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하는 일은 매우 흔한 일입니다.
그런데 증여도 일종의 계약이므로 증여를 해제할 수도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에 증여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또한 특수한 형태의 증여인 부담부 증여에 대해서도 설명드리겠습니다.
1. 증여의 뜻과 해제
가. 증여란?
일반적인 계약은 대가를 주고받는 유상 거래입니다.
예컨대, 물건 매매계약은 물건을 사고(팔고) 돈을 지급하는(지급받는) 형태입니다.
하지만, 증여(贈與)는 당사자 일방이 별도의 대가를 받지 않고 재산을 제공하는 무상계약입니다.
증여계약에서 재산을 제공하는 사람을 "증여자"라고 부르고, 재산을 제공받는 사람을 "수증자"라고 부릅니다.
나. 증여계약의 해제
(1) 서면으로 증여를 하지 않은 경우
증여계약 해제가능성 및 방법은 증여계약의 방식에 따라 달라집니다.
증여계약을 서면이 아니라 말로 한 경우에는 비교적 쉽게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즉, 서면에 의하지 않은 증여계약은 증여가 이행되기 전까지는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제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05. 12. 9. 선고 2005도5962 판결).
서면이 아닌 방식으로 증여하는 경우에 쉽게 해제할 수 있도록 정한 것은 2가지 목적이 있습니다.
첫째, 증여자가 경솔하게 증여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보통의 사람들은 말로 하는 경우보다 글로 쓰는 경우에 더 신중을 기합니다.
둘째, 증여자의 의사를 명확하게 하여 나중에 분쟁이 생기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말은 기록은 남기기 어렵지만 글은 쉽게 기록되기 때문입니다.
서면이 아닌 방식으로 증여를 하였더라도, 이미 이행한 부분에 대해서는 해제할 수 없습니다.
예컨대, 1억 원을 무상으로 주기로 구두로 말을 한 뒤 3,000만 원을 수증자에게 교부하였다면, 이후에 증여계약을 해제하더라도 이미 이행한 부분(3,000만 원)에 대해서 해제의 효력이 미치지 않아 유효한 겁니다.
(2) 서면으로 증여한 경우
서면으로 증여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없습니다.
계약은 지키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서면으로 증여하였더라도 예외적으로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외사유"는 증여를 받은 수증자가 도리에 어긋나는 행위(이걸 법률적으로는 "망은행위"라고 함)를 하였을 때인데, 구체적인 상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증여자 또는 그 배우자나 직계혈족에 대한 범죄행위가 있는 때
- 증여자에 대하여 부양의무있는 경우에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때
수증자의 망은행위를 이유로 해제를 하려면, 해제원인이 있음을 안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해제를 해야 합니다.
2. 부담부 증여
가. 개념
부담부 증여는 증여 중에서 다소 독특한 증여인데, 수증자로 하여금 일정한 (급부)의무를 부담하게 하는 증여입니다.
부담부 증여와 관련 종종 문제되는 사례가 바로 효도계약(효도각서)을 하는 경우입니다.
효도계약은 법률상의 용어는 아닌데, 일반적으로는 부모가 재산을 자식에게 증여하되, 대신 부양이나 병간호 등 일정한 내용의 행동을 할 것을 자식들에게 요구하는 계약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효도계약을 법률적 표현하면 부담부 증여인 겁니다.
나. 실제 사례
실제로 효도계약이 문제되었던 실제 사례를 설명드리겠습니다.
(1) 사실관계
“을”은 “갑”의 장남인데, 아래와 같은 내용의 효도각서를 작성하였습니다.
“을”은 서울 강동구 A 대지 및 지상 건물의 1/5 지분을 증여받으며, 아버지 “갑”, 어머니 “정” 두 분의 건강 및 영혼까지 최선을 다할 것임을 각서합니다(생활하시는데 어려움 없이 최선을 다할 것임)
다음 날 “갑”은 “을”에게 A부동산의 1/5 지분을 무상으로 증여한다는 내용으로 증여계약을 체결하였고, 등기까지 마쳤습니다.
그런데, 부동산을 증여 받은 뒤의 “을”의 행동에 대해 “갑”은 불만이 많았습니다.
“을”이 충분한 생활비를 지급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장남임에도 할머니 제사에 참석하지 않고 손자, 손녀까지 참석하지 못하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을”은 “갑” 소유 건물의 임대차계약의 관리를 하면서 15억 원 상당의 금액을 임의로 사용하거나 은닉하는 등의 불법행위를 저질렀습니다.
화가 난 “갑”은 증여계약을 해제할 테니, 기존에 증여했던 A 부동산도 반환하라고 주장했습니다.
나. 법원의 판단
이 사건의 쟁점은 “을에게 부동산을 증여하는 계약이 '부담부 증여'에 해당하는가?"였습니다.
“갑”은 효도를 전제로 증여한 것이므로 부담부 증여라고 주장했지만, 서울고등법원은 그렇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0. 4. 23. 선고 2019나2044423 판결).
부담부 증여가 되려면, 부담의 내용을 이루는 급부는 급부로서의 일반요건 즉 적법성, 가능성, 확정성의 내용을 구비해야 하는데, "갑"과 "을"이 작성한 계약은 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본 겁니다.
쉽게 말해, 부담부 증여로 보기 위해서는 부담의 내용이 구체적이고 명시적이어야 하는데, 단순히 효도를 하겠다는 그 내용이 지나치게 추상적이어서 '부담'으로 볼 수 없다는 겁니다.
다. 시사점
이른바 효도계약이 법적으로 유효한 부담부 증여가 되려면, 자녀가 부담하는 의무의 내용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정해져야 합니다.
예를 들면, 자녀가 부모에게 생활비를 한 달에 얼마를 지급하는지, 병원비 등은 자녀가 부담한다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정할수록 좋습니다.
그리고 부모가 재산을 증여하는 건 자녀의 의무를 전제로 한 것이라는 점을 명시적으로 기재할 필요가 있습니다.
3. 관련 사건
얼마 전 대기업 사장 출신 아버지가 강남에 있는 수백억 원짜리 건물을 물려주었는데 아들로부터 소송을 당한 사건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 아들은 전직 청와대 고위공무원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끌었습니다.
이 사건에 대한 보다 자세한 사항은 아래 링크의 기사를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 부담부 증여가 쟁점이 된 사건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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