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부부처럼 지내는 경우가 있는데, 이걸 흔히 "사실혼"이라고 부릅니다. 사실혼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알아보고 사실혼 관계일 경우에는 어떤 법률적 효과가 생기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그리고 사실혼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기준도 알아보겠습니다.
1. 사실혼이란?
"사실혼"(事實婚)은 사실상 부부로 생활을 하고 있으면서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부부관계를 말합니다.
사실혼과 대비되는 개념은 "법률혼"(法律婚)입니다. 법적으로 인정되는 결혼인 법률혼이 성립하려면 ① 혼인하려는 의사(혼인의사)와 ② 혼인신고가 필요합니다.
사실혼은 "혼인의사"는 있지만, "혼인신고"는 없는 관계입니다.
법률혼 | 사실혼 | |
혼인하려는 의사 | O | O |
혼인신고 | O | X |
<민법>에는 사실혼에 관한 규정이 없지만, <가사소송법>에는 사실혼에 관한 규정이 있습니다.
2. 사실혼의 효과
가. 법률혼과 비슷한 점
개념적으로 법률혼과 사실혼은 구별되는 개념이지만, 효과적인 측면에서 보면 사실혼은 법률혼과 비슷한 면이 많이 있습니다.
(1) 부부간의 기본적인 의무
부부는 동거하며 서로 부양하고 협조해야 하는데, 이걸 "동거의무, 부양의무, 협조의무"라고 합니다. 사실혼 부부도 법률혼 부부와 마찬가지로 "동거의무, 부양의무, 협조의무"를 부담합니다.
(2) 일상가사대리권
부부는 일상적인 일에 대해서는 서로를 대리할 수 있는데, 이걸 "일상가사대리권"이라고 부릅니다(민법 제827조). 일상가사와 관련된 일에 관해서는 제3자와 법률행위를 하여 발생한 채무에 대해서는 연대책임을 집니다. 예컨대, 남편이 세탁소에 옷을 맡겼는데 세탁비를 내지 않으면, 남편뿐만 아니라 아내도 세탁비를 지급해야 하는 의무를 가지는 겁니다.
(3) 손해배상(위자료)
법률혼을 종료하려면 합의이혼을 하거나 이혼소송에서 승소해야 하지만, 사실혼은 한쪽의 일방적인 의사로도 종료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아무 때나 사실혼을 해소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정당한 사유도 없는데, 한쪽이 일방적 사실을 종료시키면 다른 배우자는 상대방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손해배상에는 재산상의 손해뿐만 아니라, 정신상의 고통에 대한 위자료도 포함됩니다.
(4) 재산분할청구권
부부가 경제적인 공동체이기 때문에 부부가 이혼하면 재산을 합리적으로 배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법률혼 부분에게는 재산분할청구권이 있는 겁니다.
사실혼 배우자도 재산분할청구권을 가지므로, 사실혼 관계가 종료된 경우 상대방에 대해서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5) 민법 이외의 법률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의하면 주택임차인이 상속인 없이 사망한 경우에는 사실혼 배우자가 임차인의 권리를 승계합니다(주택임대차법 제9조 제1항). 사실혼 배우자를 법률혼 배우자와 유사하게 보는 겁니다.
○ 주택임대차법 제9조(주택 임차권의 승계) ① 임차인이 상속인 없이 사망한 경우에는 그 주택에서 가정공동생활을 하던 사실상의 혼인 관계에 있는 자가 임차인의 권리와 의무를 승계한다.
주택임대차법 이외에도 공무원연금법, 군인연금법, 산업재해보험법, 근로기준법, 국민연금법 등에서 사실혼 배우자에게 법률혼 배우자와 동일/유사한 권리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나. 법률혼과의 차이점
사실혼과 법률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상속권"입니다. 법률혼 배우자에게는 상속권이 인정되지만, 사실혼 배우자는 상속권이 없습니다.
다. 사실혼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
사실혼 관계에서 아이가 태어나면 그 아이는 "혼인 외의 출생자"가 됩니다. 모자(母子) 사이의 친자관계는 출생을 함으로써 당연히 발생합니다. 하지만 부자(父子) 사이의 법적 친자관계는 인지(認知)가 있어야 발생합니다. "인지"는 혼인 외에 출생한 자녀에 대해서 부모가 자기 자식임을 확인하는 일입니다. 만약 아버지가 인지를 하지 않으면 자녀는 어머니의 성과 본을 따르고 친권도 어머니가 가집니다.
3. 사실혼 판단기준
가. 사실혼 여부가 중요한 이유
사실혼인지 아닌지에 따라 법률관계가 많이 달라집니다. 예컨대, 사실혼 관계가 인정되면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되고 위자료도 받을 수 있지만, 사실혼 관계가 인정되지 않으면 재산분할청구권도 없고 위자료도 받지 못합니다. 그러니 사실혼에 해당하는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나. 판단요소
사실혼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적인 판단요소는 "혼인의사"입니다. 그런데, 혼인의사라는 건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생각의 문제라서 정확하게 알기는 면이 있지만, 여러 가지 사정을 봤을 때 혼인의사가 객관적으로 드러나면 사실혼이 인정됩니다. 혼인의사가 있었는지를 판단할 때의 주요 고려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 결혼식을 하였는가?
- 다른 사람들에게 부부라고 알리고 "여보", "당신" 등의 호칭을 사용하였는가?
- 두 사람의 주민등록 주소가 같은가?
- 두 사람은 경제적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가?
- 같이 해외여행을 간 적이 있는가?
- 양가 집안 경조사에 참석한 적이 있는가?
위의 질문들에 "그렇다"는 대답이 많을수록 사실혼 관계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 사례(대법원 1998. 12. 8. 선고 98므961 판결)
(1) 사실관계
- A(남)는 중매로 B(여)를 만나 결혼식을 올리고 3박 4일간의 신혼여행을 떠남
- A는 B와 함께 관광을 하는 등 신혼부부로 행세를 하였으나 B가 A와의 성관계를 거부하여 둘째 날 밤 단 1회만 성관계를 맺음
- 신혼여행을 마친 뒤 B는 친정 집으로 돌아갔고, A에게 일방적으로 헤어지자는 통보를 함
(2) 법원 판결
"일반적으로 결혼식(또는 혼례식)이라 함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혼인할 것을 전제로 한 남녀의 결합이 결혼으로서 사회적으로 공인되기 위하여 거치는 관습적인 의식이라고 할 것이므로, 당사자가 결혼식을 올린 후 신혼여행까지 다녀온 경우라면 단순히 장래에 결혼할 것을 약속한 정도인 약혼의 단계는 이미 지났다고 할 수 있으나, 이어 부부공동생활을 하기에까지 이르지 못하였다면 사실혼으로서도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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