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모]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낳은 경우, 누가 ‘엄마’가 될까?

[대리모]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낳은 경우, 누가 ‘엄마’가 될까?

 

○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낳은 부부
 A(남성)와 B(여성)는 2006년 결혼을 한 부부입니다. 그런데 결혼을 한 지 10년이 지나도록 아이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고심 끝에 두 사람은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낳기로 결정했습니다. 두 사람은 A의 정자와 B의 난자로 수정란을 만든 뒤, 대리모 C에게 착상시켰습니다. 열 달 뒤 대리모 C는 미국의 한 병원에 가서 아이를 낳았습니다.

 아이가 출생하고 나자, A는 구청에 가서 아이에 대한 출생신고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구청 담당 공무원은 A의 출생신고를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출생신고를 할 때에는 출생증명서를 첨부해야 하는데, 미국 병원에서 발행한 출생증명서에는 엄마가 대리모인 C로 기재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공무원이 출생신고를 받아주지 않자, A는 서울가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이 사건은 비송사건이고, 소송과 비송사건은 다르지만 이 글에서는 편의상 소송이라고 표현하겠습니다).

 

 

 

○ 엄마를 결정하는 기준
 아빠를 결정하는 기준에 대해서 민법에 혼인 중의 출생인 경우와 혼인 외의 출생인 경우를 나눠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혼인 중의 출생인 경우에는 친생자로 추정됩니다(민법 제844조). 혼인 외의 출생일 경우에는 생부가 ‘인지’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855조). 인지(認知)는 생부(또는 생모)가 자신의 자녀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절차입니다.

 

민법 제844조(남편의 친생자의 추정) ①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
민법 제855조(인지) ①혼인외의 출생자는 그 생부나 생모가 이를 인지할 수 있다. 부모의 혼인이 무효인 때에는 출생자는 혼인외의 출생자로 본다.

 

 그럼 엄마는 어떨까요? 엄마를 결정하는 기준에 대해서는 민법에 특별한 규정이 없습니다. 판례에 따르면 ‘아이를 출산한 사람’을 엄마로 보고 있습니다.

 

○ 대리모 출산에서 엄마는 누구?
 ‘아이를 출산한 사람’이라는 기준은 상식에도 부합하고 아주 간단한 기준이어서 쉽게 납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과학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이러한 간단한 기준에 따라 엄마를 결정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리모를 통한 출산입니다.
 대리모를 통해 출산을 한 경우, 비록 출산이라는 행위를 한 건 대리모이지만, 아이를 낳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은 B이고 아이와 유전적인 공통성이 있는 사람도 B이므로 B를 엄마를 봐야 한다는 주장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법원(서울가정법원 2018. 5. 9.자 2018브15 결정)은 엄마를 결정할 때, 여전히 ‘출산’이 중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법원이 ‘출산한 사람=엄마’라는 기준을 강조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모자관계는 단순히 단순히 법률관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정-약 40주의 임신기간-출산의 고통과 수유” 등과 같은 오랜 시간을 거쳐 형성되는 정서적인 부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둘째, 정서적인 유대관계 역시 ‘모성’이기 때문에 법률상 보호할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 유전적인 공통성 또는 수정체의 제공자를 부모로 볼 경우 여성이 출산을 위한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 대리모 계약의 유효성
 대리모를 통해 출산을 하겠다는 계약은 법적으로 유효한 걸까요? 법원은 대리모 계약이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서울가정법원 2018. 5. 9.자 2018브15 결정). 그 이유는 대리모를 통한 출산이 건전한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민법 제103조(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

 

○ A와 B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럼 A와 B는 아이의 부모가 전혀 될 수 없는 걸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입양을 하면 됩니다. 입양을 하면 친부모와 다르지 않냐고요? 친양자입양을 하면 친부모와 같은 지위를 가질 수 있습니다.
 

# 참고로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므로, 대법원이 어떠한 판단을 할 지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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