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무죄 판단] 합리적 의심의 의미
단순하게 표현하면, 형사소송은 피고인이 범죄를 저질렀는지의 여부를 따지는 소송입니다. 형사소송에서 피고인의 범죄를 입증해야 할 책임은 검사에게 있습니다. 그렇다면 검사는 어느 정도 입증해야 할까요?
유무죄를 판단하는 잣대로 ‘합리적 의심(reasonable doubt)’이라는 표현을 들어보았을 겁니다. 합리적 의심이라는 무엇일까요?
유무죄를 판단 근거가 ‘합리적 의심’이라는 말은,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심증 형성의 정도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여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를 좀 더 풀어서 설명하면, 법관이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하려면, ‘검사가 주장하는 것이 사실이 아니고 피고인의 주장이 사실이 아닐까?’라는 의심이 들지 않을 정도로 검사가 피고인의 범죄를 입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검사의 주장에 대해서 ‘합리적 의심’이 든다면, 법관은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하여 검사가 법관에게 100%의 확신을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검찰의 주장에 대해서 ‘일말의 의심’도 없어야 하는 게 아니라, 법관에게 ‘합리적 의심’이 없어야 유죄를 선고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합리적 의심’이 뭘까요? 판례는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습니다.
◯ 대법원 2011.01.27. 선고 2010도12728 판결
합리적 의심이라 함은 모든 의문, 불신을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 논리와 경험칙에 기하여 요증사실과 양립할 수 없는 사실의 개연성에 대한 합리성 있는 의문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단순히 관념적인 의심이나 추상적인 가능성에 기초한 의심은 합리적 의심에 포함된다고 할 수 없다.
이를 풀어서 쉽게 설명하면, ‘피고인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검찰의 주장사실과 피고인의 주장이 다르고,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았을 때 피고인의 주장이 그럴 법하다는 개연성을 가져서 검찰의 주장이 혹시 틀린 것은 아닐까라고 드는 의심’이 합리적 의심이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설명해 볼까요?
검사는 “피고인이 A를 깨진 유리병으로 찔러서 상해를 가했다”라고 주장하면서, 피고인을 기소했습니다. 그러나 피고인은, “나는 깨진 유리병으로 A를 찌른 적이 없고, A가 스스로 넘어져서 유리병에 다친 것이다.”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피해자 A는 피고인이 찔렀다고 했다고 그렇지 않다고 말을 번복했다가 다시 피고인이 찔렀다고 재번복을 등 진술이 다소 오락가락했고, 피해자 A가 제출한 상해진단서에는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상해를 당했다는 주장과 동일한 피해내용이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이때 법원은, “피해자의 진술이 다소 오락가락하더라도, 피해자가 제출한 상해진단서가 있고, 상해진단서에 기재된 상해 부위와 정도가 피해자가 주장하는 상해의 원인 내지 경위와 일치한 것으로 보아, 검사의 주장이 맞다.”라는 이유로 유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이러한 법원의 판단은, ‘혹시 피고인의 상해행위가 아니라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은 아닐까?’라는 것은 ‘합리적 의심’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합리적 의심’에 대해서만 설명하면, 우리 법원이 유죄 선고를 하기 위한 요건을 굉장히 엄격하게 요구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법원은 ‘합리적 의심’의 요건을 엄격하여 보아(달리 표현하면 합리적 의심이 있어 무죄가 선고되는 경우의 범위를 좁혀서 보아), 무죄를 선고하는 경우보다 유죄를 선고하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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