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달의 소녀” 멤버였던 가수 츄가 이전 소속사인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습니다. 츄와 소속사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고 츄가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던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그리고 법원이 어떻게 판결을 했는지도 살펴보겠습니다.
※ 츄 vs 소속사 분쟁 관련 유튜브 영상 바로보기(아래 이미지 클릭)
1. 츄에게는 무슨 일이
가. 츄와 이달의 소녀
츄는 본명이 “김지우”이고 1999년생입니다. 그녀는 데뷔 전부터 귀여운 외모로 주목을 받았는데요, 연예인이 되기 전에도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1만 3,000명이나 되었습니다. 츄가 본격적인 연예활동을 시작한 건 2017년 11월입니다.
츄는 12인조 걸그룹인 “이달의 소녀”의 10번째 멤버로 선발되었습니다.
이달의 소녀는 2016년 10월부터 매달 1명의 멤버를 공개하는 독특한 데뷔 프로젝트로 주목을 받았는데, 2018년 8월 19일 완전체가 되었습니다.
나. 츄와 블록베리의 전속계약
츄와 소속사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가 전속계약을 체결한 건 츄가 데뷔하고 나서 약 1달이 지난 2017년 12월입니다. 츄가 소속사에게 소송을 건 결정적인 이유는 수익 정산 때문이었는데, 당시 츄와 블록베리가 체결한 전속계약 중에서
수익 정산에 관한 내용은 이랬습니다.
갑[블록베리]과 을[츄]은 을의 모든 연예활동에서 발생하는 수입금을 갑(70%), 을(30%)의 비율로 우선배분한다. 그 후 을의 모든 연예활동에서 소용되는 비용을 갑(50%), 을(50%)의 비율로 정산한다. |
일단, 매출(수입금)이 발생하면 블록베리가 70%를 가져가고, 츄는 30%를 가집니다.
문제는 연예활동에 들어간 비용을 정산하는 비율입니다. 계약서에 따를 때, 연예활동에 소용되는 모든 비용은
블록베리와 츄가 50:50으로 부담합니다.
1000만 원의 매출이 발생했는데, 그중 비용이 600만 원인 경우에, 어떻게 정산이 이뤄지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매출 중 70%인 700만원은 블록베리가 갖고, 30%에 해당하는 300만 원은 츄가 가집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전체 비용 600만 원의 절반인 300만 원씩을 블록베리와 츄가 부담합니다. 그럼 블록베리는 매출 700만 원에서 비용 300만 원을 뺀 400만 원을 벌지만, 츄는 전혀 돈을 받지 못합니다. 매출 300만 원에서 비용 300만 원을 빼면 0원이기 때문입니다.
연예활동을 하려면 꽤 많은 비용이 필요합니다. 매니저 및 스타일리스트 월급, 의상비, 차량 관련 비용, 식비 등 항목도 다양하죠. 그런데 그 비용을 블록베리와 츄가 5:5로 나누니, 블록베리는 이익을 크게 얻고 츄는 이익을 거의 얻지 못하게 된 겁니다.
전속계약에 따르면 블록베리는 주기적으로 츄에게 정산자료를 제공해야 합니다. 하지만 블록베리는 정산자료도 제대로 주지 않았습니다.
츄는 뒤늦게 정산 구조와 전속계약에 문제가 있다는 걸 인지하였습니다. 그래서 블록베리에게 소송을 걸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2. 법원의 판결은
가. 계약준수의 원칙과 예외
계약을 체결하면 지키는 게 원칙입니다. 만약 계약을 안 지키면 계약이란 게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이걸 법학에서는 “계약준수의 원칙”이라고 하죠. 하지만 모든 원칙에 예외가 있듯이 계약준수의 원칙에도 예외가 있고, 계약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계약이 무효라면 지킬 필요가 없죠.
츄가 제기한 소송은 “전속계약이 무효라는 걸 확인해 달라.”는 소송입니다. 츄가 전속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뭘까요?
그 근거는 민법 제103조입니다.
○ 민법 제103조(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
계약의 내용이 선량한 풍속이나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된다면 그 계약은 무효라고 민법 103조는 규정하고 있습니다.
선량한 풍속이나 기타 사회질서라는 건 상식적인 사회의 규칙을 말합니다. 예컨대,인신매매 같은 행위는 건전한 상식에 반하는 것이어서, 인신매매를 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더라도 그 계약은 지킬 필요가 없습니다.
심청이가 공양미 300석을 받고 인당수에 몸을 던지기로 약속을 했더라도,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데요, 그건 그러한 약속이 선량한 풍속에 위반되기 때문입니다.
나. 법원의 판결
그렇다면, 츄와 블록베리가 체결한 전속계약은 어떨까요?
츄는 수익배분이 지나치게 불공정해서 건전한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블록베리의 입장은 달랐습니다. 연예산업의 특성상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발생하므로, 연예인도 일정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반박한 것이죠.
결론적으로 법원은 츄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전속계약의 수익배분 방식은 츄에게 매우 불리합니다. 열심히 활동을 해도 수익정산을 거의 받지 못하고, 비용이 전체 매출 대비 60%를 넘으면 비용 부담이 더 커서 오히려 빚을 지게 되는 일이 생깁니다.
츄는 이달의 소녀로서 가수 활동을 열심히 했습니다. <강철부대>나 <미스터 트롯2> 등의 예능에서도 맹활약을 했고,
특유의 귀여움으로 인기도 매우 높았습니다. 하지만 츄는 정산을 거의 받지 못했습니다. 츄가 이달의 소녀나 개인활동으로 2021년 9월까지 번 돈은 약 21억 7,000만 원이고,비용은 약 13억 1000만 원이었습니다.
약 8억 6,000만 원의 순수익이 발생한 것인데, 이 중에서 츄가 정산받은 금액은 얼마일까요? 전속계약에 따라 수익을 정산한 결과, 블록베리는 8억 6,000만원을 다 가져가고, 츄는 고작 400만원만 받습니다.
8억 6,000만원 대 400만 원!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츄에게 지나치게 불리합니다. 그래서 법원은 수익배분 조항이 무효라고 판결했습니다. 전속계약에서 수익배분은 핵심적인 부분이고, 수익배분 조항이 무효라서 전속계약이 전체적으로 무효라고 봤습니다.
물론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계약이 그렇게 불리하다는 걸 알았다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되는 거 아니냐?"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는 주장이기도 하지만, 블록베리와 전속계약을 체결할 당시에 츄는 만 18세에 불과했습니다. 계약구조를 정확하게 이해하기는 어려울 수 있는 나이입니다.
그리고 아이돌지망생과 소속사의 관계를 생각해 보면,소속사가 훨씬 더 우월적인 지위에 있기 때문에 계약이 불리해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일도 있습니다.
츄의 소송에서 이겼지만, 츄와 블록베리의 분쟁은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습니다. 블록베리가 1심 판결에 불복해서 항소를 제기하였기 때문입니다.
모쪼록 2심 소송을 담당하는 서울고등법원이 상식과 법리에 부합하는 현명한 판단을 했으면 합니다.
3. 요약 및 정리
- 츄와 블록베리의 전속계약에 따르면, 수익은 소속사가 70% 츄가 30%을 갖는데, 비용은 절반씩 부담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 츄에게 매우 불리한 계약이고 그동안 츄는 수익 정산을 거의 받지 못했습니다.
- 법원은 전속계약이 건전한 사회질서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판결했는데, 블록베리가 항소를 제기하여 현재 2심 소송이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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