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성 조각사유란 무엇인지 알아보고, 위법성 조각사유의 종류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1. 위법성 조각사유의 뜻
범죄가 성립하기 위한 첫째 조건은 구성요건해당성이고, 둘째 조건은 위법성입니다.
그렇다면 위법성은 어떤 의미이고, 구성요건해당성과 위법성은 어떤 관계에 있을까요?
일반적으로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행위)는 규범에 위배되므로 ‘위법하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닙니다.
구성요건에는 해당하는 행위이기는 하나, 위법성을 없애는 특별한 사정이 있어서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처럼 위법성을 없애는 사정을 "위법성 조각사유(違法性 阻却事由)"라고 합니다.
법률용어는 대부분 한자어이고, 일상생활에서 잘 쓰지 않는 한자어도 많이 사용됩니다. 앞에서 살펴본 ‘위법성조각사유’라는 단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서 ‘조각’은 “재료를 새기거나 깎아서 입체 형상을 만드는 것을 의미하는” 조각(彫刻)이 아니라 “방해하거나 물리치다”라는 뜻의 조각{阻(막힐 “조”,却(물리칠 “각”))입니다.
즉 위법성 조각사유는 위법성을 물리치는 사유, 쉽게 표현하면 ‘위법성 제거사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법성 조각사유’라는 말이 어려워서 그 의미가 잘 와닿지 않을 수 있지만, 자주 사용되는 정식 법률용어이므로 그대로 사용하겠습니다.
2. 종류
가. 긴급피난
(1) 뜻
늦은 밤, 인적이 드문 골목길을 걷고 있는데 누군가 봤더니 모르는 사람이 흉기를 들고 소리를 지르며 달려오고 있습니다.
힘껏 달렸는데 눈앞에는 막다른 길입니다.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고 있는데 마침 골목 끝에 있는 집의 문이 열립니다.
가만히 있으면 괴한으로부터 공격을 당할 우려가 있는 급박한 상황, 당연히 문이 열리는 집으로 뛰어 들어가서 공격을 피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집주인의 의사에 반하여 다른 사람의 주거에 들어가면 주거침입죄에 해당할 수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타인의 주거에 들어가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도록 위법성을 없애는 것이 바로 긴급피난입니다.
이처럼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상당한 이유 있는 행위를 긴급피난(緊急避難)이라고 합니다.
긴급피난을 인정하여 위법성을 없애는 이유는 보다 가치 있는 법적인 이익(사례에서는 갑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있고, 정당한 목적을 위한 상당한 수단은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2) 성립요건
긴급피난이 성립하기 위한 첫 번째 요건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긴급한 위난’입니다.
위난(危難)은 위급하고 곤란한 상황을 의미하는데, 정당방위의 성립요건과 구별이 됩니다.
즉 정당방위가 성립하려면 ‘부당한 침해’가 있어야 하는데 반해, 긴급피난은 부당한 침해가 없더라도 위급하고 곤란한 상황이면 가능합니다.
두 번째 요건은, 피난행위입니다. 피난행위는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일체의 행위를 말하므로, 행위자는 위난을 피하려는 의사로 가지고 행동을 해야 합니다.
세 번째 요건은, 상당한 이유입니다. 상당한 이유가 인정되려면, 피난행위 이외에 다른 방법으로는 위난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고(보충성의 원리), 긴급피난에 의해 보호되는 이익이 침해되는 이익보다 더 커야 하고(균형성의 원리), 위난을 피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어야 합니다(적합성의 원리).
나. 자구행위
(1) 뜻
휴일을 맞아 산에 올라갔습니다.
산 정상 인근에 거의 다 올랐을 무렵 중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잠시 쉬었다가 다시 출발을 하려고 하는데 지갑이 없어졌습니다.
찾다 보니 앞에 가는 사람의 가방에 내 지갑이 꽂혀 있는 것이 보입니다.
절도를 당하면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정답이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공권력의 도움을 받기 곤란합니다.
이처럼 권리자가 그 권리를 침해당한 때에 공권의 발동에 의하지 않고 자력에 의하여 그 권리를 구제〮실현하는 행위를 자구행위(自救行爲)라 합니다.
(2) 성립요건
자구행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먼저, 법정절차에 의해서는 청구권을 보전하는 것이 불가능해야 합니다.
청구권은 상대방을 향해 일정한 행위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이를테면 물건의 소유자가 물건을 가져간 사람에게 반환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데, 그러한 권리에 대한 침해가 있고, 법에서 정해 놓은 절차를 통해서 청구권을 보전하는 것이 불가능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청구권의 실행불능을 피하기 위한 행위여야 하고, 그러한 행위를 하는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나. 피해자의 승낙
친구와 한 집에서 같이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친구가 자신의 지갑에서 돈을 꺼내어 가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친구가 돈이 필요한가 보다’라고 생각하고 친구를 제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나중에는 그 친구와 사이가 나빠졌고 그러자 예전에 친구가 돈을 꺼내간 것이 생각나서 절도로 고소하였습니다.
이때 그 친구는 절도죄로 처벌받지 않습니다.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하여 자기의 법익을 침해하는 것을 허락하는 것을 피해자의 승낙이라고 합니다.
라. 정당행위
정당방위, 긴급피난, 피해자의 승낙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사회적인 관념에 따를 때 ‘그 정도의 행위는 형법적으로 별로 문제되지도 않고 처벌하기도 어렵다.’라고 판단되는 행위가 있는데, 이러한 행위를 포괄적으로 ‘정당행위’라고 합니다.
의사가 외과적인 치료를 하다 보면 치료 부위 이외의 부위에도 어느 정도 손상이 갈 수 있고 이는 엄밀하게 따지면 ‘상해죄’의 구성요건해당성에 해당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의사를 상해죄로 처벌하지 않는 것은 의사의 치료행위는 정당한 업무의 범위에 속해서 위법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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