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방위] 정당방위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

[정당방위] 정당방위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

 

1. ‘상당성’을 갖추지 못한 경우
 정당방위가 성립하려면, 방어행위에 상당성이 있어야 합니다. 방어행위의 상당성이 충분히 갖추어지지 못한 경우는 다시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상당한 정도를 다소 초과하여 방어행위를 한 ‘과잉방위(過剩防衛)’입니다. 이때는 원칙적으로는 위법성을 없애지는 못하지만 책임을 감소 또는 소멸시켜서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습니다. 한편 야간이나 여러 가지 불안요소가 가득한 상황에서는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고 흥분하거나 당황하기 쉬워서 다소 과격하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과잉방위라고 하더라도 야간 기타 불안스러운 상황에서 공포·경악·흥분 또는 당황으로 인한 것인 경우에는 벌하지 않습니다.

 

 

 둘째, 상당성이 전혀 없는 경우입니다. 이때는 정당방위가 성립하지 않아 위법성이 없어지지 않으므로 그대로 처벌하는 것입니다.

 

2. 상당성의 판단 기준
(1) 일반적 기준
 그렇다면 문제는 ‘어떤 때에 정당방위의 상당성이 인정되고 어떤 때에 상당성이 부정되느냐’입니다. 상당성에 대한 판례의 일반적인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 대법원 1985.09.10. 선고 85도1370 판결
 무릇 정당방위가 성립하려면 침해행위에 의하여 침해되는 법익의 종류, 정도, 침해의 방법, 침해행위의 완급과 방위행위에 의하여 침해될 법익의 종류, 정도 등 일체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방위행위가 사회적으로 상당한 것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 것이라야 할 것이다.

 대법원의 기준이 있기는 하지만, 워낙 광범위하고 추상적인 기준이라 이 기준만으로는 궁금증이 완벽하게 해소되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정당방위의 성립여부는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서 개별적으로 판단될 수밖에 없습니다. 정당방위에 대한 아래의 다양한 사례들이 정당방위 및 상당성 판단에 일정한 지침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2) 사례 1
 갑(32세의 여성)은 늦은 밤에 집으로 귀가 중이었는데, 을과 병은 추행하려고 갑을 쫓아갔습니다. 인적이 드문 골목길로 갑이 들어서자 두 사람은 행동을 개시했습니다. 을과 병은 갑의 양쪽 팔을 한 쪽씩 잡고 끌고 가서 골목 안 담벽에 갑을 넘어뜨린 후 을은 갑의 성기를 만졌습니다. 갑이 격렬하게 반항하자 을은 오른쪽 무릎으로 갑의 옆구리를 찬 다음 억지로 갑의 입에 키스를 하였습니다. 그러자 갑은 을의 성폭력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생각에 엉겁결에 을의 혀를 깨물었고 그 결과 을의 혀가 절단되었습니다.

 이때 갑이 을의 혀를 절단 시킨 것이 상해죄가 성립하는지가 문제되었습니다. 법원은 갑의 행위를 정당방위라고 보아 구성요건해당성은 인정되지만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하여 상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1989.08.08. 선고 89도358 판결)

 

(3) 사례 2
 갑은 길을 걸어가다가, 술에 취한 을, 병, 정과 마주쳤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을이 갑에게 아무런 이유도 없이 욕설을 하였고, 화가 난 갑은 왜 욕설을 하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그러자 을은 면도칼을 갑에게 들이대며 찌를 것처럼 위협을 하였고, 겁을 먹은 갑이 도망가자 병은 소주병을 깨어 던져서 갑의 왼쪽 손목에 맞게 했습니다. 그리고 정은 “이 새끼 죽으려고 환장하였느냐”라고 고함을 지르면서 갑에게 시멘트벽돌을 던졌습니다. 세 명이 합심하여 갑을 마구 공격하자 갑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갑에게 곡괭이자루가 있어서 그 곡괭이자루를 마구 휘둘렀는데, 그 결과 을의 머리 뒷부분이 곡괭이자루에 맞았고 을은 사망하였고, 병은 상해를 입었습니다.

 

 

 

 이때 갑이 을을 죽게 한 것이 살인죄에 해당하는지, 또한 병을 다치게 한 것이 상해죄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되었는데, 법원은 갑의 반격행위가 그 정도가 지나친 행위를 한 것이 되어 과잉방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1985. 09. 10. 선고 85도1370 판결】).

 

(4) 사례 3
 갑에게는 의붓아버지 을이 있었습니다. 보통의 자녀에게 아버지는 푸근한 보호자이지만, 갑에게는 을이 공포의 대상 그 자체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을은 갑이 약 12살 때 지속적으로 강간을 했고, 갑이 성인이 된 이후에도 패륜은 계속 되었습니다. 갑에게는 집이 있는 시간이 지옥과도 같았습니다. 극도로 괴로움에 시달리던 갑은 당시 남자 친구 병에게 어렵게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하였습니다. 병은 사랑하는 여자친구가 그동안 의붓아버지의 만행으로부터 겪었을 고통과 상처에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도저히 을을 용서할 수 없었던 병은 갑과 논의하여 을을 죽이기로 뜻을 모았고, 대신 강도에 의해서 을이 사망한 것처럼 꾸미기로 하였습니다. 

 정해진 날짜의 새벽 1시쯤에 병은 갑이 열어준 문을 통하여 집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때 을은 술에 취해 잠이 들어 있었는데, 병은 을을 깨워서 “갑을 더 이상 괴롭히지 말고 놓아주라.”고 말을 한 뒤 을의 심장을 찔렀고 을은 그 자리에서 사망하였습니다.
 이때 병의 행위가 살인죄에 해당하는지 문제가 되었는데, 법원은 병의 행위가 상당성을 결여한 것이라고 보아서 정당방위에 해당하지 않고 과잉방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1992.12.22. 선고 92도2540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