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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과 법/헌법

윤창호법 내용과 윤창호법 위헌 결정 이유

by 로도스로 2023. 12. 29.

2021년 11월 헌법재판소는 이른바 윤창호법”에 대해서 위헌 결정을 하였습니다(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2019헌바446, 2021. 11. 25.). 헌재의 결정 이후,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윤창호법은 음주운전을 한 사람을 강력하게 처벌하는 법인데, 도대체 왜 이게 위헌이냐는 의문이 제기되었죠. 윤창호법이란 무엇인지 알아보고, 헌재가 윤창호법을 위헌이라고 결정한 근거를 살펴보겠습니다.
 
헌법재판소는 도대체 왜 윤창호법을 위헌이라고 결정한 것일까요?
 

윤창호

 

1. 윤창호법이란

가. 윤창호법이 만들어진 배경

음주운전이 나쁘다는 건 누구나 다 알고 있습니다. 음주운전의 폐해가 심각하다는 것도 잘 알려져 있죠. 우리나라의 경우, 2011년부터 2020년까지의 10년간 음주운전 교통사고 사망자가 2,598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음주운전은 재범률이 높은 범죄인데, 2015년부터 2017년까지의 도로교통공단 통계에 따르면 음주운전 사고의 재범률이 44%나 됩니다. 한 번 음주운전을 한 적이 있는 사람은 다시 음주운전을 할 가능성이 높으니,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습니다.
 
음주운전 관련 법의 처벌이 높아지는 계기로는 이른바 “윤창호 사건”이 있습니다. 2018년 9월 25일, 대학생이던 윤창호 씨가 부산 해운대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서 있던 중 차에 치여 사망하고 말았는데, 가해자는 혈중알콜농도가 0.18%인 만취 상태의 운전자였습니다.
 

 
이 사건 이후 “음주운전한 사람을 더욱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게 일어났고, 도로교통법이 개정되었는데, 흔히 이걸 “윤창호법”이라 부릅니다.
 
윤창호법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벌칙) ① 제44조제1항 또는 제2항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자동차등 또는 노면전차를 운전한 사람으로 한정한다)은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상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도로교통법 제44조(술에 취한 상태에서의 운전 금지) ① 누구든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등(「건설기계관리법」 제26조제1항 단서에 따른 건설기계 외의 건설기계를 포함한다이하 이 조제45조제47조제93조제1항제1호부터 제4호까지 및 제148조의2에서 같다), 노면전차 또는 자전거를 운전하여서는 아니 된다.

 
쉽게 말해 음주운전을 2회 이상 하면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겁니다.
 

나. 윤창호법 위헌 논란의 쟁점

윤창호법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한 사람들의 근거는 크게 보면 2가지 정도가 있습니다.
 
첫째, 윤창호법의 내용이 지나치게 불명확하다는 겁니다. 예컨대, 음주운전 2회를 판단할 때 단순히 음주운전을 한 경우를 의미하는 것인지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은 경우를 뜻하는 것인지 애매하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둘째, 윤창호법이 과도한 처벌이라는 점도 지적합니다. 윤창호법은 음주운전 2회를 판단할 때 시간적 제약이 없어 아주 과거에 음주운전을 한 경우도 포함시키는데, 이렇게 되면 과잉처벌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2. 쟁점 1: 윤창호법은 명확한가?

 
명확성의 원칙은 형사법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되는 원칙입니다. 말 그대로 법률의 내용이 명확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법률에서 처벌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무엇인지를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윤창호법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윤창호법이 불명확하다는 입장이었으나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윤창호법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음주운전을 하는 행위를 2회 이상” 하는 경우를 가중처벌하는 것이어서 그 의미가 비교적 분명하다는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이때 음주운전인지 아닌지를 가리는 기준은 처벌 여부가 실제 음주운전을 했느냐의 여부입니다. 예를 들어, 과거에 음주운전을 했지만 적발되지 않아 처벌을 받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후에 다시 음주운전을 하면 윤창호법이 적용되는 겁니다.
 

3. 쟁점 2: 윤창호법은 과도한 처벌인가?

가. 비례의 원칙

형사법에 적용되는 원칙 중에 책임의 원칙 또는 비례의 원칙이란 게 있습니다. 형벌의 정도는 그 행위를 한 사람의 행동(또는 책임)과 비례 관계에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쉽게 말해 가벼운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는 가벼운 처벌을 하고, 무거운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는 무거운 처벌을 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장발장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사소한 범죄에 대해 과도하게 처벌하면 비례의 원칙에 위반됩니다. 비례의 원칙은 헌법상의 원칙이므로, 특정 법률이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면 그 법률은 헌법에 어긋나는 것이기 때문에 효력이 없습니다.
 

