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기사를 보면 종종 필리버스터라는 용어가 등장합니다. 필리버스터는 다수당의 독주를 막기 위해 소수당이 사용하는 전략입니다. 필리버스터의 정확한 뜻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구체적인 사례로 살펴보겠습니다.
※ 아래의 내용은 “미국 상원의 필리버스터 규칙과 우리 국회법상 무제한토론 제도의 비교”(노동일, 법학연구 통권 제51집)를 주로 참고하였습니다.
1. 필러버스터란?
가. 필리버스터의 뜻과 유래
필리버스터(filibuster)는 “법안의 통과에 필요한 투표를 저지하기 위하여 행해지는 무제한적이거나 때로는 주제와 무관한 토론”을 의미합니다.
필리버스터는 16세기의 '해적 사략선(私掠船,교전국의 선박을 공격할 수 있는 권한을 정부로부터 인정받은 민간 소유의 무장 선박)' 또는 '약탈자'를 의미하는 스페인어 '필리부스테로'(filibustero) 에서 유래하였습니다. 원래는 서인도의 스페인 식민지와 함선을 공격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었는데, 1854년 미국 상원에서 캔자스·네브래스카주를 신설하는 내용의 법안을 막기 위해 반대파 의원들이 의사 진행을 방해하면서 정치적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나. 미국의 필리버스터 제도
미국의 의회 제도에서도 필리버스터 제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국 상원 초기에는 특정의안에 대한 토론이 충분하게 이루어지면 재적과반수 의원의 동의에 의하여 법안 통과 여부에 대한 투표를 할 수 있는 제도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제도가 폐지되고 상원의원이 발언을 할 경우 다른 상원의원이 제어하거나 종결시킬 수 없다는 것이 미국 상원의 원칙입니다.
○ 상원의사규칙 제19조(Rules of the Senate, DEBATE, Rule XIX)
1. (a) When a Senator desires to speak, he shall rise and address the Presiding Officer, and shall not proceed until he is recognized, and the Presiding Officer shall recognize the Senator who shall first address him. No Senator shall interrupt another Senator in debate without his consent, and to obtain such consent he shall first address the Presiding Officer, and no Senator shall speak more than twice upon any one question in debate on the same legislative day without leave of the Senate, which shall be determined without debate.
2. 우리나라의 필리버스터 제도(무제한토론)
가. 국회선진화법과 무제한토론 제도의 도입
2012년 5월 25일 국회법이 개정되었는데, 이때 개정된 법안을 흔히 “국회선진화법”이라고 부릅니다. “국회선진화법”은 대화와 타협을 통해 갈등을 제어하기 위한 제도로 다음과 같은 제도를 도입하였습니다.
- 안건조정제도(법 제57조의2)
-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제한(법 제85조)
- 무제한토론제도(법 제106조의2),
- 국회의원에 대한 징계강화(법 제148조의2, 제155조, 제156조, 제163조)
무제한토론제도를 흔히 필리버스터라고 부르는데, 무제한토론에 대해서는 국회법 제106조의2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 국회법 제106조의2(무제한토론의 실시 등) ① 의원이 본회의에 부의된 안건에 대하여 이 법의 다른 규정에도 불구하고 시간의 제한을 받지 아니하는 토론(이하 이 조에서 “무제한토론”이라 한다)을 하려는 경우에는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서명한 요구서를 의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이 경우 의장은 해당 안건에 대하여 무제한토론을 실시하여야 한다. |
나. 무제한토론의 내용
(1) 무제한토론의 시작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서명한 요구서를 의장에게 제출하면 무제한토론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무제한토론 요구서는 안건 별로 제출하는데, 무제한토론 대상이 될 안건이 상정되는 본회의 개회 전까지 제출하여야 합니다.
(2) 무제한토론의 특징
국회법에 따를 때 국회 본회의에는 발언 시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교섭단체 대표 연설의 경우에는 최대 발언 시간이 40분이며, 의원의 일반적 발언 시간은 15분 이내의 범위 내에서 의장이 정하는 시간 내에서만 가능합니다. 하지만 무제한토론이 실시되면 의원은 본회의에 부의된 안건에 대하여 시간의 제한을 받지 아니하고 토론을 할 수 있습니다.
(3) 무제한토론의 종료
다음의 3가지 경우에는 무제한토론이 종료됩니다.
-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서명으로 무제한토론의 종결동의를 의장에게 제출하고, 표결 결과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무제한토론을 종료하는 것에 찬성하는 경우
- 무제한토론 실시 중 회기가 종료된 경우
- 무제한토론을 할 의원이 더 이상 없는 경우에도 의장은 무제한토론의 종결을 선포합니다.
다. 필리버스터 사례
(1) 최초의 사례
1964년 김준연 전 자유민주당 의원에 대한 구속동의안이 상정되자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장장 5시간 19분 동안 연설을 하며 의안의 통과를 막았는데, 우리나라 헌정사에서 최초의 필리버스터 사례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2) 테러방지법 관련
2016년 2월 23일, 19대 국회에서 당시 정의화 국회의장에 의해 ‘테러방지법’이 직권상정되었습니다. 그러자 이 법이 통과되는 걸 저지하기 위하여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필리버스터가 진행되었습니다. 2016년 2월 23일 19시 5분부터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의원에 의해 시작된 필리버스터는 2016년 3월 2일 19시 32분에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마지막 토론을 마칠 때까지 192시간 27분 동안 총 38명의 의원들이 참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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