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보훈처장이 발표되었습니다. 첫 여성 처장으로 임명된 피우진 전 중령은 여군 헬기 조종사로 유명한 사람입니다. 또한 피우진 신임 보훈처장은 국방부와 소송을 해서 이긴 이력도 가지고 있습니다. 왜 소송을 하게 된 것인지, 법원이 피우진 전 중령의 손을 들어준 이유가 뭔지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1. 사실관계
- 피우진 전 중령(이하 ‘피우진’이라고 함) 1979년 8월 25일 여군 특수병과 소위로 임관한 후 오랜 기간 군인으로 복무하였는데, 2002년 10월경 서울아산병원에서 좌측 유방에 종양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고, 2002년 10월 10일 서울아산병원에서 좌측 유방 전 절제술과 우측 유방 전 절제술을 받았습니다.
- 국군 대전병원은 2006년 8월 9일 의무조사위원회를 개최하여 피우진의 병명을 “유방의 악성 신생물”로 진단하고, 구 군인사법 시행규칙에 근거하여 피우진의 심신장애등급을 2급으로 판정하였습니다.
- 육군본부 전역심사위원회는 2006년 9월 14일 의무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 등을 토대로 피우진을 퇴역시키기로 의결하였고, 국방부장관은 2006년 9월 19일 피우진을 퇴역시키는 인사명령을 하였습니다.
- 그러자 피우진은 퇴역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2. 이 사건의 쟁점
(1) 퇴역처분의 근거가 된 군인사법 시행규칙 제53조 제1항의 법적 성격이 무엇인지?
(2) 피우진에 대한 퇴역처분이 적법한지?
3. 법원의 판단(서울행정법원 2007구합3398)
(1) 군인사법 시행규칙 제53조 제1항의 법적 성격
피우진에 대한 퇴역처분은 군인사법 시행규칙 제53조 제1항에 근거한 것이었기 때문에, 해당 규칙의 법적인 성격이 중요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만약 해당 규칙에 법규성이 인정된다면 대외적인 효력이 있어 법원은 이 규칙에 따라서 판단해야 하겠지만, 법규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대외적인 효력이 없으므로 법원은 반드시 이 규칙에 따라서 판단할 필요는 없습니다.
법원은 해당 규칙이 행정기관 내부의 사무처리준칙에 불과하다고 보아, 법규성을 부정하였습니다. 즉 해당 규칙에 따라 처분이 이루어졌다고 해서 반드시 그 처분이 적법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으므로(해당 규칙은 참고사항으로만 기능하므로) 법원이 독자적인 판단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2) 피우진에 대한 퇴역처분의 위법성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법원은 피우진을 퇴역시킨 국방부장관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서울행정법원 2007. 10. 5. 선고 2007구합3398 판결).
피우진을 퇴역시키는 처분이 정당화되려면 피우진이 현역복무에 부적합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법원은 다음과 같은 점들을 고려해 볼 때, 피우진이 현업복무에 적합하였다고 보았습니다.
1) 오늘날 전쟁의 양상은 단순히 육체적 능력을 바탕으로 한 개별 작전의 수행에서 벗어나 기술전, 정보전, 과학전으로 진화되고 있으므로 현역복무의 의미를 단순히 육체적 직접적 전투수행에 한정하여 볼 것이 아니라 군 조직관리나 행정업무 등을 포괄하는 종합적 전투수행으로 확대하여 보아야 한다.
2) 시행규칙상의 심신장애등급의 분류는 의학수준의 발전에 따른 치유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심신장애등급이 과도하게 높게 책정되어 있다.
3) 피우진은 좌·우측 유방절제술을 받았으나 그 수술 경과가 양호하고, 이 사건 처분 당시는 물론 약 5년여가 경과된 현재(판결 시점)까지 다른 신체부위에 전이가 없으며, 향후 완치가능성은 90% 이상이다.
4) 피우진의 주치의인 서울아산병원 일반외과 전문의는 피우진이 정상적인 군 생활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5) 피우진은 유방 전 절제술을 받은 후에 받은 정기체력검정 결과 모두 합격 판정을 받았고, 육군항공학교 교육단 학생대장으로 근무하면서 유방절제술로 인해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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