해명이 중대한 의미를 지니는 경우에는 심판청구의 이익을 인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A씨의 주장과 같은 교정시설 내 과밀수용행위는 앞으로도 반복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수형자들에 대한 기본적 처우와 관련된 중요한 문제로서 그에 대한 헌법적 해명이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를 위하여 중요한 의미를 가지므로, 예외적으로 심판청구의 이익을 인정한 것입니다.

 

3.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1) 헌법 제10조,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의 의미

 

 헌법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는 모든 인간을 그 자체로서 목적으로 존중할 것을 요구하고, 인간을 다른 목적을 위한 단순한 수단으로 취급하는 것을 허용하지 아니하는바, 이는 특히 국가의 형벌권 행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국가의 형벌권 행사는 공동체의 질서를 유지함으로써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대상이 되는 피의자·피고인·수형자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대한 위협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는 국가가 형벌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피의자·피고인·수형자를 다른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존엄과 가치를 가지는 인간으로 대우할 것을 요구합니다.

 

(2) 과밀수용의 문제점
 오늘날 교정의 궁극적인 목적은 범죄자로 하여금 법을 준수하게 하고 일반시민으로 사회에 복귀하게 하는 재사회화(再社會化)에 있는바, 이 때 재사회화는 수형자가 출소 후에 범행하지 않고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적극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밀수용은 교정교화를 위한 적절한 환경과 조건을 갖추지 못함으로써 교정시설의 질서유지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교정역량을 저하시켜, 결국 교정의 최종 목적인 수형자의 재사회화를 저해합니다.

 

(3) 인간의 존엄과 가치 침해 여부
 아무리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교정시설 내에 수형자가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을 확보하는 것은 교정의 최종 목적인 재사회화를 달성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입니다. 교정시설의 1인당 수용면적이 수형자의 인간으로서의 기본 욕구에 따른 생활조차 어렵게 할 만큼 지나치게 협소하다면, 이는 그 자체로 국가형벌권 행사의 한계를 넘어 수형자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것입니다.
 이 사건의 경우 실제 개인사용가능면적이 1.06~1.59㎡ 정도 였는데 위와 같은 1인당 수용면적은 우리나라 성인 남성의 평균 신장인 174cm 전후의 키를 가진 사람이 팔을 마음껏 펴기도 어렵고 어느 쪽으로 발을 뻗더라도 발을 다 뻗지 못하며, 다른 수형자들과 부딪치지 않기 위하여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할 정도로 매우 협소한 것입니다.
 즉, “A씨는 인간으로서의 기본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조차 확보되지 못한 이 사건 방실에서 신체적·정신적 건강이 악화되거나 인격체로서의 기본 활동에 필요한 조건을 박탈당하는 등 극심한 고통을 경험하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헌법재판소는 과밀수용 행위가 A씨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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