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진의 의사표시는 쉽게 말하면 “진심이 아닌 의사표시”입니다.
비진의 의사표시의 정확한 뜻과 효력을 알아보고, 비진의 의사표시가 문제 되는 주요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1. 비진의 의사표시란?
가. 의사표시
법학에서 의사표시란 매우 중요한 개념입니다.
깊이 들어가면 매우 복잡하지만, 쉽게 이야기하면 “법률적 효과를 발생시키기 위해 내심이 의사를 외부로 표시하는 행위”가 바로 의사표시입니다.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것도 일종의 의사표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의사표시에 하자가 생기기도 하는데, 민법이 규정하고 있는 의사표시의 하자 유형으로는 다음과 같습니다.
효과 | 근거 법률 | |
진의 아닌 의사표시 | 원칙: 유효 상대방이 무효임을 안 경우: 무효 |
민법 제107조 |
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 | 무효 | 민법 제108조 |
착오로 인한 의사표시 | 취소 가능 | 민법 제109조 |
사기,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 | 취소 가능 | 민법 제110조 |
나. 진의 아닌 의사표시
진의 아닌 의사표시(비진의 의사표시)는 말 그대로 진의(진심)이 아닌 의사표시인데, 대표적으로 농담이 진의 아닌 의사표시입니다.
예컨대, A가 친구(B)와 장난을 치는 과정에서 실제로 당첨금을 나눌 생각이 없으면서도 “로또 1등에 당첨되면 당첨금의 절반을 주겠다.”라고 말하는 것이 비진의 의사표시입니다.
2. 효력
원칙적으로 진심이 아닌 의사표시도 효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진심이 아니라는 사실을 상대방이 알았다면 비진의 의사표시는 효력이 없고, 다른 말로 무효입니다.
예컨대, 앞에서 예로 든 사례에서 A가 실제로 로또 1등에 당첨이 되었더라도 그 말을 들은 B가 농담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당첨금을 나눌 필요가 없는 겁니다.
참고로, 상대방이 분명하게 알았을 경우뿐만 아니라 “알 수 있었을 경우”에도 무효입니다.
“알 수 있었을 경우”라는 건 특정한 사람이 명확하게 알지 못하였더라도 일반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판단해 보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던 상황을 말합니다.
3. 주요 사례
가. 근로관계 종료 사례
비진의 의사표시가 주로 문제되는 사례는 근로관계에 관한 것입니다.
회사가 근로자에게 “회사 사정이 어려우니 일단 사직서를 내면 향후 다시 채용을 해 주겠다.”라고 요구하는 일이 종종 발생합니다.
이때, 회사를 그만둘 생각은 없지만 회사의 요청에 따라 사직서를 제출하였을 때 이러한 사직서 제출이 비진의 의사표시에 해당하는지가 문제 됩니다.
이러한 경우에 판례는 사직서 제출은 비진의 의사표시라서 무효라고 판단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 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4두14090 판결 근로자가 회사의 경영방침에 따라 사직원을 제출하고 회사가 이를 받아들여 퇴직처리를 하였다가 즉시 재입사하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근로자가 그 퇴직 전후에 걸쳐 실질적인 근로관계의 단절이 없이 계속 근무하였다면 그 사직원제출은 근로자가 퇴직을 할 의사 없이 퇴직의사를 표시한 것으로서 비진의의사표시에 해당하고 재입사를 전제로 사직원을 제출케 한 회사 또한 그와 같은 진의 아님을 알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므로 위 사직원제출과 퇴직처리에 따른 퇴직의 효과는 생기지 아니한다. |
하지만 회사의 요청에 따른 사직서 제출이 항상 비진의 의사표시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진심의 의사표시로 인정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나. 기타 사례
대법원은 증권회사 직원이 증권투자로 인한 고객의 손해에 대하여 책임을 지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해 준 사안에서 비진의 의사표시라는 이유로 무효로 판단한 적이 있습니다(대법원 1999. 2. 12. 선고 98다45744 판결).
해당 사안에서 각서로 무효로 인정한 데에는 특별한 사정이 있었습니다.
투자 실패로 남편의 질책을 받을 것이 두려웠던 아내가 증권회사 직원에게 “남편을 안심시키는 데에만 사용하겠다”라고 하면서 각서를 작성하여 달라고 요청하였기 때문에 비진의 의사표시로 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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