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이탈] 노예 공관병과 여우고개사건
현역 육군 대장의 가족이 관사 근무병(공관병)에게 '갑질'을 한 사건이 화제입니다.
시민단체인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육군 제2작전사령부 박찬주 대장의 가족이 관사에서 근무하는 공관병과 조리병을 노예처럼 부리며 인권을 침해하고 갑질을 일삼았다. 병사들을 텃밭 관리, 간식 조리, 아들 옷가지 세탁 등 극히 사적인 일에 동원하고 칼을 뺏어 휘두르는 등 가혹행위를 저질렀다”고합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부인이 공관병에게 호출용 전자팔찌를 차게 하고, 공관병을 추운 날씨에 발코니 문을 잠가 감금하기도 했다는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설마 저렇게까지 했을까?"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비인간적인 갑질 중의 갑질입니다.
엄중한 수사와 범죄 행위에 합당한 처벌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당번병(공관병)이 군인 아들의 옷가지 세탁 따위의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건 상식입니다.
판례는 어떤 입장일까요? 당번병(공관병)에 관한 판례로는 이른바 '여우고개 사건' 판례(대법원 1986. 10. 28. 선고 86도1406 판결[무단이탈])가 있습니다. JTBC팩트체크에도 소개된 그 판례입니다.
○ 여우고개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
1980년대에 일어난 일입니다.
A는 소속중대장의 당번병으로서 근무시간 중은 물론 근무시간 후에도 밤늦게까지 수시로 영외에 있는 중대장의 관사에 머물면서 집안일을 도와주고 그 자녀들을 보살피며 중대장 또는 그 처의 심부름으로 관사를 떠나서까지 시키는 일을 해 왔습니다.
그러던 중대장의 지시에 따라 관사를 지키고 있었는데, 중대장과 함께 외출나간 중대장의 부인이 연락을 해 와선 “밤이 늦어 혼자서는 도저히 여우고개를 넘어 귀가할 수 없으니, 여우고개까지 우산을 들고 마중을 나오라.”라고 말하였습니다.
A는 중대장 부인을 마중하기 위하여 여우고개까지 나가 중대장 부인과 함께 귀가했습니다.
○ 누가 잘못을 했나?
상식적인 눈으로 보면 당번병에게 임무 외의 일을 시킨 중대장 부인(또는 그걸 방조한 것으로 짐작되는 중대장)이 잘못을 한 것 같지만, 이 사건에서 형사재판을 받은 사람은 A였습니다.
여우고개는 관사로부터 1.5킬로미터 가량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무단으로 근무지를 이탈하여 군형법을 어겼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군형법 제79조).
○ 법적인 판단
군인이 근무지를 이탈한 것은 잘못이지만 중대장 부인이 시켜서 한 것인데 A를 처벌하는 것은 가혹해보입니다. 법원도 A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고인은 당번병으로서의 그 임무범위 내에 속하는 일로 오인한 행위로서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위법성이 없다고 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
판결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은 중대장 부인의 마중을 나가는 일 따위가 “임무범위가 속하는 일이 아니다.”라고 한 부분입니다. 당연하지만 의미있는 판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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