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위의 뜻과 세월호 사건

뉴스를 보면 간혹 "부작위"라는 단어를 접하게 됩니다. 부작위가 정확하게 무슨 뜻인지 설명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부작위는 세월호 사건과도 연관이 되는 개념인데, 세월호 사건을 통해 부작위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보겠습니다.

 

 

 

1. 부작위의 뜻

가. 의미

부작위(不作爲)를 사전적 의미는  "작위를 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니 부작위라는 법적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대개념인 작위(作爲)를 이해해야 합니다.

 

문자 그대로의 뜻으로만 해석하면 작위는 특정한 행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을, 부작위는 특정한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이렇게만 말하면 그 의미가 잘 와 닿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나. 성립요건

부작위가 성립하기 위한 요건을 알아보기 위해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바닷가에 한 명의 어린 아이가 빠진 상황입니다.

이때 "갑"은 바닷가 근처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사람이고, "을"은 수상 안전요원입니다. 그런데 "갑"과 "을"은 모두 어린 아이를 구하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 중에서 부작위를 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두 사람 중 "갑"의 행동은 부작위에 해당하지 않지만, "을"의 행동은 부작위에 해당합니다. 횟집주인인 "갑"은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야 할 의무가 없는 반면, 수상안전요원인 "을"은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 것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곧바로 부작위가 되는 건 압니다.

 

법적으로 부작위에 해당하려면, 특정한 행동을 해야 할 의무(작위의무)가 있다는 점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또한 부작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어떤 사람을 처벌하기 위해서는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은 부작위의 결과가 특정한 행동을 하는 작위의 결과와 유사한 것으로 평가되어야 합니다.

 

살인은 적극적인 행동(작위)를 통해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간혹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에 인정되는 때도 있습니다.

 

부작위에 의한 살인이 인정되려면, 적극적으로 살해행위를 하지 않았더라고 하더라도, 그 사람에게는 다른 사람이 생명을 잃지 않도록 적극적인 행동을 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그런데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실제로 살인을 한 것과 유사한 결과가 발생해야 하는 것입니다.

 

 

2. 세월호 사건과 부작위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했고,  세월호를 운항했던 이준석 선장 등에 대한 형사 재판이 진행되었습다.

 

세월호 이준석 선장

 

세월호 사건은 사건의 특성상 여러 가지 문제가 복잡적으로 연관되어 있고 법적인 쟁점도 매우 다양합니다. 주요 쟁점 중의 하나는 이준석 선장 등에게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을지의 여부였습니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이준석 선장 등에게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인정하였습니다(대법원 2015. 11. 12. 선고 2015도6809 전원합의체 판결).

 

이준석 선장 등을 포함한 승무원들은 배가 침몰하는 상황에서 승객을 구조할 의무(작위의무)가 있는데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그들만 몰래 탈출하였으니 이건 법적으로 "부작위"에 해당하고, 그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으므로,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가 성립한다는 것입니다.

 

● 대법원 2015. 11. 12. 선고 2015도6809 전원합의체 판결 선장이나 승무원은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에 의하여 조난된 사람에 대한 구조의무를 부담하고, (중략) 따라서 선박침몰 등과 같은 조난사고로 승객이나 다른 승무원들이 스스로 생명에 대한 위협에 대처할 수 없는 급박한 상황이 발생한 경우에는 선박의 운항을 지배하고 있는 선장이나 갑판 또는 선내에서 구체적인 구조행위를 지배하고 있는 선원들은 적극적인 구호활동을 통해 보호능력이 없는 승객이나 다른 승무원의 사망 결과를 방지하여야 할 작위의무가 있다 할 것이므로, 법익침해의 태양과 정도 등에 따라 요구되는 개별적?구체적인 구호의무를 이행함으로써 사망의 결과를 쉽게 방지할 수 있음에도 그에 이르는 사태의 핵심적 경과를 그대로 방관하여 사망의 결과를 초래하였다면, 그 부작위는 작위에 의한 살인행위와 동등한 형법적 가치를 가진다고 할 것이고, 이와 같이 작위의무를 이행하였다면 그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계가 인정될 경우에는 그 작위를 하지 않은 부작위와 사망의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부디, 앞으로는 세월호 사건과 같은 불행한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