나. 헌법재판소의 입장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헌법재판소가 윤창호법을 위헌이라고 본 이유는 비례의 원칙에 위반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1) 시간적 제한이 없음

윤창호법은 과거 음주운전 행위와 재범 음주운전 행위 사이에 아무런 시간적 제한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 음주운전이 예컨대 10년 이상 전에 발생한 것이라면, 다시 음주운전을 하더라도 사회구성원에 대한 생명ㆍ신체 등을 ‘반복적으로’ 위협하는 행위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요?
 
범죄 전력이 있음에도 다시 범행을 저지른 경우 가중처벌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에는 시간의 제한을 두는 게 일반적이지만 윤창호법은 시간적 제한이 없습니다.
 

(2) 범죄의 유형을 구별하지 않음

음주 정도가 운전에 미치는 영향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으며 특히 최저 기준치인 0.03%를 약간 상회하는 정도의 혈중알코올농도에서 운전하는 경우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안전의 위험성은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그런데, 윤창호법은 원동기장치자전거를 2회 음주운전한 경우나, 과거 위반행위로부터 오랜 세월이 지나 다시 음주운전을 한 경우까지 모두 동일한 음주운전행위로 보고 있습니다.
 
즉, 음주운전 금지의무 위반 전력이나 혈중알코올농도 수준 등을 고려할 때 비난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음주운전 재범행위까지 처벌의 수위를 과도하게 높게 정하는 건 죄질이 비교적 가벼운 행위까지 지나치게 엄히 처벌하는 겁니다.
 

(3) 강한 처벌이 능사는 아님

형사정책면에서 강한 형벌이 일시적으로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효과가 약합니다. 오히려 강한 처벌이 반복되면 면역이 생겨 무감각해지고 법의 권위를 실추되고 법질서의 안정성이 약해질 수 있으므로, 형벌의 강화는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합니다.
 
반복적 음주운전에 대해서는 음주치료와 교육프로그램을 강화하고 혈중알코올농도가 일정 수치 이상이 되면 시동 자체가 걸리지 않도록 하는 음주운전 방지장치를 차량에 부착하게 하는 등의 방안도 형벌 강화에 대한 대안으로 충분히 고려할 수 있습니다.
 

 

4. 반대의견들

헌법재판소의 다수 재판관은 윤창호법이 위헌이라고 판단했지만, 모든 재판관이 같은 생각을 가진 건 아니었습니다. 이선애 재판관과 문형배 재판관은 윤창호법이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위헌이 아니라고 생각한 재판관이 2명에 불과해서 이들의 의견은 법적인 효력이 있는 견해는 아니지만, 누구의 주장이 더 타당한지를 생각해보기 위해 반대의견도 함께 소개하겠습니다.
 

가. 입법자의 재량

어떤 범죄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기본적으로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재량이 인정되어야 할 분야입니다. 따라서 법률에 심각한 문제가 있지 않은 한, 비례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판단을 쉽사리 해서는 안됩니다. 

음주운전은 교통안전을 위협하면서 사회구성원의 생명ㆍ신체ㆍ재산을 위험에 빠뜨리는 무분별한 행위이고 비난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윤창호법은 재범 음주운전자를 엄히 처벌하여 음주운전 전력자들이 다시 음주운전을 하는걸 예방하는 법률로서 시대 상황과 국민적 법감정을 반영한 겁니다.
 

나. 형벌의 종류를 모두 세분화하는 건 불가능

음주운전 금지규정 위반행위는, 과거 위반행위의 횟수, 위반행위 사이의 시간적 간격, 위반행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수준, 운전한 차량의 종류 등에 따라 불법성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같은 범죄라고 행동방식은 다양할 수 있으며, 형벌을 정할 때 각 범죄마다 고려해야할 요소도 서로 다릅니다. 따라서 모든 경우를 고려하여 구성요건을 세분화하여 형벌을 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어떤 처벌조항이 다소 다양한 유형의 범죄행위들을 동일한 범죄로 보고 동일한 형벌을 정하고 있더라도, 개별 사건간의 형평을 맞출 수 있다면, 비례의 원칙에 위반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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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과도한 처벌이 아님

윤창호법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죄질이 가벼운 유형의 재범 음주운전 금지규정 위반행위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윤창호법은 징역형 외에 벌금형도 규정하고 있어 여러 양형요소를 고려하여 적정한 형벌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재범 음주운전을 방지하기 위해 음주치료와 교육프로그램을 강화하거나 다른 추가적 행정 제재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으나, 우리 사회에서 음주운전으로 인한 폐해와 재범 음주운전의 실태에 비추어 그러한 비형벌적 수단이 반드시 형벌강화에 앞서 선행적으로 도입되어야 하는 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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