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나 영화에서 경찰이 범죄자를 체포할 때 꼭 등장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당신은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고, 진술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와 같은 말을 하는 겁니다.
이처럼 범죄자 체포 시에 고지 사항을 전달하는 걸 흔히 미란다 원칙이라고 부릅니다.
미란다 원칙이 정확하게 무엇이고, 그 내용이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1. 미란다 원칙이란?
가. 개념
미란다 원칙(Miranda Rule)은 미국의 미란다 판결에서 유래한 것으로, 피의자 조사 전과 피의자를 체포・구속할 때 진술거부권과 변호인선임권 등의 권리를 고지해야 한다는 원칙을 말합니다.
나. 인정 이유
미란다 원칙이 존재하는 이유는 아무리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피고인)라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인권은 보장하기 위해서입니다.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을 권리와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권리는 피의자(피고인)가 부당한 피해를 받지 않도록 보장되는 기본적인 권리로 보는 겁니다.
형사 절차의 2가지 주요 목적은 “실체적 진실 발견”과 “적법 절차 준수”인데, 미란다 원칙은 “적법 절차의 준수”에 방점을 둔 것입니다.
2. 미국의 미란다 원칙
가. 유래
미란다 원칙은 미국에서 실제 있었던 사건에서 유래합니다.
1963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시 경찰은 어네스토 미란다(Ernesto Miranda)를 절도 혐의로 체포했습니다.
경찰관은 미란다를 경찰서로 연행하여 조사를 진행하였는데, 문제는 미란다는 변호인이 선임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사를 받았다는 점입니다.
미란다는 처음에 무죄를 주장했지만 2시간가량의 피의자 신문을 받은 뒤 절도·납치·강간 범행을 자백하고 진술서까지 제출했습니다.
그러나 재판이 시작되자 미란다는 태도를 바꿨습니다.
기존의 자백을 번복하고, 진술서를 증거로 인정하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겁니다.
미란다는 "변호인이 선임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찰 조사를 받았고 그 과정에서 자백을 한 것이니 자백과 진술은 증거로 사용하면 안 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애리조나주 법원은 미란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20년의 중형을 선고했는데, 연방대법원은 다르게 판단했습니다.
연방대법원은 미란다가 묵비권 및 변호인선임권 등의 권리를 고지받지 못했기 때문에 미란다의 자백은 유죄를 인정하는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렇다고 미란다가 풀려난 것은 아닙니다.
결국 미란다는 다시 재판을 받았고 다른 증거를 통해 유죄가 선고되어 11년간을 복역하였습니다.
나. 내용
미란다 판결 이후 판결의 내용에 따라 미란다 원칙이 수립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 전역의 경찰서에서는 경찰 신문 과정에서 담당 경찰관이 미란다 권리를 알려준 뒤에, 서면에 미란다 권리 사용 여부를 서명합니다.
미란다 권리 고지의 상세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출처
- 피의자 체포 현장에서의 ‘미란다 원칙’ 고지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박찬운, 한양대학교 법학연구소, 법학논총<39-1>, 2022.03, 제4면
Statement of Miranda Rights(미란다 권리 고지) |
1. You have the rights to remain silent.((당신은 진술을 거부할 수 있다.) |
2. Anything you say can and will be used against you in a court of law.(당신이 말하는 어떤 사실도 법정에서 당신에게 불리한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 |
3. You have the right to talk to a lawyer and have him present with you while you are being questioned.(당신은 신문 받는 동안 변호인에게 조언을 구할 수 있고 동석케 할 수 있다.) |
4. If you cannot afford to hire a lawyer, one will be appointed to represent you before any questioning, if you wish.(당신에게 변호인 선임 능력이 없는 경우, 당신이 원한다면 국선변호인을 붙여줄 것이다.) |
5. You can decide at any time to use these rights and not answer questions or make a statement.(당신은 언제든지 위 권리를 사용할 것과 신문에 답변하지 않거나 진술할 것을 결정할 수 있다.) |
3. 미란다 원칙의 세부 내용
가. 관련 법령
미란다 원칙이라는 용어가 법률에 기재되어 있지는 않지만, 일반적으로는 헌법 제12조 제5항과 형사소송법 제200조의5를 미란다 원칙에 관한 법령으로 봅니다.
대한민국헌법 제12조 ⑤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의 이유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고지받지 아니하고는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하지 아니한다.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자의 가족등 법률이 정하는 자에게는 그 이유와 일시ㆍ장소가 지체없이 통지되어야 한다. |
형사소송법 제200조의5(체포와 피의사실 등의 고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를 체포하는 경우에는 피의사실의 요지, 체포의 이유와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음을 말하고 변명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
나. 미란다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경우의 효과
체포 과정에서 미란다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이러한 체포는 법적인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불법체포가 됩니다.
만일 피의자가 현행범(준현행범) 체포요건을 구비했다고 하더라도 미란다 원칙에 고지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면 피의자가 저항하여 경찰관이 상해를 입은 경우라도 경찰관 상해죄와 공무집행방해죄 혐의는 무죄가 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00. 7. 4. 선고 99도4341 판결).
또한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고 현장에서 얻어지는 진술증거는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하여 증거로서의 가치가 없어질 수 있는데, 이걸 “위법수집증거 배제의 법칙”이라고 부릅니다.
예컨대, 현행범 체포 시에 진술거부권 고지를 하지 않고 차량으로 경찰서로 인치하는 과정에서 피의자의 자백을 받은 경우 그러한 자백은 진술거부권 없이 얻어진 자백이므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는 겁니다(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도11437 판결).
다. 비판론
미란다 원칙은 수사 과정에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원칙이지만, 비판적인 견해도 존재합니다.
미란다 원칙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참고자료: 피의자 체포 현장에서의 ‘미란다 원칙’ 고지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박찬운, 한양대학교 법학연구소, 법학논총<39-1>, 2022.03, 제10면~12면)
- 첫째, 현장에서 피의자에게 고지해야 하는 미란다 원칙의 내용이 너무 많고 복잡함
- 둘째, 피의자에게 고지해야 하는 권리의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하지 않음(예컨대, 법률상 ‘피의사실의 요지’를 알려줘야 하는데, 어떤 범위, 어떤 방법으로 알려야 하는지 법문상으론 명확하지 않음)
- 셋째, 권리를 고지하는 방법은 체포의 상황에 따라 다르게 운용될 수밖에 없는데, 현재의 미란다 원칙 고지는 체포의 유형을 고려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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