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정가제는 도서의 정가에서 일정 비율까지만 할인을 허용하고 그 이상의 할인을 제한하는 제도입니다. 도서정가제가 도입된 배경은 무엇이고, 도서정가제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는 이유를 알아보겠습니다.
2023년 7월 20일 헌법재판소는 도서정가제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는데, 그렇게 판단한 근거를 살펴보겠습니다.
1. 도서정가제란?
가. 개념
도서정가제는 책 판매자에게 책을 정가에 판매할 의무를 부과하고, 가격할인의 범위를 가격할인과 경제상의 이익을 합하여 정가의 15% 이하로 제한하는 제도입니다. 도서정가제의 법률적인 근거는 출판문화산업 진흥법 제22조입니다.
○ 출판문화산업 진흥법 제22조(간행물 정가 표시 및 판매)
④ 간행물을 판매하는 자는 이를 정가대로 판매하여야 한다.
⑤ 제4항에도 불구하고 간행물을 판매하는 자는 독서 진흥과 소비자 보호를 위하여 정가의 15퍼센트 이내에서 가격할인과 경제상의 이익을 자유롭게 조합하여 판매할 수 있다. 이 경우 가격할인은 10퍼센트 이내로 하여야 한다.
도서정가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2014년 11월 기준 34개 OECD국가 중 영미권(영국, 미국, 캐나다 등)을 제외한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스위스, 네델란드, 일본 등 16개 회원국을 중심으로 도입·시행하고 있습니다.
나. 제도의 변경
도서정가제가 처음 도입된 건 2003년인데, 2014년에 제도가 변경되어 2014년 11월 21일부터 변경된 제도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구분 | 개정 전 도서정가제 | 개정 후 도서정가제 |
대상범위 | 모든 도서(실용서, 초등 학습참고서 제외) | 모든 도서(실용서, 초등 학습참고서 포함) |
적용기간 | 18개월 이내 간행물(신간) | 18개월 이내 및 경과 간행물(신간+구간) |
할인범위 | 정가의 10%(가격할인) + 판매가의 10%(간접할인) | 정가의 15% 이내(가격할인+간접할인) * 단, 가격할인은 10% 이내로 제한 |
적용예외 기관 | 도서관, 사회복지시설 | 사회복지시설 |
다. 도서정가제를 둘러싼 찬반
(1) 찬성론
도서정가제가 필요하다고 보는 사람들은 도서정가제가 문화를 보호·육성하고 지식정보의 유통질서가 가격경쟁에 의해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시장 규모가 선진국에 비해 훨씬 협소한 우리나라 출판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출판의 다양성 보장, 중소출판사 및 지역서점의 활성화를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특히 찬성하는 입장은 지역서점 보호를 강조합니다. 도서정가제가 없으면 대형‧온라인 서점이 큰 폭의 할인율을 소비자들에게 내세우면 경쟁력이 약한 지역 서점의 책 판매율은 더욱 줄어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2) 반대론
도서정가제가 필요하지 않다고 보는 사람들은 도서정가제가 경쟁을 제한하여 소비자의 이익이 침해된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도서정가제 때문에 책의 가격이 상승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또한 반대하는 이들은 도서정가제가 오히려 지역 서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장기간 팔리지 않은 재고 도서에 대해서도 가격 할인 폭을 10% 이내로 제한해 악성 재고 도서를 제때 처리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2. 도서정가제는 헌법에 위반되나?
가. 사실관계 및 쟁점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한 A 씨는 전자책의 작가입니다. A 씨가 도서정가제가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전자책 작가는 스스로 자신의 책을 언제 얼마에 팔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도서정가제 때문에 도서가격을 정한 뒤에는 가격할인 등의 방법으로 즉시 마케팅 수요에 대처할 수 있는 기회를 차단당합니다. 도서정가제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는 겁니다.”
A 씨가 말하는 기본권은 ‘직업의 자유’이므로, 결국 이 사건의 핵심적인 쟁점은 “도서정가제가 A 씨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가?”입니다.
나. 헌법재판소의 판단기준
헌법재판소는 특정한 법률이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여 헌법에 위반되는지를 판단할 때 4가지 기준을 고려합니다.
- 목적의 정당성: 제한의 목적이 정당한가?
- 수단의 적합성: 입법자가 선택한 방법이나 수단이 의도하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고 촉진시키기에 적합해야 한가?
- 침해의 최소성: 입법목적을 달성하기에 똑같이 효율적인 방법 중에서 가장 기본권을 적게 침해하는 방법을 사용하는가?
- 법익의 균형성: 침해의 정도와 공익의 비중을 전반적으로 비교 형량하였을 때 양자 사이에 적정한 비례관계가 성립하는가?
다. 헌법재판소의 결정(2020헌마104)
헌법재판소는 도서정가제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는데, 다음은 헌법재판소의 논거를 알기 쉽게 정리한 겁니다.
(1) 입법목적의 정당성
도서정가제는 지나친 가격경쟁으로 인한 간행물 유통질서의 혼란을 방지하여 저자와 출판사를 안정적으로 보호하고 육성하기 위한 제도로서 입법목적이 정당합니다.
(2) 수단의 적합성
도서정가제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기도 합니다. 종이출판물 시장에서 자본력, 협상력 등의 차이를 그대로 방치하면 지역서점과 중소형출판사 등이 현저히 위축되거나 도태될 개연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 사회 전체의 문화적 다양성 축소로 이어지므로 도서정가제를 통해 가격할인 등을 제한할 필요가 있습니다.
(3) 침해의 최소성
도서정가제의 적용범위를 좁혀 도서정가제를 신간도서나 대형서점에게만 부과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지만 그건 실효적인 대안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4) 법익의 균형성
책 판매자는 도서정가제 때문에 영업상 가격을 자유롭게 책정할 수 없는 기본권의 제한을 받기는 합니다. 하지만 도서정가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비가격적 서비스경쟁을 여전히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단기적 측면 및 가격 책정의 측면에서는 직업의 자유가 축소되는 면이 있으나 장기적 측면 및 시장 전체의 측면으로는 직업의 자유를 보장·확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므로 도서정가제로 인해 기본권이 제한되는 정도는 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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